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2년 11월호/372호] 정책_윤석열 정부가 뒤바꾼 2022 개정 교육과정
페이지 정보
본부사무처 작성일22-11-11 14:36 조회672회 댓글0건본문
윤석열 정부가 뒤바꾼 2022 개정 교육과정
교육부는 9월 28일부터 10월 8일까지 2022 개정 교육과정 시안 공청회를 열었다. 9월 19일에는 ‘국민참여소통채널’에 온라인으로 접수된 7,860건의 의견을 국민의 의견이라며 발 빠르게 보도하고 이를 반영할 것을 요구했다. 2022 개정 교육과정은 국가교육위원회를 거쳐 올해 안에 발표해야 한다. 국민 참여형을 지향했던 2022 개정 교육과정이 윤석열 정부에서 어떻게 달라졌는지 알아보기 위해 교육계의 목소리를 그대로 전달하고자 한다.
2022 개정 교육과정 시안에 대한 서울시교육청 입장문 2022.9.20.
지난 8월 26일 공개된 ‘초·중등학교 교육과정 시안’에는 지난해 대국민 설문조사와 다양한 교육 관련 기관의 협업을 통해 총론 주요 사항으로 기술되었던 미래사회 핵심가치인 ‘생태전환교육’, ‘민주시민교육’, ‘노동인권교육’ 등의 진술이 현저히 약화되어 표현되거나 표면화되지 않았다. 이에 총론 주요사항에서 밝혔던 내용을 원안대로 포함할 것을 강력하게 요청한다.
‘생태전환교육’은 기후 변화나 감염병 유행 등 인류의 지속가능한 발전을 위해 무엇보다 강조되어야할 교육임에도 불구하고 총론 주요 사항에 교육목표로 언급되었던 내용이 삭제되었다. 생태전환교육이 지향하는 핵심 가치가 학교급별 목표에 원래대로 분명하게 다시 진술되어야 한다. ‘민주시민교육’도 총론 주요 사항에 비해 이번 시안에는 교육적 가치가 축소되어 반영되었다. 국가교육과정에서 이러한 민주시민교육의 가치 약화가 ‘민주시민교육과’를 없애고 ‘인성체육예술과’로 통합하는 등의 교육부의 조직개편에도 나타난 것으로 보인다. 민주시민 교육은 교육기본법에 명시된 것으로 진영 논리와 관계없이 지속되어야 할 영역이다. 총론상 모든 학교급별 교육목표 및 교육과정 편성·운영 기준에 ‘민주시민’이라는 용어를 명시하여 모든 교과 각론에 민주시민교육이 포함될 수 있는 근거를 마련해야 한다.
‘노동인권교육’을 비롯한 일과 노동의 가치 구현 등의 내용도 총론 주요 사항에서와 달리 이번 총론 시안에는 아예 언급조차 되지 않았다. 학교급별 교육목표에 ‘일과 노동의 가치와 의미’ 관련 내용을 살려서 기술할 필요가 있다.
2022 교육과정 퇴행 규탄 기자회견, 전국역사교사모임 발언문 2022.9.28.
교육부는 9월 19일 기자회견에서 국민 상식에 부합하는 헌법정신에 따라 역사과 교육과정 개정을 추진하겠다고 하면서, ‘자유민주주의’, ‘대한민국 수립’ 등의 용어 서술 등을 정책 연구진에게 ‘보다 면밀히 수정 보완해 달라는 각별한 요청을 전달했다’라고 밝혔다.
‘자유민주주의’와 ‘대한민국 수립’ 등은 박근혜 정부 국정 교과서의 핵심 논리로, 국정 교과서 폐기와 함께 국민적 심판이 이미 끝난 상황이다. 그런데도 교육부는 보수 세력의 철 지난 이념 공세에 휘둘리며 정권의 요구에 따라 일방적으로 국정 교과서를 추진했던 과거의 잘못을 반복하고 있다. 이는 교육부 스스로가 말한 헌법정신을 위배하고, 연구진의 자율성을 심각하게 침해하는 것이다.
더욱 심각한 문제는 철 지난 이념논란에 가려진 고교 선택과목에 관한 것이다. 교육부는 연구진이 이미 개발한 역사 선택 과목 ‘역사 콘텐츠와의 대화’를 합리적 설명 없이 국민참여소통채널에 공개하지 않았다. 2022 개정 교육과정의 핵심인 고교학점제는 한 학기에 한 과목을 수강하는 구조이다. 따라서 고등학교 2~3학년은 4학기로 교과별로 최소 4개의 선택 과목이 필요한데, 역사과만 선택 과목이 3개로 발표되어 학생 선택을 존중한다는 2022 개정 교육과정의 취지를 실현할 수 없는 심각한 상황이다. 교육부는 이미 개발된 ‘역사 콘텐츠와의 대화’ 과목을 누락시킨 이유를 설명하고, 고등학교 역사과 선택과목 4과목 확보를 보장하라.
윤석열 정부 교육과정 총론 퇴행 규탄 기자회견, 특성화고 노조 발언문 2022.10.8.
특성화고 노동조합 조합원들이 학교에서 들은 노동교육은 1년에 2시간 집중하기 어려운 유튜브 동영상 강의, 200~300명이 함께 듣는 대강당 교육이었다. 회사에서 몇 도로 인사해야 하는지, 상사에게 잘 보이는 법, 명함을 건네는 방법 등 회사에서 눈치 보는 법을 배우는 게 학교의 노동교육이었다. 우리나라가 노동교육을 대하는 중요도를 그대로 보여주는 것이다. 이러니 졸업하고 나서 직장에서 괴롭힘을 당하고도 어디에 도움을 청해야 하는지, 나를 지킬 수 있는 법이 무엇이 있는지 알기가 어렵다. 취업하고 3년 동안 직장 내 괴롭힘으로 힘들어하며 약을 먹고 상담치료까지 받았던 조합원이 스스로 삶을 끝낼 생각까지 하면서도 어디에 도움을 청할지 몰랐다고 분노했다. 노동교육은 자존감을 키워주는 일이다. 회사를 다니며 당하고 살지 않으려면, 내 권리를 지키려면 노동교육은 필수다.
전교조 초등교육과정 성명서 2022.10.12.
첫째, 초등 국어에 매체 영역 신설을 즉각, 삭제해야 한다. 2022 개정 교육과정 총론에는 언어 소양, 수리 소양과 함께 ‘디지털 소양’을 기초 소양으로 정하고 ‘모든 교과를 통해 함양’하라고 한다. 아직 한글도 모르는 학생들에게 컴퓨터 자판 익히기를 강요하는 것이다. 디지털 미디어 소양 교육이 디지털기기 학습으로 전락한 반국어적인 초등 매체 영역을 삭제하고 충분한 한글 교육 시간을 확보하라.
둘째, 모든 교과의 초등 수준의 목표를 제시해야 한다. 교육과정 총론에는 초·중·고 급별 교육 목표가 따로 구분되어 있다. 급별 학생의 특성과 수준이 다르므로 성취해야 할 교육 목표도 다를 수밖에 없다. 그런데 각 교과 교육과정에는 급별 목표 구분 없이 초·중·고를 모두 묶어 최종적인 목표만 제시하였다.
셋째, AI 평가 도입과 일제고사를 삭제하고 교사평가권을 확보해야 한다. 2022 개정 교육과정은 빅데이터 분석, 인공지능 등의 ‘지능정보기술’을 활용하여 학생 맞춤형 평가를 활성화하겠다고 한다. 빅데이터 분석, 인공지능을 이용한 평가는 AI 도입 평가를 의미한다. 이러한 표준화된 평가는 배움이 느리거나 특별한 지원이 필요한 다양한 학생들의 발달을 촉진하기 위한 평가와 거리가 멀다. 또한, 학생들에게 실패의 경험을 주고 학습의 흥미를 떨어뜨려 학습 부진을 양산하게 된다.
이제는 만들자! 성평등한 교육과정! 기자회견문 2022.9.28.
교육부는 ‘2022 개정 교육과정 시안 관련 주요 국민 의견’ 요약자료에 ‘성 관련 용어 및 문장 기술에 대한 수정 요구’에 해당하는 내용을 사회, 도덕, 보건, 실과, 초등통합 등 여러 교과에 걸쳐 기술했다. 그 내용은 성소수자 용어 삭제, 성평등을 양성 평등으로 수정, 동성애와 성전환 관련 내용 제외, 낙태 관련 내용 삭제, 양성 이외의 성으로 해석될 수 있는 용어 삭제, 성적 자기 결정권이나 재생산권 용어 삭제, 성인지감수성이나 젠더, 정상가족신화 용어 삭제가 대부분이다. 차마 일일이 서술하기 어려울 정도로 차별적이고 혐오적인 의견들이다.
2022년 한국의 교육은 중대한 기로에 서 있다.하루가 멀다 하고 일어나는 페미사이드(여성혐오에 기반한 여성 살해)와 국가에서조차 존재를 부정하는 성소수자 혐오가 버젓이 살아있는 지금 교육의 역할은 자명하다. 교육은 100년을 내다보는 나침반이며 교육과정은 국가 공동체의 존망을 가르는 표준 지침이다. 작년 11월 교육부가 천명했던 바와 같이 ‘개인과 사회의 지속가능성’을 위해서는 모든 인간이 존재 자체로 살아가며 다양한 삶의 방식을 보장받고 서로 돌보며 평등하고 안전한 삶을 영위할 수 있어야 한다.
정리 : 정책위원회
댓글목록
등록된 댓글이 없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