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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년 10월호/371호] 디지털 시대에 맞는 역량은 무엇인가 (4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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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부사무처 작성일22-10-06 15:56 조회654회 댓글0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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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지털 시대에 맞는 역량은 무엇인가

 

 지난 9월 19일, 유기홍 의원실이 주최하고 EBS가 주관한 ‘디지털 시대, 기초학력 저하 어떻게 할 것인가’ 토론회가 열렸다. 토론자로 참여를 제안받을 때부터 디지털 시대와 기초학력의 관계에 대한 의문이 생겼다. 디지털 시대를 살아가는 데에 필요한 기초학력은기존의 개념과 다르다는 것인지, 아니면 디지털 시대여서 인문학 등 기초 학문의 교육을더 강화해야 한다는 것인지 고민을 던져주는 주제였다. 두 발제자의 발표는 앞의 두 가지질문 중 어느 것에도 해당되지 않는 내용이었고 디지털을 활용한 기초학력 강화 방안에초점을 맞췄다. 발제 방향과 다른 주장을 발표했던 토론문의 내용을 지면에 다시 실어보고자 한다.

 

 발제집에는 기초학력의 정의에 대한 학계의 다양한 관점, 국가 수준 학업성취도평가가 ‘표집 평가’일 때와 ‘전수 평가’일 때 기초학력 미달 학생 수 비교, 코로나19 원격수업으로 인한 교육 공백이 기초학력에 미친 영향, 교육 격차가 심화된 여러 가지 변인에 대한 자료 등 그동안 기초학력 제고나 디지털 인재 양성의 근거로 많이 사용하던 자료들이 제시되었다.

 

 그러나 이는 디지털 시대보다 ‘모든 학생의 기본권을 보장하는 기초학력’에 방점을 찍어 학생 중심의 관점으로 접근해야 한다고 본다.

 첫째, 기초학력의 개념을 무엇으로 볼 것인가? 기초학력에 대한 논의는 지금도 여러 의견이 분분하다. 대부분 읽기, 쓰기, 셈하기의 3R’s나 의사 소통과 관계성을 추가한 4R’s로 대표되는 기본적인 학습 능력을 기초학력이라고 말한다. 하지만, 자기 삶의 주인으로 살아갈 수 있는 기본적인 역량을 길러주는 것이 교육이라고 말하면서 여전히 피교육자가 아닌 교육자 입장에서 가르치는 것을 잘 습득하는 능력을 갖추라고 강조한다. ‘사흘’과 ‘심심한 사과’처럼 요즘 세대가 일상 생활에서 잘 사용하지 않는 죽은 단어들을 모른다는 이유로 기본이 안 되었다고 비판한다. 이는 기초학력에 대한 적절한 비유가 아니며 논리도 빈약하다. 왜냐하면 ‘4흘’이라고 기사 제목을 쓴 기자들은 기초학력 미달 학생이 아니었기 때문이다. 학업성취도 평가가 표집이 아닌 전수평가였던 2009년~2016년에 기초학력 미달 학생이 적었다면서 이제라도 전수 평가를 실시하자는 주장 역시 비논리적이다. 문해력이 심각하게 걱정된다는 현재 20대~30대 초반이 그 당시 전수 평가를 치른 세대다. 전수 평가일 때 결과가 잘 나왔던 이유는 모두가 알고 있듯이 학교 끼리, 학급 끼리, 학생끼리 점수 경쟁으로 학업성취도평가 대비용 시험 공부를 집중적으로 시켰기 때문일 뿐이다.

 명심보감을 외우고 한자어를 많이 사용해야 유식하다고 인정했던 시대로 돌아가자는 게 아니라면 기성 세대가 현 시대 언어를 습득하고 디지털 시대에 적합한 문해력을 기르는 게 옳다. 학교폭력 심의를 하다 보면 팔로워와 팔로잉의 차이를 모르고, 피드와 스토리를 구분하지 못하고, 디엠이 다이렉트 메일인 줄 알아서 학폭 사안을 제대로 이해하지 못하는 위원들이 많다. 누가 누구에게 맞춰야 할까. ‘심심한’ 사과가 아니라 ‘진심으로’, ‘마음 깊이’라고 시대에 맞게 고쳐 쓰자고 논의 방향을 바꿔야 한다.

 둘째, 어떻게 가르칠 것인가? 우리나라 학생들은 구구단을 잘 외우고 공식을 많이 외우면 셈하기 능력이 뛰어나다고 평가 받는다. 9×3=27을 외워서 적는 것보다 10이 세 개인데 3이 부족하니 27이라고 원리를 이해하는 능력이 더 필요한 것 아닐까. 어려운 단어와 사자성어를 섞어 쓰는 것이 아니라 짧고 쉬운 말이나 글로 자기 생각을 표현하는 능력이 더 중요하다. 또한, 똑같은 교과서를 읽고도 중요하게 와닿은 내용이나 느낀 점이 다르고, 같은 수업을 듣고도 이해한 정도에 차이가 있는 것은 당연한데 이것을 오지선다형으로 파악한다는 것은 불가능하다. 틀린 답과 섞어 놓고 정답을 찍는 것보다 왜 이렇게 생각했는지를 알아야 교사도 어떤 부분을 바로잡아 줘야 하는지 알 수 있다.

 대안으로, IB 시스템처럼 모든 과목에 서술형을 도입하는 것이 필요하다. 우리 교육 수준이라면 로열티를 지급하는 외국형 IB 시스템이 아닌 한국형 교육 시스템을 충분히 개발할 수있을 것이다.

 셋째, 디지털은 교육의 목적이 아닌 수단일 뿐이다.

 지난 8월 22일 국무회의에서 교육부를 포함한 관계부처가 합동으로 ‘디지털 인재 양성 종합방안’을 발표했다. 정부는 100만 디지털 인재 양성과 디지털 교육체제 대전환을 정책 방향으로 설정하고, 디지털 시대를 살아갈 미래 세대에게 공정한 교육을 제공, 디지털 역량을 갖춘 인재를 적기에 양성해서 국가 경쟁력을 제고하겠다고 했다. 얼마 전 국민들의 반대에 부딪혀 철회했던 ‘만 5세 초등 조기 입학 정책’ 역시 일찍부터 사회 취약 계층에게도 코딩 교육 받을 기회를 넓히자는 대통령의 생각에서 비롯된 것이었다는 기사가 나와 교육계를 충격에 빠트렸다.

 초등학교, 중학교의 정보과목 시간 확대와 함께 2022 개정교육과정 총론 발표에도 없던 ‘초·중 코딩교육 필수화’까지 담긴 이번 방안에 학부모들은 반대한다. 시대가 디지털화 되고 있다는 것을 부정하는 것이 결코 아니다. 교육은 디지털 시대에서도 자신의 삶을 주체적으로 살기 위해 필요한 정보를 ‘수단’으로써 활용할 수 있게 하는 것이지 디지털 인재 양성이 ‘목적’이 되어서는 안 된다는 게 이유다. 또한 디지털 교육은 넘쳐나는 정보 속에서 가짜 정보와 진짜 정보를 구별하고 제대로 활용할 수 있는 디지털 문해력을 기르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 디지털 시대에 걸맞은 교육을 하기 위해서는 휴대전화 소지 자체를금지하는 학교부터 바꾸는 것이 급선무다. 휴대용 컴퓨터를 압수하고 암기 능력을 기르라고 할 것이 아니라 필요한 정보를 바로 바로 검색해 이를 활용하는 문제 해결력을 길러줘야 한다.

 넷째, 학력 격차 해소 방안은 다각적으로 접근해야 한다.

 학력 격차가 발생하는 원인은 다양하다. 디지털 교육을 강화한다고 학력 격차가 해소되는 것은 아니다. ‘서울런(Seoul Learn)’처럼 저소득층 학생들을 위해 강남구청 인강 같은

유명 사교육 업체의 인강을 무료로 지원해 준다고 학력 격차가 줄어들진 않는다. 저소득층 학생들의 학력이 낮은 이유는 인강때문이 아닌 환경적 요인이 더 많다. 또한, 원격수업에서 격차가 벌어진 이유는 맞벌이 가정, 조손 가정, 이주배경 가정 등 누군가의 도움없이 일방형 수업을 이해하기 어려운 상황 때문이다. 여러 요인으로 수업을 따라가지 못하는 학생들을 맞춤형으로 지원하고 이해시키는 것은 AI나 디지털 교육으론 부족하며 낙후된 인터넷 환경, 돌봄 공백, 난독, 경계선 지능, ADHD 같은 개별 요인이 해소될 수 없다. 모든 학교가 대한민국 1호 미래학교인 서울 창덕여중같은 시스템을 갖출 수 없고, 모든 교실에 도움 교사가 배치되는 것도 아니고, 내 자녀만 남겨져서 나머지 공부를 하느니 학원을 보내겠다는 학부모를 설득할 방안도 없지 않은가.

 

‘디지털 시대의 기초학력 제고 방안’에 던지는 과제들

• 기초학력을 높이는 것이 사교육 도움 없이 공교육만으로 가능한가? 학교만 보내면 되는 것인가?

• 지역 격차, 학교 간 격차, 교사 수급 문제, 교사의 역량 차이를 해소할 구체적인 방안은 무엇인가?

• 디지털 역량은 정보 교과 확대만이 아닌 교과별 융합 수업을 통해 길러지는데 이는 교장과 교사의 의지에 달려있다. 교육자치 시대에 이를 강제할 수 있는가?

• 현재도 사교육 기관에서 코딩, AI 분야가 성행하는데 이에 대한 대책은? 메이커 대회, 골드버그 대회 등 창의력 분야도 사교육이 차지하고 있는데 실질적인 디지털 교육 격차 해소 방안은?

• 학생의 수준은 빅데이터를 활용해 진단한다 하더라도 결손 부분 보충은 교사와 지역 사회 복지가 뒤따라야 하는데 이에 대한 연계 및 지원 방안은?

 

 디지털 시대는 디지털화 된 시스템을 잘 활용해서 자기 삶에 유익함을 주는 시대를 말한다. BTS나 김연아 선수까지 코딩을 필수로 배울 필요는 없다. 내게 필요한 기능을 잘 찾아서 활용하고, 필요 없는 것은 버릴 수 있는 ‘취사 선택 능력’과 ‘생각하는 힘’을갖추는 것이 더 중요하다.

 요즘 정부의 교육 방향은 주객이 전도되었다. 디지털 강국의 인재 양성이 아닌 디지털 시대를 살아나갈, 평화롭고 지속 가능한 미래를 지향하는 ‘사람’을 키우는 교육이 되길 바란다.

이윤경 (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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