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2년 9월호/370호] 동북부지회-만 5세 조기입학 정책 반대 집회 참여 후기 (8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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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부사무처 작성일22-09-07 11:00 조회584회 댓글0건본문
만 5세 조기입학 정책 반대 집회 참여 후기
지난 7월 29일 윤석열 정부의 교육부가 초등학교 입학 연령을 현행 만 6세에서 만 5세로 앞당기는 학제 개편안을 발표했다. 교육부의 이러한 정책의 발표 이유는 표면적으로는 저소득층의 아이들을 1년이라도 빨리 공교육을 받을 수 있게 해서 교육격차를 줄이려는 것이고, 저출산 문제 해결을 위해서 학생들을 사회에 빨리 진출하도록 하기 위해서라고 한다. 갑자기 어디서 본 적도 없는 정책을 들고 나와서 교육부장관과 대통령은 스스로를 아주 좋은 정책을 발표한 듯이 자랑스럽게 발표했다. 예전에도 이러한 정책을 추진한 적이 있었다고 하면서... 그러나 어떤 정책을 내놓았다는 것만 보았을 뿐 그것이 왜 시행되지 못했는지는 살펴보지 않은 듯하다. 역시나 정책을 내놓자마자 교원과 전문가, 학부모를 비롯한 국민들 전체에서 반대 목소리가 터져 나와 급기야는 범국민연대까지 발 빠르게 구성되어 서명운동, 기자회견, 반대 집회 등을 열게 되었다.
우리 지회에서도 연대하여 일주일 동안 용산 대통령 집무실 앞에서 이루어지는 반대집회에 두 번(참학 주관, 총력 집회) 참여했고, 강득구 의원실이 주관하는 설문조사를 온라인으로 공유하여 독려하는 등 다방면으로 참여하였다. 설문조사에서는 초등학교 입학 연령 하향에 대한 반대 의견이 98%가 나와 교육 주체들은 확실한 반대 의사를 표명했다. 집회에는 햇볕이 내리쬐고 뜨거운 온도에도 불구하고 많은 사람들이 참여했다. 휴가철이라 휴가를 떠날 사람도 있었고 나처럼 휴가를 갔다가 부랴부랴 되돌아 온 사람도 있었다. 기온보다 더 뜨거운 보도블록에 앉아서 내리쬐는 햇살을 받고 있으려니 땀이 비오듯 흐르고 머리도 어질어질했다. 하지만 이러한 나쁜 정책이 실행되어서는 안 된다는 다짐으로 함께하는 여러 사람들을 보며 나 또한 참을 수 있었던 것 같다.
범국민연대에서 나온 반대의 이유로는 첫째, 절차가 잘못되었다는 것이다. 학제 개편은 학생 개인의 인생을 바꿀 수 있는 만큼 중요한 사안인데, 교육주체들에게 사전에 아무런 이야기도 없이 진행되었다. 보통은 이런 중요한 정책을 만들면 다양한 이해관계자들과 논의와 토론 등 의견을 묻는 작업이 필요하지만 그런 절차 없이 졸속 발표했다.
둘째, 이 정책은 교육부가 들고 나온 목표를 이룰 수 없다는 것이다. 교육격차를 해소시킨다는 말은 현재 5세 이하의 영유아 교육과 보육체계가 교육격차를 유발한다는 것인데, 우리 국민 중 누구도 교육격차의 근본 원인을 초등입학 연령 때문이라고 생각하지 않는다. 고교서열화, 대학서열화 같은 근본 원인을 해결하지 않고서는 교육격차 문제는 계속될 것이다.
셋째, 만 5세 유아의 발달과정에 대한 이해 없이 추진되었다. 보육과 교육은 다르며 만 5세의 아이들에게는 놀이 중심 교육이 되어야 하고 네모난 공간의 책상 앞에 앉히는 것은 유아기 특성에 맞지 않다.
넷째, 영유아 보육체계를 붕괴시킬 것이다. 영유아를 보호하고 교육하는 유치원과 어린이집 종사자들의 일터를 뺏는 것과 아울러 학교 돌봄 체계의 혼란과 교원의 업무 가중 등 지금의 현실을 모르는 정책이라는 것이다.
다섯째, 아이들을 더 일찍 사교육 시장으로 내몰아 교육격차는 더 커질 것이다. 학부모들은 초등입학을 대입 경쟁의 시작으로 보고 있다. 따라서 1년 일찍 유아들을 잔인한 경쟁교육으로 내모는 것으로 이제 막 뿌리를 내리기 시작한 ‘유아 중심-놀이 중심 교육과정‘ 또한 파행적인 교육과정으로 변질되는 불행한 결과를 가져오게 될 것이다. 아이들의성취는 성적으로 줄세워져 또 다시 부모의 경제력이 좌우하는 사교육에 더욱 크게 의존하게 될 것이며 이로 인해 한국 사회의 교육 불평등이 가속화될 것이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이 정책은 이미 30년 전부터 학부모로부터 외면받은 정책이라는 점이다. 1997년부터 이미 교육법과 초중등교육법에서 만 5세 유아의 초등학교 입학을 허용한 이후부터 지금까지, 우리나라에서는 학부모가 원하면 만 5세 유아도 초등학교에 입학할 수 있다. 그러나 시행 첫 해인 1997년에는 5,849명이 조기 입학했지만 2021년에는 537명에 불과했고, 오히려 초등학교 취학유예 아동은 2020년 20,654명이나 되었다. 만 5세 조기입학은 실패한 정책으로 이미 결론이 난 것이다.
여러 교육전문가와 교사, 학부모 등 여러 의견이 모아져 나온 것을 볼 때 정부의 정책은 명분이 없고 잘못된 것이라는 판단이 더 확고해졌다. 다행히도 국민들의 절대적인 반대의견 개진으로 만 5세 조기입학 건은 없던 일이 된 것 같다. 그러나 정부는 만 5세 조기 입학 정책 실패 후에도 계속해서 교육을 후퇴시키는 정책을 내세우고 있다. 우리는 감시를 소홀히 하지 말고 매의 눈으로 지켜봐야 할 것 같다. 자사고·외고 등 특권학교를 존치시키고, 혁신학교를 없애려 하고, 일제고사라고 하는 학력평가를 부활시키려 하고 있다. 또한, 유·초·중·고에 쓰였던 지방교육재정 교부금을 대학에 지원하려는 것도 큰 문제다.그래도 좌절만 하고 있을 수는 없다. 집회에서 너무나 덥고 뜨거운 속에서도 열정적으로 노래 부르고 외치고 하며 잘못된 정책을 바로잡으려는 젊은 부모님과 선생님들이 많이 나와준 것을 보며 희망이 생겼다.
박현화 (서울동북부지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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