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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년 10월호/371호] 정책_국가교육위원회와 시민사회의 과제 (10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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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부사무처 작성일22-10-07 11:47 조회633회 댓글0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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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가교육위원회와 시민사회의 과제


국가교육위원회의 설립 배경

 한국교육의 일대 전환이 필요하다는 인식이 나타난 지 40년이 지났습니다. 그동안 역대 정부는 교육개혁을 표방해 왔습니다. 특히 1995년에 시행된 5·31 교육개혁은 강력하고 광범위한 개혁 조치였습니다. 그러나 한국교육의 병폐와 모순은 여전합니다. 왜 그럴까요? 전면적 전환은 광범한 공감대 형성과 추진 동력, 그리고 치밀한 추진 계획을 필요로 하고, 교육 현장에 뿌리내려 효과를 보기까지 상당한 시간을 견뎌내야 합니다. 정부에서 혁신적인 정책을 수립하여 강력하게 추진하면 된다고 보는 것은 독재 정권에서나 가능한 얘기입니다. 한국사회는 선진국 추격형을 벗어나 나름 선도적 모델을 개척할 단계에 이르렀고, 국내적 위기와 모순만이 아니라 전 지구적 위기와 모순에 대응하고 극복해 갈 방안을 마련하고 더욱 성숙한 민주주의 시민사회를 구축해야 할 시기에 처해있습니다. 이제 새로운 교육의 구현은 선택 과제가 아니라 절박한 시대적 과제입니다.

 

 새로운 교육을 구현하기 위해서는 이를 추진할 새로운 정책 시스템의 구축이 필요합니다. 현재의 정책 시스템은 중앙정부와 결합한 소수의 관료와 전문가에 의해 좌우되고 있습니다. 이런 시스템 하에서는 교육 현장 주체와 시민사회의 참여에 바탕한 역동적인 전환이 추진되기 어렵습니다. ‘개혁’을 표방하면서 보신 중심의 관료주의와 기업의 이익 중심의 시장주의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정부의 행태를 반복해서 봐야만 했습니다. 새로운 정책 시스템은 교육 현장 주체와 시민사회가 참여하는 자치분권과 교육 거버넌스가 기반이 되어야 합니다. 지방자치분권 시스템의 강화를 통해 학습자의 삶과 시민의 요구를 담아내는 세심한 정책이 펼쳐져야 합니다. 또한 새로운 사회적 가치들에 대해 사회적 합의를 모아내는 교육 거버넌스 체제의 수립이 필요합니다. 정부에 의한 일방적인 정책 수립만으로는 사회적 합의가 이루어질 수 없기 때문입니다. 정부와 시민사회가 함께 정책 결정에 참여하는 민관 거버넌스 체제를 통해 지향해야 할 사회적 가치와 추진해야 할 의제들에 대한 사회적 합의를 형성해내는 새로운 정책 시스템에 필요합니다.

 

국가교육위원회의 역할

 국가교육위원회의 역할은 법률안에서 ① 국가교육 발전계획 수립 ② 국가교육과정 수립 및 고시 ③ 교육정책에 대한 국민의견 수렴 조정 ④ 국민참여위원회의 구성 및 운영 등을 명시하고 있습니다. 이런 역할 규정은 단임제 대통령 체제에서 교육개혁이 전면적으로 추진되지 못하는 한계를 넘어서기 위한 것입니다. 국가교육위원회는 정권을 초월하여 지속적, 중장기적 교육혁신을 이끌 기구입니다. 앞서 말씀드린 대로 한국교육을 일대 혁신하기 위해서는 광범한 공감대 형성과 추진 동력, 그리고 치밀한 추진 계획을 필요로 하고, 정책이 교육 현장에 뿌리 내려 효과를 보기까지 일정한 시간을 견뎌내야 하는 등의 조건이 필요합니다. 이는 곧 새로운 정책 시스템이 필요하다는 것입니다. 국가교육위원회야말로 새로운 정책 시스템을 지향하는 국가 기구입니다.

 따라서 국가교육위원회는 전문가와 관료 출신 위주로 구성된 타 위원회와는 달리 다양한 교육 주체들이 모인 합의제 행정위원회이며 특히 학생·청년, 학부모 각 2명 이상씩 위원으로 참여합니다. 또한 위원회가 21명으로 구성되는 한계를 보완하기 위해 수백 명 단위로 구성하는 국민참여위원회를 산하 상설기구로 운영합니다. 그리고 주요 정책 의제들을 사회적 협의를 통해 사회적 합의로 이끌어 결정합니다. 이런 국가교육위원회의 정책 시스템은 시도 단위, 시군구 단위로 확산되어 지방 자치분권과 결합한 민관 거버넌스 체제를 전면적으로 구축하는 길을 열 것입니다.

 

국가교육위원회 설립 진행 상황

 그러나 현 정부 들어 국가교육위원회의 전망은 어둡습니다. 국가교육위원회는 법률 통과 1년 후 설립하게 되어 있습니다. 지난 7월 21일이 설립되어야 하는 날이지만 9월 20일 현재 설립 추진 중입니다. 위원회를 구성해야 하는데 위원장조차 내정되지 않은 상태입니다. 더욱 심각한 것은 직제와 예산입니다. 역할을 제대로 수행하기 위해서는 조직이제대로 갖추어지고 예산이 뒷받침되어야 하지만 현 정부는 전혀 그럴 의지가 없어 보입니다. 9월이 되어서야 정부에서 국가교육위원회 직제안을 입법예고했습니다. 사실 국민의힘에서는 반대한 법률안이었기에 어려움이 있을 것이라고는 예상했지만 내놓은 직제안은 예상을 넘어선 내용입니다.

 정부의 직제안은 국가교육위원회가 위원장이 장관급인 ‘초정권적인 독립기구’로 설치되어야 한다는 국회의 입법 취지를 완전히 무시하고 대통령 자문기구였던 ‘국가교육회의’ 회의 수준으로 그 역할을 격하하는 것이었습니다. 국가교육위원회처럼 대통령 소속으로 설치된 방송통신위원회는 3개국에 1개 운영지원과를 두고 있으며, 그 공무원 정원이 234명에 이릅니다. 그런데 국가교육위원회 직제안은 국이 아닌 3개과이며, 국가교육회의 정원이 41명이었는데, 국가교육위원회 정원은 31명에 불과합니다. 교육부의 공무원 정원이 무려 640명에 이른다는 점을 감안하면, 그 5%에 불과한 인력으로는 국가교육위원회가 법에서 규정한 업무를 제대로 수행하기는커녕 ‘교육부의 들러리를 서는 식물기구’에 머물 것입니다.

 

향후 과제

 촛불시민이라는 주체와 촛불에서 나타난 절실한 사회 전환의 요구를 제대로 발전시켜내지 못한 것이 지난 정부의 가장 큰 실책이었습니다. 국가교육위원 법률 추진도 시기가 너무 늦었으며 시민사회와 같이하지 못했습니다. 그 결과가 현재의 참담한 모습입니다.그러나 정부의 책임으로만 돌릴 수는 없습니다. 시민사회가 본격적으로 새로운 교육에 대해 논의하고, 전략을 수립하기 위한 치열한 노력을 기울여야 할 시점입니다.

 전면적인 교육의 전환을 꾀하는 흐름이 시민사회에서 강력하게 대두하고, 정부와 지자체, 교육청이 시민사회와 거버넌스 체제를 구축하도록 압박하여 상시적으로 시민사회의 논의를 수렴해가도록 한다면 그것이 곧 새로운 교육을 준비하는 과정이고, 국가교육위원회를 살려내는 방안이라 할 수 있을 것입니다. “절망의 가지 끝에서 희망의 새싹이 돋습니다.” 2008년에 한 말이었습니다.

 

황호영사진.jpg

황호영 (전 국가교육회의 지역사회협력특별위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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