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2년 11월호/372호] 교육자치_코로나19 상황에서 되돌아본 학교자치 진정한 학교자치는 모두가 주인일 때 가능하다(4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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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부사무처 작성일22-11-09 12:24 조회592회 댓글0건본문
코로나19 상황에서 되돌아본 학교자치
진정한 학교자치는 모두가 주인일 때 가능하다
오랫동안 닫혀 있던 학교 문이 열리기 시작했지만, 코로나19 상황에서 되돌아본 학교자치는 시작과 끝이 ‘교육부’였다. 교사들은 등교 개학과 온라인 개학의 변동 상황을 공문이 아닌 언론을 통해 들었고, 교사와 학생들의 목소리는 중앙 정부의 정책에 전혀 반영되지 않았다. 여기에서 우리는 교육에서 ‘자치’가 무엇인가에 주목해 봐야 한다. 학교자치를 하려면 학교를 어떻게 바라보는지 교육 주체의 인식이 중요하다. 우리는 지금까지 말로는 학교에 초점을 맞춰야 한다고 하면서 정작 교육청에서 학교에 자율과 책임을 모두 주는 것을 보지 못했다. 학교 현장에는 책임만 강조하고, 자율은 늘 교육부나 교육청의 전유물이었다.
학교는 학생, 학부모, 교사, 관리자, 공무직 등 다양한 교육당사자들이 모여서 운영되고 있다. 이러한 교육당사자는 각자의 시각에서 교육을 정의하고, 학교를 운영하고, 업무를진행하기 때문에 학교 운영과정에서 대립과 갈등을 겪을 수밖에 없다. 그러기에 학교는 교육당사자의 다양한 요구를 어떻게 실현할 것 인가가 중요한 화두가 되었다.
학교 자율 운영을 통한 학교자치 실현, 어떻게 해야 할까?
첫째, 학교 자율을 제약해 온 교육행정기관의 각종 규제를 철폐 또는 완화하는 것, 즉 학교를 상급행정기관으로부터 자유로운 상태로 보장하는 것이 필요하다. 예전에 비해 교육부 → 교육청 → 학교로 권한이 이행되고 있고, 교육 당사자의 자치기구는 학교자치 조례나 학부모회 지원 조례 등으로 제도 안으로 들어오고 있지만 여전히 교육 당사자들은 아직도 자신이 주인이라는 생각을 갖지 못하고 있다. 왜일까? 학교자치 조직의 문화가 민주적이지 못하기 때문이다. 어리거나 전문가가 아니라는 이유로 주인으로서 존중받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어린 사람이, 비전문가가, 더 열위에 있는 존재가 평등하게 인정받고 제약 없이 활동할 수 있을 때 진정한 학교자치가 실현된다. 학교자치와 민주주의는 함께 가야 한다.
둘째, 교사회, 학생회, 학부모회 등 교육 당사자가 학교운영에 참여할 수 있도록 제도적 통로를 만들어야 한다. 또한, 학교자치가 제대로 이루어지기 위해서는 교육 당사자들의 자치 기구가 모두 평등하게 주인으로 참여할 때만이 가능하다. 이를 위해서는 학교운영위원회에 학생도 참여할 수 있어야 하고, 교육과정위원회 등 모든 논의 테이블에 교육 당사자들이 동등한 비율로 참여해야 한다.
학교자치의 성공은 학부모에게 달려 있다
학부모가 협력자가 되는지 민원인이 되는지에 따라 학교자치의 성패가 좌우된다. 그런 측면에서 학부모가 학교자치의 협력 파트너로 함께 가기 위해서 어떤 것이 필요할까?1995년 5월 31일 발표한 5·31 교육개혁안은 획기적인 학교 자율 운영 정책을 반영하였다. 특히 학생과 학부모를 존중하는 교육을 추구하면서 그동안 권위주의와 폐쇄주의가 만연했던 교육현장을 투명하고 민주적으로 운영하겠다는 정책을 내놓았다. 그 대표적인 기구가 바로 학교운영위원회(아래 ‘학운위’)다. 물론 현재 학운위의 위상과 역할의 의미가 거의 없어졌지만 당시 학운위의 설치는 학부모가 법적으로 당당하게 학교에 참여할 수있는 통로를 처음으로 열어놨다는 점에서 의의가 크다.
참교육학부모회 회원들도 대부분 학운위에 참여해 졸업앨범 공개 입찰, 학교 급식업체 선정 및 검수, 교복공동구매, 체험학습 및 수학여행지 선정, 학생생활규정 토론회 등 좋은 사례와 성과를 만들어냈다. 하지만 이 과정에서 학부모 위원의 활동들을 달가와 하지 않고 오히려 억압하는 학교가 많았다. 학교에서는 학부모에게 ‘도움이 필요한 만큼만’ 해주기를 바라는데, 학부모가 그보다 더 앞서가는 것에 대한 불편함을 드러냈다.이러한 갈등을 겪은 학부모들은 ‘내가 이런 대우를 받으면서까지 애쓸 필요가 있을까’라는 낭패감과 무력감에 빠져 다음 해에는 굳이 학교 운영에 참여하려 하지 않는다. 이런 식으로 자발적인 학부모 참여 활동이 뜸해지면서 시간이 흐를수록 학운위는 형식적인 의견 개진과 절차만을 밟는 유명무실한 기구로 전락하고 말았다.
학부모들의 또 다른 학교 참여 형태는 ‘학부모회’다. 현재 대구를 제외한 전국 16개 시·도교육청에 학부모회조례가 제정되어 학교나 지역에서 예산을 받아 학부모회 사업과 활동을 펼치고 있다. 그럼에도 대부분의 학부모들은 이러한 활동에 참여하면서 자신이 교육주체로서 당당하고 자발적으로 활동하고 있다는 보람보다는, 임원이기 때문에 어쩔 수 없이 책임감과 의무감으로 임하고 있고 임기만 마치면 그만두고 싶다고 한다. 혁신학교 학부모들은 다른 학교에 비해 자발성이 높다고 하지만 속내를 들여다보면 그들 또한 일반학교 학부모들보다 이중, 삼중 역할로 피로감이 더 쌓인다고 호소하고 있다.
이유가 무엇일까?
학부모들은 여전히 학교에서 주인이 아닌 주변인이고, 주체가 아닌 대상으로서 학교가 요구하는 일만 해야 하고, 전문가가 아닌 비전문가에게 맡길만한 일에 최선을 다해주면 고마운 존재일 뿐이다. 학교자치를 제대로 구현하려면 각 당사자들에게 교육활동에 대한 결정권을 주고, 주체적이고 자발적인 활동을 보장하고, 진심으로 교육의 동반자로서 인정해야 한다. 주체성과 자발성이 주어지지 않은 상황에서는 어떤 의견도 낼 수 없고, 결국 학교에서 시키는 일, 학교가 원하는 일만 하게 된다.
학교와 학부모의 소통만이 해답이다
학교와 학부모 간에 신뢰를 형성하기 위해서는 학부모가 학교 교육을 이해하고 협력할 기회를 자주 만드는 것이 필요하다. 이러한 교육적 만남을 지속적으로 연결해 주는 것이 바로 학부모회다. 학부모회는 전체 학부모의 대의 기관으로서 학부모의 의견을 모을 수 있는 통로 역할을 해야 한다. 학부모회는 학년 학부모회, 학급 학부모회, 기능별 학부모회를 포함하는 대의원회를 구성하여 아래로부터 학부모의 의견을 모아서 학교에 전달해야 한다.
학부모회를 구성하는 기본토대는 학급 학부모회다. 학급 학부모회는 학교 교육의 민주화에 가장 핵심적인 단위이며 실질적인 역할을 할 수 있는 단위다. 학급 학부모회가 활성화되는 것은 우리 교육의 많은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근간이 될 수 있다. 건강하지 않은 학부모의 민원성 참견을 공동체의 힘으로 걸러내고, 교사와 학부모의 의사소통을 원활하게 이어주며, 학생의 교육과 성장에 교사와 학부모가 함께 협력하고 돕는 실질 단위가 될 수 있다. 그러기 위해서는 교사가 적극적으로 학급 학부모회 구성에 앞장서야 한다. 학교는 모든 학급의 학부모회 소통 채널을 구축하고, 모범 사례를 발굴해 제시하고, 이러한 활동이 가능하기 위한 지원을 해야 한다. 이를 기반으로 학급 학부모 대표는 정기적인 학급 학부모회를 열어 교사와 학부모의 의사 소통, 교육과정에 대한 논의, 학교 및 학급 운영에 대한 논의, 교실 안 학교폭력 예방에 관한 의견 개진 등 건강하고 발전적인 교육 활동에 앞장서야 한다.
학교 현장은 지난 3년 간 코로나19로 인해 무척 혼란스러웠지만 조금씩 안정을 찾아가고 있다. 중앙정부보다는 학교 구성원들이 일궈낸 성과라고 할 수 있으며 학교의 자생력을 검증할 수 있는 기회였다. 학교자치는 문건이나 정책으로만 존재해서도 안되고 가능하지도 않다. 전국에 1만 여개가 넘는 학교를 획일적으로 통제하는 것도 불가능하고, 그렇게 해야 할 이유도 없다.
이제는 학교공동체를 신뢰하고, 믿고 맡기는 데에서 학교자치가 시작되어야 한다. 교육공동체가 만들어 갈 학교 자치의 확대와 발전은 과거가 아닌 앞으로 나아가야 할 당연한 우리 교육의 모습이다.
김경희 (부회장/교육자치위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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