[22년 12월호/373호] 교육자치_일반고 직업과정 위탁교육 입시를 준비하지 않으면 학생이 아닌가?(4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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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부사무처 작성일22-12-08 16:46 조회578회 댓글0건본문
일반고 직업과정 위탁교육 입시를 준비하지 않으면 학생이 아닌가?
일반고 직업과정 위탁교육은 일반고등학교 진학 후 진로 변경을 희망하는 3학년 학생에게 적성과 흥미에 맞는 직업교육 기회를 부여하고자 운영하고 있는 과정이다. 일명 직업반이라고 부른다. 하지만 원래의 운영 목적과 달리, 입시 위주의 교육을 하고 있는 대부분의 일반고에서 진학을 포기하거나 성적이 뒤떨어지는 학생들에게 수업 분위기를 흐리지 말고 직업반을 신청할 것을 요구하는 분위기다. 지난 11월 21일 광주에서 ‘일반고 직업과정 위탁교육 설문조사’ 결과를 토대로 실태와 개선방안을 논의하는 토론회가 열렸다.
일반고 직업과정 위탁교육이란 ‘고교 위탁교육’, 또는 ‘일반고 위탁’이라는 용어로 사용된다. 정식 명칭은 ‘일반고 특화 직업 능력 개발 훈련’이다. 이는 노동부에서 주관하는 훈련 과정인데, 고등학교 졸업 후 취업을 희망하는 일반계 고등학생들이 고등학교 3학년 때 1년 동안 직업전문학교를 다니면서 취업에 필요한 자격증을 취득하거나 실무 능력을 키워 체계적으로 취업을 준비할 수 있도록 설계된 교육과정을 말한다. 고용노동부 자료에 따르면 2015년에 시범적으로 도입한 이후 해마다 전국 7천~8천 명이 참여했는데 2020년부터 인원이 줄었다.(표1 참고)
전국적으로 일반고 직업과정 위탁교육에 참여한 학생은 2017년도에 1,000명 이상 급상승하다가 2018년도까지 8,000여 명이 참여하였고, 2019년도부터 7,000여 명으로 줄어들어, 현재는 6,800명 정도가 참여하고 있는 상황이다. 이는 전국 일반고 3학년 중 2.02%를 차지하는 비율이다.(2022년 기준) 일반고 직업과정 위탁교육 참여 인원이 2017년 8,300여 명에서 2021년 6,800여 명으로 줄어든 이유는 코로나19로 인해 등교를 하지 않은 데에 있다고 볼 수 있다.
광주광역시 교육청의 경우 일반고 직업과정을 선택한 학생들은 534명으로 33곳의 교육기관에서 직업과정 위탁교육을 받고 있다. 광주 지역 일반고 3학년 학생 수 대비 4.27%를 차지하는 인원으로 전국 평균보다 다소 높은 비율이다.(2022년 기준) 2021년부터 광주 청소년 노동인권 네트워크에서 진행하는 ‘광주지역 학교 밖 청소년 대상 찾아가는 노동인권 교육’ 사업으로 광주지역 몇 곳의 직업전문학교를 방문해 노동인권 교육을 진행하고 있다. 강사로 참여해 노동인권 교육을 실시하는 중에 위탁교육 학생들이 교육청이나 원 소속 학교의 관심 밖에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얼마 전 실시한 2022학년도 광주 지역 일반고 직업과정 위탁교육 설문조사를 바탕으로 우리나라의 입시 위주 교육정책에서 소외받는 학생들의 현황을 파악해야 할 필요성과, 일반고 직업과정 위탁교육 학생들에 대한 교육청과 소속 학교의 사후 관리 소홀, 진로교육에 대한 문제점 등을 제기해 보려 한다.
설문조사 결과, 일반고 직업과정 위탁교육을 선택하는 이유는 첫째, 기술을 배우고 싶어서, 둘째, 공부에 흥미가 없어서, 셋째, 취업해서 돈을 벌고 싶어서, 넷째, 원 학교를 벗어나고 싶어서 순으로 나타났다. 그럼에도 일반고 직업과정 위탁교육 수료 후 진로 계획을 묻는 질문에는 62%가 전문대학이나 4년제 대학 진학을 희망했다. 진학을 원하는 학생들이 원 학교가 아닌 직업과정 위탁교육을 오게 된 이유가 무엇일까? 학교를 떠나지 않고 원 학교에서 배움의 길을 찾을 방법은 없을까? 고민해야 할 지점이다.
또한, 위탁 직업과정에 개설된 학과는 특성화고등학교의 학과들과 같다. 광주 지역의 특성화고등학교는 해마다 정원이 미달되어 어려움을 겪는데, 왜 특성화고가 아닌 제대로 관리조차 되지 않고 열악한 위탁 직업과정으로 학생들을 떠밀어 내는 것인지 이해가 되지 않는다. 참고로, 현행 시스템은 인문계 고등학교든 특성화 고등학교든 진로·진학 변경은 1학년 1학기~2학기에 걸쳐 두 번 가능하다. ‘원 소속 학교에서 담임 및 담당 선생님의 위탁교육 기관 방문 상담은 어떻게 이루어지고 있는가’에 대한 질문에는 “학기 중 1회”가 102명으로 가장 높았고, “없다”는 응답이 82명으로 두 번째로 높았다. 이는 원 소속 학교에서 방문 교육이나 점검이 거의 이루어지고 있지 않다는 것을 의미한다. 이처럼 교육청, 학교는 수많은 직업반 학생들의 상황을 인지 하면서도 사실상 방치하고 있으며, 일반고의 입시중심 교육 등 현실적 한계를 운운하며 소수 학생들을 위한 교육과정은 고민조차 하지 않고 있다.
지금은 학습자 한 명 한 명의 요구와 동기에 맞춰주는 맞춤형 교육이 필요하고, 교육부와 교육청도 표면적으로는 이를 지향한다고 강조하고 있다. 하지만 현실은 대학 진학을 위해 짜여진 교육과정을 잘 따라오는 학생들에게만 초점이 맞춰져 있다. 어떤 형태든 학교가 정해 놓은 정형화된 틀을 벗어나 스스로 갈 길을 찾아야 하는 학생들은 제대로 지원과 학습을 받지 못해 무엇을 어떻게 준비해야 할지 알지 못하고, 남들보다 긴 시간을 자신의 진로를 찾느라 방황하다가 불투명한 미래 속에 힘들어 한다.
그렇기 때문에 대부분의 교사들은 “그냥 학교에 눌러앉아 있어”라고 조언한다. 새로운 흥미를 찾아 학교를는 떠나려는 학생, 또는 학교가 참을 수 없도록 지겹다고 느끼는 학생들에게 우리는 어떤 충고를 해야 할까? 적성에 맞지 않아도 학교에 남아서 참고 견디는 게 정말 대안일까? 만약 그들이 흥미도 열정도 없이 학교를 계속 다니고 졸업만 하면, ‘그래도 버틴 게 낫다’는 성과를 얻을 수 있을까? 광주에서 진행된 일반고 직업과정 위탁교육 토론회에 참석한 학생이 이렇게 말했다. “일반고에서도 대학입시 공부 외에도 학생들이 원하는 직업 교육이 과목으로 생기면 좋겠다. 고교학점제가 바로 그런 게 아닐까 생각한다”고.
지나친 입시 위주의 교육으로 인해 황폐화된 지금의 고등학교 교육이, 학생들의 다양한 진로·진학을 지원하고 교육 격차를 해소할 수 있도록 좀더 빨리, 적극적으로 대안을 찾아야 한다. 또한, 일반고 직업과정 위탁교육에 대한 땜질식 대책이 아닌 학생들의 진로를 위한 고등학교 교육과정의 재구성이 필요하다. 대학 입시를 준비하지 않아도 ‘학생’이고 학교는 이들을 책임져야 한다.
김경희 (부회장/교육자치위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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