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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책 | 277호 9시 등교에 대한 교육적 이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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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부사무처 작성일17-01-11 15:56 조회1,062회 댓글0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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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강한 성장·활기찬 학습을 위한 9시 등교 

 등교시간을 9시로 늦추 자는 것은 정책이기 전에 학생들의 목소리이자 소 박한 바람이다. 학생들은 더도 말고 어른들의 출근 시각인 9시까지로 늦춰달 란다. 얼핏 보면 학생들의 단순 제안처럼 들린다. 그러나 9시 등교 문제를 곰곰이 생각해 보면 장시 간의 학습, 입시경쟁, 학업스트레스, 지시와 통제 중심의 학교문화, 부모와의 대화 단절, 부족한 수 면 등 꿈 많고 소중한 학창시절을 암울하게 보내야 하는 지금 청소년들의 절실한 문제에 대한 본질인 것이다. OECD 국가 중 한국 청소년의 주관적 행 복감이 최하위 수준으로 전락한 원인은 무엇인가? 청소년 자살률은 말할 것도 없고, 왜 한 해에 7만 여명의 학생들이 학교를 떠나는가? 이러한 문제 해결을 위한 첫걸음으로서 등교시간 늦추기는 큰 의미를 갖는다. 

무한경쟁(과중한 학습시간)과 자존감 

 어떤 사람은 ‘우리나라 청소년들은 지금처럼 학 교에 오래 있게 해서 인내심을 길러 줄 필요가 있 다’는 취지로 9시 등교를 반대한다고 했다. 우리나 라 학생들이 아침 일찍부터 밤늦게 까지 책상에 오 래 앉아 있는 것은 인내심을 길러주게 되기 때문에 좋다는 이야기다. 아침 7시40분부터 밤10시, 심한 경우에는 밤12시까지 교실 책상에 앉아 있는 학대 수준으로 공부를 강요하며 인내심을 길러주기 때 문에 좋다고 말하는 어른들이 있다는 것이 마음 아프다. 인내심은 남이 시키는 것을 억지로 참고 버티는 수동적인 것이 아니다. 오히려 자신의 목표 한 바를 자신의 의지로 관철시키려는 능동적이고 자율적인 마음인 것이다. 인내심은 기저에 ‘자존감’이 있다. 책상에 오래 앉아서 비효율적인 공부를 장시간 강요당하고, 무 한 경쟁 체제에 몰려 내신이나 수능 석차로 줄이 세워지면 모든 아이들은 자존감이 무너진다. 중하 위권 아이들만의 문제가 아니다. 상위 0.5% 안에 드는 학생들도 자존감에 상처를 받고 ‘심리적 탄력 성’이 부족하게 되어 더 심한 스트레스와 우울증을 호소하는 경우가 많고 목숨을 끊는 극단적인 행동 도 한다. 청소년 시기의 건강한 자존감 형성이 평 생 행복한 삶을 사는데 결정적인 역할을 한다는 것 을 우리 어른들은 잊지 말아야한다. 

교육에 대한 근본적인 성찰

 등교시간 늦추기는 8시30분에서 9시로 시간을 조정하여 아이들에게 아침시간 30분의 여유를 주 자는 단순 제안이 아니다. 교육에 대한 근본적인 성찰에서 시작되었다. 교육이라는 이름하에 비교 육적이고 비정상적인 모습을 만들어낸 삶의 행태 를 고쳐보자는 의미를 갖는다. 무엇보다 ‘청소년들 의 건강한 삶’과 ‘행복’을 보장해 주어야 한다. 지금 까지 우리 사회에서는 청소년 시기를 ‘대학입시’를 위해 잠시 인간임을 포기하는 기간으로 생각했다. 오랫동안 학생이라는 특수한 신분을 만들어 그들 에게 가혹하리만큼의 고통스러운 삶을 한국사회 는 강요했다. 2011년 질병관리본부가 발표한 자료 에 의하면 우리나라 청소년의 주중 평균 수면 시간 이 중학생 7.1, 일반계고등학생 5.5시간에 불과하 며, 이는 미국 국립수면재단의 10∼17세의 권고 수 면시간인 8.5∼9.25시간에 훨씬 못 미친다고 발표 했다. 수면이 부족한 학생일수록 흡연, 음주, 스트 레스 등의 건강 행태가 좋지 않은 것으로 나타나 수면이 학업성취뿐만 아니라 건강한 생활 습관을 형성하는 데도 큰 영향을 미친다고 한다. 이미 9시 등교를 실시하고 있는 수원의 J중학교와 EBS 10 대 성장 보고서 ‘사춘기 수면’ 편에서도 비슷한 결 과가 나왔다. ‘좋은 수면 습관들이기’프로젝트를 실 시한 서울의 한 중학교에서, 8시간 수면시간 확보 로 낮 동안 졸림 및 우울증이 감소했고 학습전략, 심리안정, 주의집중 상승효과가 나타났다. 또한 미 네소타 대학의 연구발표에서도 등교시간을 늦추었 더니 학교 학생들의 학업성취도가 향상했고, 폭력 과 각종 사고 가능성이 확연히 떨어졌다고 한다. 학생들이 일찍 일어날수록 학업성취수준이 통계적 으로 낮아지며, 이른 기상이 학생들의 학습에 오히 려 부정적인 결과를 초래할 수 있다는 (김영식 외, 교육과학연구, 2013) 국내 연구자료도 있다. 이처럼 청소년들의 신체적 정신적 건강의 결정적 요인으로 적당한 수면과 휴식을 공통적으로 꼽고 있다는 사실을 우리는 이미 여러 연구 결과들은 통해 알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러한 비정상 적인 교육을 바로잡아보려는 노력이 부족하여 개 선될 기미가 보이지 않는다. 오히려 아침 7시부터 밤 11시까지 책상에 오래앉아 있게 하는 고등학교 를 학부모들이 더 선호하고 있다니 마음이 아프고 씁쓸할 따름이다. 

부모를 자녀교육의 주체로

 등교시간을 늦추어야 하는 또 하나의 중요한 이 유는 자녀교육에 있어서 가장 중요한 부모의 역할 을 회복시키자는 것이다. 학교이전의 학교가 가정 이고, 교사 이전의 교사가 부모다. 가정에서 부모 와 자녀가 아침시간을 보내며 함께 식사하고 대화 하는 단 30분의 시간도 갖지 못하는 현실이 정상 적인 삶이고 당연한 것으로 여기는 관습을 고쳐 보자는 것이다. 가정에서 부모님과 소통하며 서로의 존재감을 따뜻하게 확인하고 인정하는 것보다 더 중요한 인 성교육은 없다. 교육은 삶을 나누는 것이다. 부모 나 교사의 삶이 아이들에게 고스란히 전이되는 것 이 교육이지 하루 종일 교실에 앉혀놓고 문제풀이 만 시키는 것은 교육이 아니다. 오로지 대학입시 준비에만 올인 하는 것은 대단히 위험하다. 우리는 지금 세월호 참사, 군 병사들의 인권문제, 비윤리 적인 정치인과 이기적인 재벌 등 사회곳곳에서 이 러한 비교육적 행태의 결과들을 그대로 보고 있다. 

시간의 효율성 

 시간의 효율성 차원에서도 우리는 등교시간의 타당성을 따져봐야 한다. 학생들은 그 시간까지 왜 나와야 하는지 모른 채 등교하라니깐 등교한다. 대 부분의 학교를 보면 1교시를 시작하기 30분에서 1 시간 전에 먼저 등교를 한다. 이 시간에 학생들은 1 교시 시작까지 독서, 자기주도학습, 인성교육 등 학 교가 제공하는 교육활동에 참여한다. 하지만 이 시 간을 내실 있게 이끌어가기가 쉽지 않다. 효과는 별로 없고 오히려 학생과 교사를 힘들게 하고 있다. 실제로 적지 않은 학생들이 수업 시간에 존다. 점 심을 먹은 5-6교시에 조는 것이 아니라 아침부터 조는 아이들이 의외로 많다. 이 상태에서는 베테랑 교사라고 해도 배움을 이끌어내기가 쉽지 않다. 충 분한 수면과 쉼이 우리 아이들에게 절실하다.

문제점 및 대책

 일각에서는 맞벌이 부부의 고충을 들면서 문제 를 제기하기도 하나 등교시간을 늦춘다고 해서 일 괄적으로 늦은 등교를 강요하는 것이 아니다. 일찍 오는 학생들은 학교에서 ‘안전한 공간(SafeZone)’을 마련하여 학교에서 마련한 각종 교육활 동에 자율적으로 참여하면 된다. 예를 들면 도서 관이나 특정 교실을 활용하여 독서를 하거나 음악 감상 등의 활동을 할 수 있다. 또는 다양한 스포츠 활동을 편성하여 운영하거나 아침 동아리 활동을 희망하는 학생들에게도 기회를 줄 수 있다. 등교시간을 늦추었을 때 가장 우려하는 측면은 아침 사교육의 등장이다. 이런 식으로 등교시간 늦 추기 문화가 변질된다면 ‘청소년들의 건강한 삶’과 ‘정상적인 가정문화 회복’으로의 전환이라는 소중 한 가치는 영원히 이룰 수 없는 꿈이 되어버린다. 학생들의 등교시간 늦추기가 어른들의 이기심과 순수하지 못한 또 다른 생각들이 개입되면 복잡하 게 엉키게 마련이다. 아주 단순하게 학생들 입장에 서, 청소년 발달단계에서 생각하면 아주 쉽게 풀릴 수 있는 문제다. 학생들의 신체 리듬을 고려하고 학생들이 학교에서 인간으로 대접하고 존중해야한 다는 문제의식에서 출발하자. 항상 피곤한 우리 아이들을 조금은 쉬게 하자. 피곤한 청소년들이 자라나면 결국 ‘피곤한 사회’가 된다. 이준원 (고양 덕양중학교 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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