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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년 4월호/376호] 마중물_학부모와 교사가 교육 동지로 함께하는 세상(12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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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부사무처 작성일23-04-14 10:17 조회437회 댓글0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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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부모와 교사가 교육 동지로 함께하는 세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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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이 변했다 해도 학부모가 학교를 찾아가 담임 교사와 마주 앉는 건 여전히 껄끄럽 다. 몇 해 전 ‘김영란법’이 통과되어 학교의 ‘문턱’이 낮아졌다고는 하지만, 학부모가 교문 앞에 서면 본능처럼 옷매무새를 매만지게 된다. 

과거 학부모와 학교 사이의 거리는 멀기만 했다. 아이의 학창 시절 3년 동안 단 한 번도 학교를 찾지 않은 학부모가 드물지 않았다. 학부모는 학교에 자녀의 1년 365일 생활을 통째로 위임했다. 교사는 ‘제2의 부모’였던 셈이다. 

1996년 학교운영위원회(학운위) 제도가 도입되고, 2000년 모든 초중고에 설치와 운영이 의무화하면서 둘의 관계는 변곡점을 맞는다. 알다시피, 학교의 자율성을 보장하고 특성에 맞는 교육 운영을 위해 도입된 학운위는 막강한 권한을 지닌 심의 의결기구다. 학교 교육에서 학부모의 역할과 위상, 책임성을 높이려는 취지였다. 정도의 차이는 있을지언정 학교마다 학운위 위원의 절반 가까이가 학부모다. 그들이 마음먹기에 따라서는 학교 운 영을 좌지우지할 수 있다는 이야기다. 

그러나 학운위는 기대만큼 역할을 하지 못했고, 막강한 법적 권한에도 불구하고 대다수 학교에서 학교장의 거수기로 전락하고 말았다. 물론, 그 학교에 당신의 자녀가 다니고 있어서다. 학부모 위원으로서 정당한 권한 행사가 자칫 학교의 방침에 딴지를 거는 것처럼 비치면 곤란하다. 대개 성적이 최상위권이거나 학생회장, 학급 임원 아이의 부모가 학운위 위원에 출마하거나 단수로 위촉되는 게 일반적이어서 학교에 문제를 제기하는 경우가 거의 없지만 말이다. 그저 학교의 방침을 추인받는 형식적인 절차일 뿐이다. 

그나마 학운위는 나은 편이다. 학년별, 학급별 학부모회는 아예 유명무실한 신세다. 대개 입학식 직후 학교 교육과정 설명회를 겸한 학부모 총회 자리에서 꾸려지지만, 왜 필요하 고 무슨 역할을 하는지 아는 이도 없을뿐더러 심지어 궁금해하는 이조차 없다. 

학부모 대표와 임원 몇몇을 자천 타천 방식으로 선출하는 것으로 학부모회 구성은 마무리된다. 학부모 회는 학교의 방침을 학부모들에게 전달하고 양해를 구하는 ‘어용 조직’이 라고 조롱하는 이마저 있다. 학교 급식 검수와 교복 선정 업무와 등하굣길 교통 봉사, 학교 축제 등 행사 지원 등의 업무에 동원되는 조직,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니라며 폄하하기도 한다. 

어떤 업무든 학교가 미리 정해놓은 방침과 달리 결정되는 일은 거의 없다. 학운위가 법적 의무 기구가 된 지 이미 20년도 더 지났고, 일부 지역 교육청에서는 ‘학부모 자치회’라는 이름으로 조직과 활동을 사실상 강제하고 있다. 그만큼 학부모와 학교 사이의 거리는 가까워졌지만, 관계의 껄끄러움은 조금도 달라지지 않았다. 학운위든 학부모회든 오로지 당신 자녀의 학교생활, 더 정확히는 대학입시에 초점이 맞춰져 있기 때문이다. 

“한 아이를 키우는 데 온 마을이 필요하다.” 이 아프리카 속담을 학부모 스스로 내면화하지 않고서는 백약이 무효다. 학운위와 학부모회가 학교의 모든 아이를 키우는 데 ‘마을’이 돼주어야 한다. 내 자녀에게만 매몰될 때 학교는 살벌한 전쟁터가 되고 아이는 괴물이 된다. 기성세대가 미래세대 아이들에게 공존과 연대의 미덕을 몸소 실천으로서 보여주지 못한다면, 그러잖아도 무한경쟁과 각자도생의 가치관에 포획된 우리 사회는 더욱 강퍅해질 것이다. 

두 아이의 학부모이자 현직 교사로서 오랜 소망이 있다. 학부모와 교사가 학교라는 공간에서 같은 곳을 지향하는 올곧은 시민이자 교육의 동지로서 스스럼없이 만나는 세상을 꿈꾼다. 내 아이의 학교생활과 성적에만 애면글면하지 말고, 함께 학교 교육의 미래를 그려보는 진솔한 대화가 오갔으면 좋겠다. 만날수록 서로에게 힘이 되는 관계라면 더 바랄 게 없겠다. 

모름지기 교육이란 신뢰로부터 시작되는 법이다. 학생과 학부모, 교사간의 신뢰를 쌓는 것이야말로 학교 교육의 시발점이자 종착지다. 학년 초 학교마다 학운위와 학부모회를 구성하느라 분주한 모습을 보노라니, 나날이 각박해지는 우리 교육의 현실이 겹쳐 자꾸만 쓴웃음을 짓게 된다. 

 

서부원 (살레시오고 교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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