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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년 12월호/373호] 교육현장 이야기_2022 경기도교육청 마을교육공동체 - <놀이로 만나는 건강> 꿈의학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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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부사무처 작성일22-12-07 17:59 조회566회 댓글0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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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 경기도교육청 마을교육공동체 - <놀이로 만나는 건강> 꿈의학교를 마치며

 

코로나 팬데믹을 겪으며 인간의 삶에 있어서 건강의 의미를 그 어느 때보다 많이 생각하게 됩니다. 흔히 건강이라 하면 몸의 건강을 떠올리게 되는데 세계 보건기구(WHO)의 헌장에 의하면 ‘건강’이란 단순히 질병이 없는 상태가 아니라 육체적, 정신적, 사회적으로 완전히 안정된 상태를 말합니다. 또한 모든 사람들이 가능한 최상의 건강 수준에 도달하도록 하는 것이 WHO의 목표라고 합니다. 팬데믹 3년을 보내면서 그리고 기후위기의 재난과도 같은 암울한 현실을 겪으며 이제 건강은 인간 개인을 넘어 지구적으로도 너무나 중요한 시기에 살고 있습니다. 자연에서 유일하게 쓰레기를 남기는 인간이 저지르는 탐욕의 결과로 지구는 더 이상 버티기 힘든 상황입니다. 뜨거워지는 지구의 생명력은 탄소중립의 시기로 잡은 2050년이 아니라 채 10여 년도 안될 것이라고 바라보는 과학자들도 있습니다. 유엔환경계획(UNEP)에 따르면 과학자들이 발견해 학명을 지어준 종이 모두 2백만 종인데 인간의 욕심으로 인해 세계적으로 하루평균 136종의 생물이 사라지고 있고 우리나라에서도 매년 250~300종의 야생동식물이 멸종되고 있다는 것이 환경부의 추산입니다. 더욱 걱정스러운 것은 멸종의 속도가 매우 빨라지고 있다는 것이지요. 더 늦기 전에 기꺼이 삶의 불편을 감수하고 이 재난들에 대응해야 다음 세대에 희망을 가질 수 있을 거라는 생각을 하며 놀이를 통해 삶을 익히는 우리 아이들과 세상 모든 생명들의 건강에 대한 생각들이 이번 꿈의학교의 주제가 되었습니다. 

경기도에서는 학교에서 담아내지 못하는 주제활동들을 통해 마을과 학교를 연결해주는 역할을 하는 꿈의학교가 아이들에게 또다른 소중한 배움의 현장이 됩니다. 부천시 원미동에 자리잡고 있는 부천 의료복지 사회적 협동조합(이하 ‘의료사협’)에서는 올해 놀이로 만나는 건강이라는 주제로 꿈의학교를 진행하였습니다. 의료사협에서 중요한 키워드 ‘건강’과 아이들에게 “배움”이라는 교육의 주제를 자신이 살고 있는 가까운 동네, 마을에서 자연스럽게 그리고 즐겁게 경험할 수 있는 방법 ‘놀이’가 만났습니다. 그동안 코로나로 말을 배우는 시기의 어린 아이들은 마스크 생활로 입을 볼 수가 없어서 말 배우는 시기가 많이 지연되기도 하고 초등학교에 입학한 아이들도 서로 만나지도 또 어울려 놀 수도 없는 2년여 시간을 보내면서 1학년을 마쳐가던 어떤 아이는 친구들도 제대로 못 만나고 온라인 화면으로 배우는 교과서의 내용을 도대체 알 수가 없어서 내년에 다시 1학년을 다니고 싶다고 하는 지경에 이르렀습니다. 그렇게 모든 것을 단절시키고 왜곡시킨 코로나 2년을 보내고 올해는 서서히 멈추었던 꿈의학교 활동도 시작하여 지난 5월 21일부터 10월 22일까지 20회기를 끝으로 마무리하였습니다. 

<놀이로 만나는 건강>이라는 꿈의학교 이름처럼 놀이를 좋아하는 아이들과 그 부모님들이 생각보다 많이 신청해주셨고 또 예상보다 초등 저학년 친구들이 많이 모이게 되었습니다. 부천지역에서 꿈의학교 모집대상에 초등 저학년이 참여할 수 있는 프로그램이 상대적으로 적었던 탓인지 코로나 이후 마땅히 어울려 놀 분위기도 형성되지 못한 채 심심해하는 아이들에게 부모님들께서 지원을 많이 하신 듯한데 심지어 한 집에서 세 명의 형제들도 참여하기도 하였습니다. 보내시는 부모님의 마음 너무나 이해가 되었습니다. 또 처음으로 초등학교를 다녔을 새내기 1학년부터 고학년인 5학년 아이들까지 서로서로 어우러져 자연스레 무학년제(?)를 경험해보는 아주 좋은 기회가 되었습니다. 

올해 꿈의학교에서는 나의 건강, 이웃 건강, 지구 건강이라는 소주제로 삼삼오오 모둠을 지어 진행하였는데 매시간 몸풀기로 시작과 마무리를 하였습니다. 에너지 넘치는 다양하고 창의적인(?) 모습들이 펼쳐집니다. 예전부터 해질녘까지 뛰어놀던 우리 아이들은 역시나 놀면서 배운다는 말이 딱 들어맞는 거 같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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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 번째 <나의 건강> 프로그램에서는 먼저 우리 동네 주치의에게 듣는 건강강좌로 나를 아는 주치의, 의사샘이 직접 아이들을 만나는 시간이 마련되었습니다. 병원 말고 다른 데서 의사샘을 만난다는 경우가 거의 없는데 부천시민의원에서는 가능했습니다. 바로 환자를 잘 아는 ‘아는 의사’ 개념이라든가 ‘주치의제도’가 있었기 때문입니다. 부천시민의원의 하정은 원장님께서 직접 어린이 건강과 안전에 대하여 아이들의 눈빛을 맞춰가며 수업을 진행해 주셨습니다. 병원에서만 만나는 의사 선생님을 꿈의학교 활동공간에서 만난 아이들은 마냥 신기한 눈빛을 하면서도 귀를 쫑긋합니다. 또 아이들에게 인바디 측정기로 자신의 몸 상태도 직접 체크해 보고 나의 몸의 감각을 깨우고 느껴볼 수 있는 다양한 먹거리 재료들을 이용해 쌀로 만든 떡반죽으로 직접 바람떡을 만들어보기도 하고 과일과 채소들을 직접 만져보고 향기도 느끼며 재료삼아 다양한 음식들을 만들어 보기도 하였습니다. 집에서 직접 칼질해본 경험이 없는 1학년 친구들도 사뭇 열심히 썰고 진지하게 만들어갑니다. 살짝 칼에 베인 친구들이 두어 명 있었지만 몇 회를 참여하는 동안에도 이렇다 할 큰 사고는 나지 않았습니다. 우리 아이들이 칼질의 위험(?)을 감수하면서 썰어보는 직접경험에 도전하는 것을 통해 안전을 익히고 배워가는 시간을 가졌기 때문입니다. 외국의 어느 나라에서는 동네 놀이터에 톱을 일부러 두는 경우가 있었는데 그 의미가 충분히 이해되었습니다. 또 조금 번거로울 수 있기는 하지만 일회용 비닐장갑을 쓰지 않기 위해 손을 깨끗이 씻고 음식을 만들었습니다. 코로나로 달라진 생활습관 중 하나가 손 씻기여서인지 줄지어 손 씻는 모습이 아주 자연스러웠습니다. 다음으로 자신의 마음의 건강을 체크해 보는 활동으로 나의 감정 돌아보기를 하였는데 스티커 붙이기 활동의 결과는 의외로 자신이 사랑받음을 느끼고 기쁘고 안정감, 평화로움을 느끼기보다는 피곤 하고 슬프고 걱정됨을 느낀다고 나왔습니다. 아이들의 부모님들께서는 잘 모르시는 거 같았습니다. 가정에서도 아이들의 마음을 헤아려주고 보살펴 주는 게 필요해 보입니다. 또한 아이들이 커가는 동안에 사랑이 부족할 때 그들은 때론 가장 사랑스럽지 않은 모습으로 사랑이 필요함을 표현한다는 것을 생각해보면 아이들에 대한 부모님의 사랑은 아무리 흘러넘쳐도 과하지 않은거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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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웃건강>의 주제에서는 내가 살고 있는 동네의 골목과 공원을 직접 찾아 방문하여 줍깅(?)을 하였는데 생각보다 깨끗하게 유지된 골목길에 이따금 길가 화단이나 배수구에서 엄청나게 많은 담배꽁초가 울 친구들의 눈에 많이 띄는 바람에 마지막 한 개까지도 열심히 주워 봉투에 담으니 지나가시는 어른들께서 아이들에게 칭찬 가득 주시고 덕분에 울 친구들 어깨가 으쓱해집니다. 줍깅을 하며 골목골목 다니는 동안 공기가 통하지 않는 아스팔트 길과 시멘트 벽 사이로 초록의 풀이 자라고 있음을 신기하게 바라보며 아스팔트 콘크리트 도시에 사람뿐만 아니라 생명들이 살아가고 있음을 느낍니다. 몇몇 친구들은 어디서 구해온 지팡이(?)를 크로스하며 스스로 지구를 지키는 용사 되기를 맹세하기도 합니다. 뜨거운 여름 날 허리숙여 줍깅을 열심히 해서 땀범벅에 힘들다 하더니 바로 건너편 야산의 공원에 발딛는 순간 누가 뭐라 할 것도 없이 즐겁게 뛰어놀면서 이제는 도심에서 보기 힘든 커다란 참개구리도 만나 신기한 듯 만져도 보고 인사도 나누며 맘껏 뛰어놀 수 있는 아지트가 생겼다며 다음에 이 곳에 또 오자고 선생님을 졸라댑니다. 역시나 아이들에게 자연은 둘도 없는 교사이자 교과서이자 놀이터입니다. 그곳에서는 선생님들을 찾는 일도 별로 없고 심심하다 지루하다고 말하는 아이들도 없습니다. 주변의 모든 풀과 나무와 거미와 메뚜기와 사마귀와 나비들 지나가는 고양이조차 모두 관심의 대상입 니다. 정신없이 놀다가도 대상물이 생기면 한동안 뚫어져라 쳐다봅니다. 고도로 집중하는 모습을 볼 수 있습니 다. 자연을 벗삼아 스스로 성장하는 아이들. 그들은 그런 사람들이었습니다. 배움으로의 교육은 여기에서부터 출발해야 한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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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구건강> 프로그램을 위해 이웃 동네에 있는, 쓰레기를 만들지 않는 생활용품점인 제로 웨이스트샵 ‘바람 가게’를 방문하였습니다. 집에서 가져 온 전선들, 병뚜껑, 우유팩을 직접 분리배출하고 천으로 된 필통에 지구사랑 그림도 그려 넣고 선물로 주신 스텐 빨대를 신기하게 바라보는 경험도 해보면서 자연에서 유일하게 쓰레기를 만드는 사람들이 되지 않기를 다짐해봅니다. 

또 ‘용기내(?) 캠페인’에 동참하는 의미로 씩씩하게 용기를 내서 동네에 있는 재래시장인 원미시장을 방문하여 1회용 검정 비닐봉지 대신 떡볶이, 김밥, 튀김, 제철 과일을 직접 장 보기를 해서 선물로 받은 스텐용기와 천그물 주머니에 담아 가져온 먹을거리들로 맛있게 나누어 먹었습니다. 마침 원미시장 상인회장님께서 방문하는 가게에 아이들의 방문을 사전에 알려주시고 당일 직접 나오셔서 사진도 담아주셨습니다. 

 

봄에 시작한 꿈의학교가 어느새 가을을 맞은 어느 마지막 날, 졸업식을 가졌습니다. 한 친구가 “선생님 바람 냄새가 달라졌어요”하고 말합니다. 신기하게도 아이들은 생각보다 감각적으로 직접 몸으로 계절의 변화를 느끼고 말합니다. 처음 시작했을 때처럼 몸풀기로 시작을 열고 의료사협의 이영주 이사장님께서 한 명 한 명 졸업장을 전해주십니다. 저학년 친구들은 6학년도 아닌데 졸업장을 받는 것에 조금 쑥스러워하면서도 뿌듯한 표정으로 씩씩하게 받습니다. 이제 <놀이로 만나는 건강>의 꿈의학교과 정을 모두 마쳤습니다. 주말 토요일에 꿈의학교에 가기 귀찮을 법도 한데 개인 사정 있는 몇몇 아이들 제외하고는 제법 출석률이 높습니다. 심지어 학교 시작 시간 전에 오는 아이도 있 습니다. 졸업식을 마치고 돌아가기 전 몇몇 아이들이 교사에게 다가와 귓속말을 합니다 “선생님 내년에도 이 학교 또 하면 좋겠어요. 그리고 선생님이 또 우리 선생님 해주면 좋겠어요” 

함께 꿈의학교를 운영하신 선생님들이 정말 애써주셨는데 함께 했던 저도 이 말 듣는 순간 저도 모르게 눈물이 핑 돌았습니다. 그 정도면 꿈의학교 수업이 그런대로 괜찮았던 거로 생각하기로 하였습니다. 일선에 계시는 학교 선생님들께서도 아이들에게 이런 이야기를 많이 들으시는 날들이 많아진다면 다니는 아이들도 행복하고 선생님들도 보람되시지 않을까 생각 들었습니다. 현실은 아이들도 선생님들도 지치고 피로한 거 같아 안타깝기 그지없습니다만... 

우리가 잠시 빌려 쓰는 지구가 사람들이 부리는 욕심과 편리로 몸살을 앓고 있습니다. 아이들이 먼저 느낍니다. 그리고 그들은 무엇이 필요한지도 알고 있었습니다. 더 이상 바다에 쓰레기산(?)이 만들어지지 않기를, 알바트로스 엄마새가 플라스틱 조각을 아기새에게 밥으로 주어 아기새가 크지도 못한 채 죽어가는 일이 없기를... 울 친구들이 꿈의학교를 통해 동네에서 마을에서 이웃 어른을 만나면서 나와 이웃과 지구의 건강을 위해 놀고 배우고 느끼고 실천하며 성장하는 시간이었습니다. 배우며 스스로 성장하는 아이들이 한없이 이쁘게만 보였습니다. 영국시인 워즈워드의 말처럼 어린이가 어른의 아버지이기도 합니다. 꿈의학교에서 아이들 간에도 또 교사들도 서로 이해하고 친구들과 언니 오빠, 누나, 동생들과 배우며 성장하는 시간을 보냈음에 감사한 날들이었습니다. 

 

“아이들이 크려면 온 마을이 필요하다.” 이 말은 코로나 시대에 더욱 절실하고 필요하게 되었습니다. 학교에 가지 못하는 아이들이 안전한 마을에서 놀이를 통해 배움과 성장을 하는데 마을 교육공간과 마을활동가들이 함께 공동체를 이루어 곳곳에서 아이들을 만나는 동안 분명 우리 아이들의 얼굴은 환하게 미소지었으리라 짐작해봅니다. 그리고 우리 모두와 지구 생명들의 건강과 공존을 위하여 아이들의 말대로 내년에도 계속 이어지는 꿈의학교가 되기를 꿈꿔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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덧붙이는 말 : 부천지역에서는 최근 몇 년 동안 마을과 학교를 연결하고자 발로 뛰어 다니며 애써주시고 있는 지역 교육청의 한 장학사님의 열정과 마을 활동가분들과 마을 교육 공동체를 이루어 운영된 덕분에 마을 활동과 꿈의학교 활동들이 아주 활발하게 지역에서 자리잡고 있습니다. 자신이 살고 있는 마을에서 우리 아이들이 좀더 행복해지는 공간과 시간인 ‘꿈의학교’가 지역교육의 수장이 바뀐다 해도 꾸준히 지속가능할 수 있기를 간절히 소망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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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명옥 (부천 의료복지 사회적 협동조합 이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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