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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년 11월호/382호] 미디어와 만나기_타이렁을 괴물로 만든 것은 무엇인가?(14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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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부사무처 작성일23-12-03 20:21 조회293회 댓글0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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타이렁을 괴물로 만든 것은 무엇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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쿵푸팬더에는 악당 ‘타이렁’이 나옵니다. 오로지 타이렁만을 위해 깊고 깊은 지하 감옥을 따로 만들 정도로 타이렁은 무시무시하게 강력한 악당이죠. 더군다나 수백 명의 코뿔소 전사들이 지키고 있는 감옥을 타이렁은 거위 깃털 하나를 가지고 탈출합니다. 그리고 타이렁은 자신을 가르친 스승 ‘시푸’를 찾아갑니다.

20여 년 전 시푸는 타이렁을 ‘용의 전사’로 만들기 위해 수천 종류의 권법을 가르치며 친아들처럼 키웠습니다. 그들의 유일한 목적은 용의 전사가 될 수 있는 비법이 적혀 있다는‘용문서’를 획득하는 것이었습니다. 타이렁에게 용문서는 ‘의대’와 ‘서울대’ 합격증처럼 안정적인 삶을 보장하고, 수많은 권한을 얻을 수 있는 막강한 힘을 상징했습니다. ‘용문서’를 획득하기 위해서는 뛰어난 무술실력이 필요했습니다. 스승과 제자는 오로지 절대적인 힘을 준다는 용문서를 위해 밤낮없이 훈련을 했죠. 타이렁도 엄격한 수련을 견뎌냈습니다. 하지만 결국 용문서 획득에 실패한 타이렁은 괴물이 되어 스승 시푸 앞에 나타난 것입니다.

 

20년 만에 다시 나타난 타이렁은 그를 가르친 스승보다 강력했습니다. 용의 전사가 될 수 있다는 ‘꿈을 갖게’한 게 누구냐고, ‘뼈가 으스러질 때’까지 훈련을 시킨 게 누구냐고 분노를 터뜨리는 타이렁을 시푸는 막을 수가 없었습니다. 타이렁은 스승을 걷어차고, 때려눕혔습니다. 그에게 스승은 단지 ‘용문서’를 획득하기 위해 필요한 존재였던 것입니다. 선생님이라는 존재가 그저 자신의 목적을 이루기 위한 수단으로 전락한 것이지요. 그렇게 타이렁은 ‘시푸’를 몰아세우며 ‘용문서’를 달라고 합니다.

그런 타이렁 앞에 용문서를 들고 있는 팬더 곰 ‘포’가 나타납니다. 타이렁은 용문서를 빼앗기 위해 포와 결투를 벌입니다. 그리고 포의 엉덩이에 얼굴이 눌려지면서도 어렵게 포에게 용문서를 빼앗아 드디어 용문서를 펼쳐보는데…….

 

하지만 힘들게 펼쳐본 용문서에는 아무것도 쓰여있지 않았습니다. 절대 고수가 될 수 있는 비법 같은 것은 한 글자도 없었습니다. 사람들이 ‘용문서’에는 무엇인가 엄청난 것이있겠거니 하면서 믿어왔을 뿐! 텅 비어 있는 용문서는 용문서를 바라보는 자신을 비추고 있을 뿐이었습니다. 용문서를 통해 사람들 위에서 군림하고자 했던 우등생 ‘타이렁’은 실망을 금치 못합니다.

하지만 포는 그 텅 빈 용문서에서 중요한 깨달음을 얻습니다. 텅빈 용문서가 비추던 자기 자신의 모습에서 비법을 알게 된 것이죠. 용문서가 알려준 엄청난 비법은 바로 자신의 가치를 아는 것이었습니다. 텅빈 용문서를 보고 나서 포가 말합니다. “난 그냥 팬더가 아니야. 세상에 단 하나뿐인 쿵푸 팬더야!” 그렇습니다. 누구나 세상에 단 하나뿐인 존재이죠.

학교가 권력과 부를 전해준다는 ‘용문서’를 얻기 위한 수단으로 전락하지 않았으면 좋겠습니다. 서로를 우열로 나누어 우등한 쪽은 부끄러움조차 느끼지 못하는 오만한 인간으로, 열등한 쪽은 전혀 부끄러워하지 않아도 될 것을 부끄러워하며 열등감과 자괴감에 빠진 인간으로 성장하는 학교가 되지 않았으면 좋겠습니다. 학교를 고등교육을 위한 수단으로 만든 입시제도를 바꾸지 않으면 학교에는 타이렁만 가득하게 됩니다. 중등교육 그 자체로 완성된 교육을 이루어야 합니다.

 

송민수 (홍보출판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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