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2년 9월호/370호] 사설_경쟁이 아닌 협력 교육, 입시 폐지가 답이다 (15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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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부사무처 작성일22-09-07 18:03 조회650회 댓글0건본문
경쟁이 아닌 협력 교육, 입시 폐지가 답이다
얼마 전 광주광역시 한 고등학교 학생들이 시험 문제를 유출한 사건이 보도됐다. 상위권 학생 두 명이 교사들의 컴퓨터에 해킹 프로그램을 깔아서 시험 문제를 알아냈고 같은 반 학생이 쓰레기통에 찢겨 버려진 답안지 쪽지를 하나 하나 붙여서 증거로 제출해 밝혀진 사건이다.
서울의 한 고등학교에는 ‘내 등급이 떨어지니 중간고사와 기말고사 사이에 전학생을 받지 말라’는 학생들의 대자보가 붙었다. 학교폭력대책심의위원회에는 종종 상위권 학생 간의 보복성 학교폭력 사안이 접수된다. 가해 학생 조치가 학생생활기록부에 기재되면 상급 학교 진학에 영향을 미치기 때문에 ‘나만 당하지 않겠다’며 접수하는 것이다.
이런 사례들을 학생 개인의 일탈 행위, 민주시민 교육의 부재로만 볼 수 있을까? 나만 잘하면 되는 것이 아니라 상대방이 못하는 것이 반드시 필요한, 상대평가 체제가 만든 결과다. 우리 교육은 국가 주도의 정형화된 시험이 가장 공정한 방식이고, 경쟁에서 이기는 자가 권리를 누리는 것이 당연하다고 가르쳐 왔다. 그러한 경쟁교육 체제에서 상위 1%를 차지했던 학생들이 교사가 되어 교실에서 성적이 우수한 제자들을 길러내는 것을 ‘교육’이라고 여기고 있다.
지난해 말 유네스코 교육위원회가 발행한 교육의 미래 보고서(Futures of Education)는 2050년을 바라보면서 교육에 대해 던져야 할 세 가지 핵심 질문으로 우리가 ‘계속해야 할 것’, ‘중단해야 할 것’, ‘창조적으로 새롭게 만들어내야 할 것’은 무엇인지를 묻고 있다. 최재천 교수는 “우리나라 평균 수명이 83.5세인데 유치원부터 대학까지 교육에 쏟아붓는 시간이 약 20년, 인생의 4분의 1을 과열 경쟁 속에 희생과 투자만 한다. 견디지 못해 극단적 선택을 하는 아이들은 채 피어보지도 못하고 삶을 마친다. 살자고 하는 공부인데 주객이 전도되었다”면서 지금 우리 교육은 4차 산업혁명 시대에 필요한 인재 양성과는 거리가 멀고, 현 교육시스템을 완전히 부숴버려도 괜찮다고 강조했다.
경쟁 교육을 없애려면 우선 대학 입시를 폐지해야 한다. 기초학력 강화를 핑계로 일제고사가 부활하려는 움직임이 시작되고 있다. 학력평가는 국영수 위주 암기 실력으로만 줄 세우는 획일적인 평가로 ‘일제고사’가 맞다. 평가보다 과정을 중시해 개개인의 다양한 잠재력을 길러줄 것을 요구하면 대학에서 학생을 선발하기 위해 변별력이 필요하다는 핑계를 댄다. 대학 입시가 존재하는 한 누리 과정, 방과후 과정, 돌봄 지원 등 아무리 지원을 확대해도 남는 가계비는 입시를 위한 사교육 기관으로 갈 수밖에 없다.
둘째, 다양화로 포장한 그들만의 리그, 특권교육을 없애야 한다. 교육은 부모 찬스, 경제력과 무관하게 누구나 균등하게 보장받아야 하는 ‘공공성’과 ‘평등성’이 핵심이다. 정권에 따라 존치가 오락가락하는 자사고·외고·국제고의 특권학교는 중학교, 초등학교, 심지어 유치원 교육에까지 영향을 준다. 학생 개인별 능력을 키워주는 다양한 교육은 학교 다양화가 아닌 학교 내 교육과정 다양화로 구현해야 한다.
셋째, 교원 양성 시스템을 혁신해야 한다. 교대와 사대 입학 전형에도 교과 성적보다 인성과 적성을 검증하는 절차를 추가해야 하고 임용시험은 교육전문직에 걸맞게 최소 1년 정도의 실습 과정을 거쳐 직무 적합성을 검증해야 한다. 그래야 ‘공부’가 아닌 ‘교육’을 할수 있다. 학원 강사와 교사의 차이는 자격증이 아닌 ‘역할’에 있다.
평화롭고, 정의롭고, 지속 가능한 미래를 만들려면 우리 교육은 완전히 ‘새로 고침’ 해야 한다. 현 교육이 어린이·청소년을 성장시키는 교육이 아닌 파괴하는 교육이라면 ‘학교 안 보내기 운동’을 시작하는 게 옳다. 이미 학업중단 학생들이 계속 증가하는 추세다. 말뿐인 ‘학생 중심의 교육’에서 벗어나 모든 교육정책을 입안할 때 ‘학생 영향 평가’를 필수로 거치고, 의사결정 기구에 학생 위원을 50% 이상 의무화해야 한다. 이를 제대로 이행하도록 견제하는 역할로 학부모를 참여시켜야 한다.
국가와 산업발전의 도구로 전락한 우리 교육에는 사람도, 미래도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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