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2년 9월호/370호] 상담실 Q&A (11면)
페이지 정보
본부사무처 작성일22-09-07 11:23 조회625회 댓글0건본문
Q. 학교를 그만두고 싶다고 한다
기숙형 공립 고등학교 1학년에 재학 중인 딸을 두고 있는 아빠입니다. 아이가 얼마 전부터 잘 다니던 학교를 안 가겠다고 하는데 부모로서 어떻게 해야 할지 모르겠습니다. 중학교 때도 2~3학년 때쯤 학교를 안 가겠다고 한 적이 있는데 지금 학교를 안 가겠다고 하는 이유는 기존 학교체제가 싫고 자유롭게 공부하고 싶어서라고 합니다. 여행을 하거나 필요한 공부를 자발적으로 하는 공부를 하고 싶다고 하네요. 학교를 안 다니겠다고 해서 지역에 있는 청소년 상담 복지센터에서 상담을 두 번 정도 받았는데 상담사는 아이 상태로는 깨져버릴 수 있다며 아이가 빗나갈 수 있다는 이야기를 합니다. 또 심리검사에서 우울증이 있다는 결과가 나왔다고 합니다. 상담사와 부모 상담을 하고 난 후 아이를 위해 여러 가지 방법을 찾아보려고 하던 중 학부모 단체에 많은 정보가 있을 것 같아 연락을 하게 됐습니다.
저희 부부는 그동안 아이를 키우면서 공부보다는 주위를 둘러보는 사람이 되라는 교육관을 가지고 있었습니다. 하지만 한편으로는 현재 성적도 우수하고 교우관계도 원만한데 이 학교를 그만두고 싶다고 하는 아이를 이해하기가 힘들고, 대학을 나와 안정적인 삶을 살기를 바라는 마음도 있다 보니 아이의 뜻대로 결정을 하는 것이 정말 아이의 미래를 위해 옳은 결정인지 걱정이 됩니다. 아이와는 대화가 잘 통하는 편이라 이 일에 대해 이야기를 나눠봤고 아이는 2학기 중간고사 전까지 결정해서 알려달라고 합니다. 이제 여름 방학도 끝나고 2학기가 시작되었는데 마음만 조급해지고 어떻게 해야 할지 하루에도 몇 번씩 마음이 왔다 갔다 합니다.
A. 상담실입니다. 아이가 스스로 결정하고 학습하려는 의지가 강한 것 같습니다. 자녀가 원하는 학교에 진학했고 성적도 우수하고 교우관계도 좋다니 이 학교에서 공부를 마쳤으면 하는 부모님의 마음에 공감이 됩니다.
하지만 한편으로는 아침 6시부터 저녁 11시까지 학교에서 생활하는 아이의 고충도 이해가 됩니다. 중학교 때부터 학교 교육체계에 대한 불만을 가지고 있었다니 기숙학교에서의 생활은 더욱 힘들지 않았을까요? 다행히 자녀분과 정서적 관계를 잘 형성하여 대화가 잘 되고 있으며 이번 일을 해결하기 위해서 상담도 했다고 하니 아이는 지금 많은 기대를 하고 있을 것 같습니다. 아버님이 아이를 위해서 대안학교, 홈스쿨링에 대해 알아보고 계신다니 다행입니다. 하지만 대안학교나 홈스쿨링이 아이와 잘 맞을지에 대한 고민이 있으시고, 반대로 조금 더 버텨서 지금 다니는 학교를 졸업하고 대학에 진학하여 안정된 삶을 살았으면 하는 마음도 있으신 것 같습니다. 지금 아이의 고민이 사춘기 고등학생의 한때의 고민으로 넘어가기를 바라는 마음이 드는 것은 부모로서 너무나 당연한 마음이라고 여겨집니다. 그래서 고민이 더 크시겠지요.
하지만 부모의 욕심보다는 현재 아이의 상태를 잘 살피는 것이 필요한 것 같습니다. 심리검사 결과 우울 수치가 높게 나왔다고 하니 상담을 통해 아이의 심리상태를 좀 더 들여다보는 것이 필요해 보입니다. 담임 선생님과 상담은 아이가 만류하여 아직 못하셨다고 하셨는데 아이가 왜 담임 선생님과 면담을 하지 말라고 하는지 그 이유도 알아봐야 할 것 같습니다. 아이가 학교를 그만두고 싶어하는데 담임 선생님과 면담도 하지 않고 진행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습니다. 먼저 담임 선생님을 만나셔서 상황을 공유하시고 아이의 학교생활에 대한 얘기를 해보시기 바랍니다. 아버님이 서울 유학 경험이 있어서 자녀의 마음을 헤아릴 수 있다고 하지만 현재 자녀와 아버님의 상황은 다를 수 있습니다. 자녀가 무엇이 힘든지 구체적으로 이야기를 나눠보시기 바랍니다.
아이의 마음을 공감해주는 것은 필요하지만 무조건 아이의 결정대로 하도록 하는 것이 좋은 방법만은 아닙니다. 아이와 충분히 대화를 나누시고 이후에 대안을 찾아보셔도 늦지 않을 것입니다.
Q. 학생부장이 아이의 교복 바지를 찢었다
지방에 있는 사립중학교에 다니는 아들을 둔 엄마입니다. 이 학교는 아직도 상벌점제를 운영하고 있는데 아이가 벌점이 누적되어 ‘◦◦캠프’라는 프로그램에 참여하고 있습니다. 어제 등교시간에 프로그램 중 하나인 피켓 들고 구호를 외치는 활동을 하던 중 학생부장 선생님이 아이 교복 바지통이 좁다고 혼내면서 아이가 입고 있는 바지를 뜯었다고 합니다. 옆에 있던 학생이 속옷이 보인다고 하는데도 “너 때문에 짜증이 나네.” 하면서 다른 쪽 바지까지 찢었다고 합니다.
어제 저녁을 먹을 때 그 일을 알게 됐고 아이가 울먹이면서 말을 하는데 순간 너무 화가 나고 울컥했지만 진정하고 담임 선생님에게 전화를 했습니다. 저녁시간이라 그랬는지 담임 선생님이 전화를 안 받아서 오늘 학교에 찾아가 아예 학생부장 선생님을 만났습니다. 그런데 더 속만 상하고 왔네요. 솔직히 우리 아이가 모범생은 아니지만 최근에는 담임 선생님으로부터 수업 태도도 많이 좋아지고 있다는 얘기도 들었고 아이도 조금씩 잘해보려고 마음을 먹고 있던 중에 이런 일이 생겨 더 신경이 쓰입니다.
학생부장 선생님은 벌점이 누적되어 교복바지를 찢었다는데 학교생활규정 그 어디에도 바지를 찢는다는 벌은 없습니다. 저를 빤히 보며 아무렇지 않게 얘기하는 학생부장 선생님의 모습에 기가 막힐 뿐입니다. 학생부장 선생님과 대화내용도 다 녹취했습니다. 제가 교복바지를 찢는 게 올바른 교육 방법이냐고 묻자 교육방법에 답이 있냐며 오히려 자신의 행동이 교육적인 것처럼 말을 했습니다.
더 이상 대화가 되지 않아 교감 선생님과 담임 선생님을 같이 만나 이 일에 대해 말했습니다. 두 분도 학생의 교복을 찢는 건 잘못이라며 학생부장 선생님을 불렀는데, 그새 출장을 갔다고 해서 못 만났습니다. 집에 와서 생각해보니 학생부장 선생님에게 사과를 받지 못한 게 너무 속상하고 우리 아이가 그런 일을 당한 걸 생각하면 너무 화가 납니다.
A. 상담실입니다. 등교시간에 많은 학생들 앞에서 아이가 느꼈을 수치심을 생각하니 얼마나 속상하셨을까요. 속옷이 보일 정도로 골반 부위까지 찢어진 바지를 입고 있었다니 중학생이 감당하기 힘든 상황이었겠습니다.
일단 아이가 받았을 마음의 상처를 잘 위로해주시고 학생부장 선생님의 행동은 잘못된 것이라고 말씀해주세요. 어른도 실수를 하고 잘못을 저지르는 똑같은 사람이라는 것을 이미 알고 있을 나이이고, 잘못을 인정하고 책임지는 모습을 보이는 것이 실추된 어른의 권위를 세우는 길입니다. 학생부장 선생님을 만나 어머님의 의견을 분명히 전달하시고 아이에게 사과할 것을 요구하시기 바랍니다. 아이가 소위 ‘문제 학생’이라고 해도 함부로 대하거나 차별할 수 있는 권리는 누구에게도 없습니다. 상벌점제를 두어 학생을 관리·감독하는 방식은 비교육적이고 반인권적입니다. 그런데 잘못된 규정에 근거하더라도 아이는 ○○캠프라는 벌점 누적의 처벌을 받고 있습니다. 벌점 누적으로 바지를 찢었다는 것은 구차한 변명일 뿐입니다.
다행히 교감 선생님이 학생부장 선생님에 대한 지도에 최선을 다하겠다고 약속하셨으니 이런 일이 재발하지 않도록 교사와 학생들을 대상으로 인권교육을 학교에 제안해보시면 좋겠습니다. 학생부장 선생님도 체벌이나 기합 등을 교육으로 알고 자랐을 것입니다. 학생과 교직원에 대한 인권교육을 학부모회나 학교운영위원회에 제안해 보시는 것도 좋을 것 같습니다. 잘못된 일을 제대로 사과하고 바로 잡는 것이 아이를 위한 또 다른 교육의 기회가 될 것입니다.
댓글목록
등록된 댓글이 없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