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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년 8월호/369호] 요즘 저는_이렇게 살고 있습니다 (12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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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부사무처 작성일22-08-09 11:07 조회692회 댓글0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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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렇게 살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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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0년전 진보 교육감을 세우 겠다고 세종시에서 선거운동을 맡아서 일을 시작한 후, 낙선을 경험하고, 다시 당선. 그리고 비서실장의 자리에서 일을 했습니다. 그러다가 작년 11월 말 세종시교육청 교육감 비서실장직을 그만두고 집으로 돌아왔습니다. ‘하고 싶은 일’과 ‘할 수 있는 일’이 다르다는 것을 느낀 순간 훌훌 털고 자리를 정리했습니다.

 우리 집이 있는 상주에서 교육청이 있는 세종까지 매일 160키로 왕복 출퇴근을 했지요.처음 걷는 길을 제대로 걸어야 한다는 생각. 진보 교육감이 성공해야 한다는 중압감으로 지낸 시간이었습니다. 집으로 돌아오니 새벽 출근은 없었지만, 새벽 기상은 여전합니다. 제가 살고 있는 곳은 곶감으로 유명한 상주의 시골, 거의 ‘산골’입니다. ‘나는 자연인이다’라는 프로그램에서 우리 집을 방송에 내고 싶다고 연락이 올 정도이니까요.

 15년 전. 아내가 갑상선암을 겪고 난 후, 자연으로 들어가자는 생각에서 선택한 곳입니다. 집에는 닭이 500마리, 소가 한 마리, 개가 두 마리, 고양이가 두 마리, 거위가 네 마리 살고 있습니다. 논과 밭도 있지요. 우리 집 닭은 좀 특별합니다. 우리 나라에 집에서 기르는 가축으로서 천연기념물에 등재된 것이 몇 종 있습니다. 진돗개나 삽살개, 제주에 조랑말이 생각나지요? 닭에도 천연기념물이 있습니다. 연산오계[연산 화악리 오계(連山 花岳里 烏鷄)]라는 닭이 천연기념물 265호에 지정되어 있습니다. 연산은 논산시에 있는 면입니다. 그곳에서 옛날부터 자라던 닭이 가금류로는 유일한 천연기념물입니다.

 그 닭이 매년 번지는 조류독감을 피해서 우리 집에서 보호를 받고 있습니다. 천 마리가 천연기념물인데, 오백은 연산에 오백은 상주에 분산해서 사육하는 것이지요. 이조실록을 전국의 서고에 나누어 보관한 이유와 같습니다.

 우리 집 소는 이름이 ‘복순이’입니다. 2012년 전북 순창에서 소에게 사료를 주지 않아서 소들이 아사한 사건이 있었습니다. 그곳에서 구출된 몇 마리 소가 있었는데, 맡아줄 사람이 없다는 소식을 듣고 한 마리를 우리 집에서 기르고 있습니다. 얼마나 귀여운지 모릅니다. 우리 복순이는 우리와 함께 늙어가는 반려소입니다. 남편은 일을 벌여 놓기만 하고, 교육청으로 가버렸으니, 이 동물들의 뒷바라지를 아내가 도맡아 했지요. 평생을 그랬습니다. 세 번이나 교직에서 해직되고 뒷감당을 모두 아내가 했지요. 평생 미안하고 고마운 마음으로 살고 있습니다.

 논 700평에는 우렁이를 넣어 제초를 합니다. 논과 밭에는 비료 대신 닭장에서 나오는 퇴비를 뿌립니다. 유기농이지요. 유기농이 좋기는 한데, 힘이 듭니다. 올해는 미국 선녀벌레라는 외래종 해충이 극성이네요. 우리 집 밭은 물론 옆 산의 나무까지 하얗게 뒤덮었습니다. 밭에서 딴 옥수수를 바로 쪄먹는 맛, 빨갛게 완숙한 토마토를 따서 바로 베어먹는 맛, 닭장 올라가는 길에 오이를 따서 우적우적 씹어 먹는 맛, 아침에 일어나서 앞산에 걸린 구름을 보는 맛, 가로등 없는 깜깜한 밤에 쏟아지는 은하수를 바라보는 맛, 이런 맛으로 시골생활을 합니다.

 돌아가신 어머니가 이런 이야기를 해준 적이 있습니다. 60년 전쯤에는 봇짐에 각종 상품을 넣고 이곳 저곳을 다니면서 팔던 방물장수들을 하룻 밤 재워주기도 했는데, 우리 집에 묵었던 방물장수가 저를 보고 “이 아이는 평생 뭔가를 기를 팔자다”라고 했다던데, 젊은 때에는 교사를 하다가 이제는 소와 닭, 벼와 채소를 기르는 일을 하고 있네요. 그 방물장수가 용하긴 용합니다.

송대헌 (정책자문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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