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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년 5월호/366호] 미디어와 만나기_언어가 춤을 춘다 세상을 다 말하라 『언어의 달인 호모 로퀜스』 (14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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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부사무처 작성일22-05-06 16:41 조회844회 댓글0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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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어가 춤을 춘다 세상을 다 말하라

『언어의 달인 호모 로퀜스』

14면.png

 호모 로퀜스(Homo loquens)는 사람의 특성 중 언어에 주목해서 만든 말이다. 언어적 인간이라고 하면 맞을까? 나도 호모 로퀜스일까 잠시 생각해본다.

나는 너무 내성적인 나머지 속 생각을 표현할 줄 모르고 살았다. 그렇게 자라다 보니 몇 마디 내뱉는 말도 다른 사람들이 쉽게 이해 못하는 경우가 많다. 지금도 그렇다. 말하는 게 논리를 뛰어넘기도 하고 자세한 설명을 붙여야 할 때 생략해 버려 듣는 사람을 난처하게 만들기도 한다. 한마디로 말할 줄 모르는 것이다. 그러다 보니 말 못하고 머뭇머뭇 지나칠 때가 많다. 말싸움이 붙으면 죄다 져버린다. 난 한참 지나서야 저 사람이 무슨 뜻으로 말을 한건지 이해가 가는데 상대편은 듣자마자 내 말을 해석해서 자기 생각을 표현한다. 어찌 그리 빠르게 반응하는지 신기할 지경이다. 지나고 나면 손해 본 느낌이 들고뒤늦게 떠오른 말에 속상하지만 이미 지나간 일이다. 내 딸내미도 말 수가 적다. 역시 표현할 줄 모른다. 그래서 그런지 친구들이 별로 없다. 아버지마냥 속으로 생각만 하고 살지 말라고 말이 어려우면 다른 방식으로라도 표현하라고 피아노랑 그림을 배워보게 했지만 그냥 내 자식인 모양이다.

『언어의 달인 호모 로퀜스』는 2007년 처음 나온 책이다. 처음 읽었을 때 무척 신선했다.아마 조선시대 가사에 지루하게 나오는 무수한 지명 나열이 단순 나열이 아니라 글을 쓴 사람이 무척 신나서 자기가 간 길을 자랑스럽게 떠벌리고 있는 상황이라는 것을 이해할 수 있어야 제대로 감상할 수 있다는 글을 본 다음이라서 그랬던 것 같다. 말은 글 자체를 넘어서 맥락을 살펴야 이해할 수 있다는 것이다. 하지만 지금 다시 읽으려니 너무 어렵다. 언어를 철학하는 책이라니. 언어는 즐거운 게임이다, 언어의 경계를 허물고 다른 사람들의 언어와 만나 박제된 언어가 아니라 삶 속 언어로 나의 언어를 만들자고 한다.

책 소개글을 쓰려고 다시 읽는 동안 이번에는 가사 대신 메타버스를 떠올렸다. 언어에서철학을 지우고 나를 살짝 끼워 넣었다. 가상공간에서 사는 나는 현실공간과 다른 삶을 산다. 말이 없던 사람이 말이 많아지기도 하고 폭력적으로 변하기도 하고 때로는 독재자로 때로는 순한 양으로 바뀌기도 한다. 남자가 여자가 되기도 한다고 한다. 나를 가린 공간에서 감추어졌던 내가 드러나는 것이다. 인터넷 공간 속 나는 들키기 싫은 존재일까 아니면 또 다른 소중한 나일까? 『언어의 달인 호모 로퀜스』에서 언어는 “다양한 사회와 관계 속에서 만들어지는 것”이며 나는 “학생으로, 남성으로, 여성으로, 자식으로, 또 수많은 것들의 목소리로 말”(51쪽)하며 “이 모두가 내 안에 있는 목소리들”(51쪽)이다. “나는 여러 개의 ‘나들’로 구성되어 있다!”(55쪽) 현실공간 속 나와 가상공간 속 나는 표현 방법이 다른 같은 존재이며 내 삶을 풍성하게 만들어주는 역할을 하는 것이다.

딸내미를 기숙사로 데려다주는 차 안에서 방탄, 블랙핑크 이야기를 한다. 말이 없는 아이가말이 많아질 때가 있다. 언젠가 모둠 수업을 하다 보면 말을 전혀 하지 않는 아이가 있어서 학습에 격차가 커질 것이라며 좋지 못한 수업방식이라는 말을 하는 교사를 본 적이 있다. 학교뿐만 아니라 우리 관계는 위계가 정해질 때가 많다. 말을 잘 하는 사람도 누구랑 같이 있냐에 따라 달라진다. 말 않는 아이도 비슷한 아이들이랑 묶이면 속을 풀어낸다. 모둠수업 방식에 문제가 있는 것이 아니라 운영에 대한 문제가 아닐까 뒤늦은 생각을 해본다. 우리 아이가 『언어의 달인 호모 로퀜스』를 읽으면서 속에 감추어진 내면을 드러내는 방법을 찾으면 좋겠다. 하지만 언제쯤 이 책을 읽을 수 있게 될까?

“박제된 언어가 아니라 우리의 삶 속에서 살아가는 숨 쉬는 언어를 만나게 될 것이다. 내가 하는 말, 내가 쓰는 글, 그리고 다른 누군가의 말과 글, 그 모든 것들이 겹치고, 가로지르고, 부딪히면서 만들어내는, 언어의 여러 지층들, 그 공간을 여행하고 나서 다른 목소리와 다른 손을 갖게 되는 것, 한마디로, 다른 존재가 되는 것! 그게 이 여행의 목표다.”(27쪽)

심주호 (부회장, 홍보출판위원회 위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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