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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년 5월호/377호] 학부모참여_학부모 공동체, 회복적 생활교육으로 아이들과 함께 하다(5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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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부사무처 작성일23-05-10 11:38 조회535회 댓글0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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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부모 공동체, 회복적 생활교육으로 아이들과 함께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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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 날 조카가 학교폭력의 가해자가 되었다. 우리는 학교폭력에 대해 아무것도 모르고 어떻게 대처해야 하는지도 몰랐다. 피해자의 부모님께서 경찰에 신고까지 하게 되어 4학년이 었던 조카는 경찰서와 법원까지 가게 되는 무서운 경험을 하게 되었다. ‘누군가는 학교폭력에 대해 잘 알고 있는 사람이 있어야 우리 아이들을 보호할 수 있겠구나’ 하는 생각에 위원회에 들어가게 되었다. 

 

학교폭력에 대해 아무것도 모르는 나는 교육청이나 구청에서 하는 교육은 모두 찾아가면서 공부를 하던 중 교육청 학부모지원센터에서 하는 학부모 리더교육 프로그램 중 회복적 실천 길잡이 과정 1기에 지원하게 되어 조금 더 깊이 있는 공부를 하게 되었다. 여러 가지 이유로 1기 선생님들은 모든 과정이 끝났을 때 몇 명밖에 남지 않아 무언가를 계속하기는 어려운 상황이었지만 다행히 2기 선생님들과 동아리를 만들어 공부를 계속하 게 되었다. 

코로나로 인해 대면으로 만나기 어려워 우리는 줌으로 일주일에 한 번 만나 공부를 계속 이어 갔다. 대면으로 한 번도 만나보지 못한 사람들이 모여 햇수로 4년째 공부를 이어가는 일이 가능했던 것은 늘 같은 시간에 줌을 열어 우리를 기다리던 동아리 대표님을 비롯해 각자 자신이 할 수 있는 일들을 알아서 해주는 선생님들의 솔선수범 때문이었다. 

 

물론 처음 시작했던 모든 사람들이 동아리를 이어가기는 어려웠고 최종적으로 9명이 남게 되었다. 우리는 공부를 계속하면서 서로 어려웠던 부분들에 토론하고 다양한 분야에서 학교나 사회에서 아이들을 만나고 있던 선생님들은 다양한 지식들을 공유해 주며 서로의 성장을 도왔다. 자격증을 취득하기 위해 회복적 실천에 대해 적극적으로 공부하기 시작했고 9명이 모두 자격증을 손에 쥐게 되었다. 물론 자격증을 취득하는 과정은 쉽지 않았다. 아이들을 키우고 있는 학부모로서 며칠을 아침부터 저녁까지 서울도 아닌 성남까지 가서 공부를 하는 일은 쉽지 않았다. 

어느 해는 교육기간 동안 물 폭탄이 쏟아져 선생님들이 무사히 교육장에 도착하기를 초초한 마음으로 기다리던 때도 있었다. 이런 환경 조건뿐만 아니라 우리를 더 힘들게 했던 것은 우리가 공부 하고 있는 회복적 정의가 너무 어려웠다. 

이 공부가 우리가 가야 하는 길이 맞나? 정말 우리가 할 수 있을까? 하는 절망에 빠지기도 했다. 그럴 때마다 우리 9명은 서로에게 힘이 되어 주었고 앞만 보고 달리던 것을 조금 멈추기도 하면서 마음을 다잡아 갔다. 코로나가 주춤하던 어느 날 우리는 동료 선생님의 초대를 받아 바리스타 자격증이 있는 선생님의 커피를 맛보게 되었다. 실제로 처음 보는 선생님들은 서로를 보며 박장 대소했고 내가 상상했던 모습의 사람은 한 사람도 없었지만 같은 곳을 바라보면서 걸어가는 친구들을 만나 맛있는 것을 먹고 수다를 떨던 하루는 우리 모두에게 즐거운 추억이 되었다. 

 

우리가 공부하다 벽에 부딪히면 우리는 에듀피스 대표님과 부대표님께 도움을 요청하였고 두 분은 바쁜 일정을 조정해 가면서 우리에게 실질적인 도움뿐만 아니라 잘하고 있다고 너무 자랑스럽다고, 선생님들 대단하다고 격려의 말씀도 잊지 않았다. 우리가 공부하고 있던 회복적 정의는 가정, 학교, 모든 공동체 생활에 꼭 필요한 철학이었지만 머리로 알고 있는 것과 실천하는 일은 하늘과 땅 차이였다. 

아이들과 갈등 상황이 생겼을 때 머리로는 ‘우리가 배웠던 대화법으로 아이의 마음을 이해하고 아이의 마음을 잘 다독이면서 아이와의 관계를 잘 유지해야지’하는 마음으로 아이와 이야기를 시작하지만 화내기 일쑤였고 정말 내가 공부를 하고 있는데 이렇게 밖에 못하나 하는 좌절감과 절망에 빠져 자학하는 시간도 많았다. 하지만 그럴 때마다 서로 이야기하고 위로받으며 방법을 찾아가던 우리는 아이들과 문제가 발생하면 아이의 마음을 먼저 생각하게 되었고 아이들도 토킹피스와 서클을 알게 되어 문제가 생기면 “엄마 서클 열어줘”, “우리는 서클이 필요해”라고 말할 때도 있게 되었다. 

 

회복적 생활교육이라는 너무 어려운 분야이고 알려지지도 않아 학부모님들에게 쉽게 다가갈 수 있는 방법을 고민하던 중에 서울시 교육청에서 학부모들을 대상으로 회복적 생활교육을 알릴 수 있는 유튜브 방송을 기획했고 우리는 처음으로 방송에 도전 해보기도 했다. 방송을 준비하는 과정에서 프로처럼 잘할 수는 없었지만 조금씩 성장하고 있었고 우리가 가고자 하는 길에 한 걸음 더 다가가기 시작했다. 

22년 끝자락에 아이가 다니던 초등학교 교장 선생님과 대화의 자리에서 초등학교에서는 이렇게 예쁘고 잘 지내는 아이들이 중학교에 가면 서로 다른 아이들을 이해하기 힘들어 학교 폭력이 많이 발생하는 문제점들에 대해 이야기를 나눌 기회가 있었다. 중학교에 들어가기 전에 아이들에게 서클을 통해 서로를 이해하고 갈등에 대해 생각해 보는 시간을 가지는 것이 중요할 것 같다는 말씀을 드리자, 교장 선생님 또한 회복적 정의를 공부하셨던 분이셨기에 흔쾌히 전환기 수업의 일환으로 서클을 진행할 수 있는 시간을 내어 주셨다. 

 

우리들은 먼저 공동체 이름을 짓기 위해 머리를 맞대었다. 뜻이 좋은 이름부터 다가가기 편한 이름까지 열띤 토론의 결과 토킹앤피스로 결정하게 되었다. 서클을 진행할 때 이야기를 하는 사람이 손에 들고 있는 물건을 토킹피스라고 부른다. 또 다른 의미는 ‘토킹’, ‘말하다’와 ‘피스’ ‘평화’라는 의미에서 평화롭게 이야기할 수 있는 모임이라는 중의적인 의미를 담았다. 학교에서 아이들을 만날 수 있게 된 우리는 그날부터 연구하면서 수업 준비를 했고 기대와 설렘을 담아 교실에서 아이들을 만났다. 현장에서 만난 아이들은 “오늘 놀이를 통해 아이들과 놀 수 있어서 좋았어요.” “다른 아이들의 이야기를 들을 수 있어 좋 았어요.” “서클을 처음 해보지만 친구들의 속마음을 알게 되어 좋았어요.”, “수업을 하지 않아 좋았어요” 등 다양한 이야기를 우리에게 전해주었다. 아이들이 나누어준 마음을 가슴속 깊이 담고 우리는 아이들에게 감사한 마음을 전했다. 

 

수업을 마친 우리는 함께 모여 수업 준비에서 더 보강이 필요한 부분, 좋았던 점, 아쉬웠던 점 등을 나누고 이야기꽃을 피웠다. 며칠 후에 또 다른 아이들을 만나기 위해 오늘도 우리는 스터디를 계속하고 있다. 동아리에서 교육공동체로 첫발을 뗀 우리는 앞으로 공부할 것도 많고 여러 어려움을 만나겠지만 우리는 서로 믿고 지지하면서 지금처럼 천천히 한 발씩 나아 갈 것을 믿어 의심하지 않는다. 조카의 학폭으로 우리 아이들을 보호하기 위해 공부한 회복적 정의 철학이 토킹앤피스 선생님들을 만나 우리 아이뿐만 아니라 모든 아이들의 안전하고 행복한 공동체를 만들기 위해 노력할 수 있게 되었다. 

나를 이렇게 성장시켜 준 토킹앤피스 선생님들에게 정말 감사하고 사랑한다는 말을 전하고 싶다. “선생님들 사랑하고 존경합니다.” 

 

이복임 (토킹앤피스 교육공동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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