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2년 12월호/373호] 마중물_‘대학무상화·평준화’로 가는 길/조창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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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부사무처 작성일22-12-09 15:59 조회594회 댓글0건본문
나는 요즘 설레는 마음으로 새길을 걷고 있다. ‘대학 무상화·평준화!’를 향한 길. 시민을 향한 거리 선전전, 대안과 공론화를 위한 토론회를 비롯하여 교사, 교수, 교직원, 학부모, 학생 등 교육 주체들, 교육시민사회단체, 노동조합, 현장 노동자, 정치인들을 만나고 있다. 입시 경쟁체제 속에서 몸살을 앓는 유·초·중·고 교육정상화와 지역소멸과 함께 공멸 위기에 맞닥뜨린 대학을 살리는 길은 ‘대학 무상화와 평준화’ 밖에 없다는 신념으로 나는 오늘도 발걸음을 재촉하고 있다.
어쩌면 오래된 길이기도 하다. 2007년 경 처음으로 ‘입시 폐지-대학평준화’ 깃발을 단 자전거를 타고 전국을 휘달리던 그 때, 정말 신이 났다. 마치 ‘입시 폐지’가, ‘대학 평준화’가 눈앞에 다가오기라도 한 것처럼. 우리를 고통스럽게 감싸고 있던 온갖 교육 모순들이 바람과 함께 사라지는 꿈, 한 줄 세우기 교육, 숨 막히는 경쟁교육이 근절되고 아이들의 삶이 해방되는 꿈, 선다형 측정이 아니라 철학 논술의 인문학적 사유와 성찰이 깊어지는 대입 자격고사가 도입되고, 대학 서열화가 해소되고 대학 무상화 평준화가 실현되는 날, 학벌이, 특권이, 불평등 체제가 해체되는 날이 어서 오기를.
성적 때문에 자살하는 아이들이 없는 나라, 사교육비 없이도 아이의 성장을 촉진할 수 있는 사회구성체, 자본과 권력의 교육 독점으로부터 해방되고, 교육이 사회적 조건을 수동적으로 반영하는 것이 아니라 주도적으로 사회적 조건을 구성해나가는 변혁 교육의 나라, 우리의 대장정으로 인간해방의 교육적 토대를 구축하는 그 날, 그 날이 어서 오기를 정말 간절한 마음으로 꿈꾸면서 달렸다. 그 후로 상당 기간 해마다 우리는 작열하는 태양에 녹아내리는 아스팔트길을 걸었다. 땀이 비 오듯 했다. 비가 내려도 우리는 걸었다. 그래도 우리는 신이 났다.
이렇게 걷다 보면 기어코 교육 혁명은 오고야 말 것이라는 집단적 낙관이 발걸음마다 새겨지고 있었다. 그렇게 ‘입시 폐지 대학 평준화’는 우리의 운동 신앙이 되었다. 그만큼 우리는 간절했다.
2022년 아직도 나는 그 간절함을 안고 행진 중이다. 어느 날 대학 무상화 평준화 피킷을 들고 거리에 서 있노라니 초등생 서넛이 지나다 뭐냐고 묻는다. 부족한 내 설명에도 아이들은 환호하며 인증샷을 찍고 단톡방에 올리고 하면서 ‘서명운동은 안 해요?’ 제안까지 한다. 학교 말고도 몇 개의 학원을 돌아다녀야 하는 아이들은 본능적으로 경쟁 교육 체제 대신 자신의 삶을 해방시켜 줄 새로운 교육의 탄생을 호소하고 있었다.
대학 무상화 운동은 그만큼 학비가 절약되는 것이니 임금인상 운동이기도 하다. 고교 졸업생 중 십중팔구가 대학에 진학하는 보편교육의 시대, 국가 책임형 대학교육 제도를 도입할 단계에 돌입했다. 프랑스, 독일, 핀란드 등 서구 유럽의 60~70년대 대학 무상화 도입 시절 국민소득이 6~7천 달러 정도였다. 1인당 국민소득 3만 5천 달러를 훌쩍 넘어선 한국, 능히 감당할 능력이 된다.
무상급식, 고교 무상교육에 이어 대학 무상교육 시대가 열려야 한다. 연구에 의하면 대학 무상화에 소요되는 연간 추가예산은 10조가량이면 된다고 한다. 무상화와 동시에 국공립대 통합 네트워크, 지역 연합대학 체제, 공영형 사립대 등 평준화 방안이 우리를 기다리고 있다. 사회적 합의과정과 중지를 모아 대입 자격고사제, 평준화 방안 등은 만들 수 있다. 새로운 교육 체제, 반드시 만들어내야 한다. 아이들과 세상의 미래가 걸려있기 때문이다. 내 삶을 바꾸고 세상을 바꾸는 길! 바로 ‘대학 무상화·평준화 운동!’이다.
조창익 (대학 무상화·평준화 국민운동본부 상임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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