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2년 9월호/370호] 마중물_교육을 위해 차라리 가만히 있으라 (12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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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부사무처 작성일22-09-07 17:40 조회656회 댓글0건본문
교육을 위해 차라리 가만히 있으라
교육을 뜻하는 영어 ‘education’은 라틴어의 ‘educatio’에서 유래한 것으로 ‘빼낸다’ 혹은 ‘끌어올린다’는 의미를 가지고 있습니다. 교육학에서는 교육을 인간이 삶을 영위하는 데 필요한 모든 행위를 가르치고배우는 과정으로 정의합니다.
우리 <교육기본법>도 제2조에서 교육을 “인격을 도야하고 자주적 생활 능력과 민주시민으로서 필요한 자질을 갖추게 함으로써 인간다운 삶을 영위하게 하고 민주국가의 발전과 인류공영의 이상을 실현하는 데에 이바지하게 함을 목적으로 한다.”고 규정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윤석열 정부는 교육을 사뭇 다르게 정의하고 있는 듯합니다. 요즈음 윤석열 정부의 무리한 교육정책 추진은 윤석열 정부의 왜곡된 교육 인식에 기인한 것으로 보입니다.
윤석열 대통령은 지난 6월 7일 국무회의에서 “교육부의 첫 번째 의무는 산업인재 공급”이라며 “교육부가 스스로 경제부처라고 생각하라”고 강조하며, 대폭적인 반도체 산업 인재 양성을 지시했습니다. 이에 인력 양성이 “수도권 대학 정원 규제 때문에 힘들다”는 교육부 간부의 말을 듣고는 “국가의 운명이 걸려있는 역점 사업을 우리가 치고 나가지 못한다면 이런 교육부는 필요가 없다. 시대에 뒤처진 일을 내세운 교육이 무슨 의미가 있나. 이런 교육부는 폐지돼야 한다”고 강력히 규탄했습니다. 대통령과의 이 짧은 대화에는 윤석열 정부의 교육에 대한 인식이 고스란히 담겨있습니다.
윤석열 정부는 교육을 인재공급의 수단쯤으로 생각하고 있는 것입니다. 교육에 관한 이런 천박한 인식에 기초한 윤석열 정부의 교육정책은 취임 100일만에 그 민낯을 드러내고 있습니다.
지난 6월 29일 윤석열 정부는 초등학교 입학연령을 만 5세로 하향하는 학제개편 계획을 발표했습니다. 하지만 여론의 뭇매를 맞고 이 정책을 사실상 포기했습니다. 교육부는 대부분의 국가가 만 5세 초등학교 입학제도를 채택하고 있고, 아이들을 조기에 공교육 체계에 포함해 교육 격차를 줄이자는 것이라며 정책 추진의 정당성을 밝혔습니다. 하지만 <OECD 교육지표 2021>에 따르면 OECD 회원국 대부분은 만 6세에 초등학교에 입학하는 것으로 밝혀졌습니다. 또 2013년 이후 시행되는 무상보육 정책으로 만 3세부터 5세 아동 10명 중 9명이 어린이집이나 유치원에 다니고 있다는 점에서 아이들은 이미 공교육 체계에 들어와 있다고 할 수 있습니다.
윤석열 정부는 ‘만 5세 입학’ 학제개편안이 국민의 반발로 사실상 폐지되자, 국가의 교육책임을 강화해 사교육을 줄이겠다며 ‘초등 전일제 학교’ 추진을 밝혔습니다. 2025년부터 초등 전일제 학교로 방과 후 과정을 확대하고, 2023년부터 돌봄교실 운영시간을 오후 8시까지 늘리겠다는 것입니다. 하지만 이 정책은 당사자인 아이들의 입장을 전혀 고려하지 않은 정책으로, 아이들이 받는 고통의 대가로 부모의 노동을 시간을 확보하겠다는 것입니다. 또 교육부의 ‘2022년도 범정부 온종일 돌봄 수요조사’에 의하면 돌봄 필요 시간이 오후 7~9시라고 답한 학부모는 1.76%에 불과했습니다. 이 정책 역시 당사자인 학부모들로부터도 환영받지 못하고 있다는 말입니다.
윤석열 정부의 이런 교육정책 혼선과 실패는 교육에 대한 대통령의 천박한 인식과 교육 관련 인사실패의 결과입니다. 대통령은 교육의 목표는 산업 인재공급이라며 교육부가 경제 부처를 자임하라고 다그칩니다. 교육부 장관은 부총리 직위가 부여된 2명의 장관 중 한 명입니다. 그만큼 교육이 중요하다는 의미입니다. 하지만 윤석열 정부 아래서 교육은 천덕꾸러기로 취급되고 있습니다. 이것은 윤석열 정부의 인사에서 확인할 수 있습니다. 윤석열 대통령직 인수위원회에 교육전문가는 없었습니다. 대통령실의 사회수석실 비서관 중 선임비서관은 보건복지비서관, 차선임비서관은 고용노동비서관, 교육비서관은 서열 3위입니다. 또 교육부 최고위직인 장관과 차관, 차관보 모두가 교육 관련 경험이나 전문성이 없는 비전문가입니다. 지금 윤석열 정부 아래서 교육은 천덕꾸러기일 뿐이고, 교육전문가는 비전문가만도 못한 실력 없는 존재이며, 교육부와 학교는 개혁의 대상일 뿐입니다.
이런 윤석열 정부가 새 정부의 3대 개혁 과제 중 하나로 교육개혁을 선정했습니다. 가만히 있으면 좋을 텐데 이 무능한 정부가 개혁을 추진하겠다니 교육이 얼마나 더 망가져야 한다는 것인지 걱정입니다.
박경양 (고문 / 평화의교회 담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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