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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육공공성 | 297호 민주시민교육의 허와 실, 학생사회를 상상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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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부사무처 작성일16-09-27 16:16 조회1,138회 댓글0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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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야흐로 ‘민주시민교육’이 교육개혁의 새로운 대세로 떠올랐다. 민선2기 교육감선거에서 전국의 진보후보들이 공통공약으로 ‘민주시민교육’ 활성화를 내걸었지만, 그것의 구체적 내용이나 실천 의지는뚜껑을 열어보아야 확인할 수 있을 분위기였다. 그러나 이후 역사교과서 국정화로 대표되는 정부의국가주의 우경화 교육에 대한 적극적 대응의 필요성, 4·16 세월호 참사를 통한 교육혁신의 절박감등은 민주시민교육의 담론을 확대하고 있으며, 민주시민교육의 정책 과제 또한 ‘광주형’이니, ‘서울형’이니 하는 수사와 더불어 구체화하고 있다. 급기야 얼마 전 4월 20일에는 전국의 14개 시도교육감들이 ‘4·16 교육체제’라는 이름으로 ‘새로운 교육을 향한 선포식’을 가졌는데, 그것의 주요 내용 역시 민주시민교육을 기반으로 하고 있다. 

현 시기 확장되는 민주시민교육 담론에서 담론의 진정성과 내실화를 향해 학부모운동이 해야 할 역
할에 관해 몇 가지 문제의식을 핵심적으로 제기하고자 한다. 

첫째, 공교육의 바람직한 미래 지향으로 민주시민교육을 조망하는 것은 지나치게 느슨한 것으로서 부적절한 태도이다. 우선 민주시민교육은 이미 공교육을 제도화할 수 있게 했던 역사적 뿌리이다. 공교육의 발생 배경으로 몇 가지 흐름을 떠올릴 수 있지만, 적극적 견해는 프랑스혁명 후 신분사회를 극복하고 자기개발의 평등성을 보장하는 사회적 장치요, 근대 시민혁명의 이념 계승을 위한 절대적 필요조건으로서 공교육이 태동되었다고 보는 것이다. 영국이나 독일의 공교육은 지배계급의 권력질서의 방어 장치로서 국가가 공교육을 끌어안은 측면이 다분하지만, 이 역시 프랑스 공교육의 이념적 토대를 외면하고 거스를 수 없었다. 프랑스의 공교육은 시민혁명의 성취와 계승을 위한 절대적 필요조건으로 기획된 것이며, 명확히 ‘공공의 시민양성’을 목표로 하였다. 

다음으로 대한민국의 교육기본법 제2조(교육이념)는 “모든 국민으로 하여금 인격을 도야(陶冶)하고 자주적 생활능력과 민주시민으로서 필요한 자질을 갖추게 함으로써 인간다운 삶을 영위하게 하고 민주국가의 발전과 인류공영의 이상을 실현하는데에 이바지하게 함을 목적으로 한다.”라고 명기하여 공교육 시스템에서 ‘민주시민교육의 지위’와 그 법적 근거를 분명히 하고 있다. 즉 교육운동이 꾸준히 언급했던 교육공공성 담론은 ‘공(公)교육의 민주시민양성과 민주국가, 인류공영’ 등의 표현으로 법적 근거를 이미 확보하고 있다. 그런데도 왜 우리는 민주시민교육을 구걸하듯 청원하고 있는가? 민주시민교육을 교육 소비자의 위치에서 도덕적 호소를 통해 확대해달라고 요구하는 접근 방식은 부적절하다.그러한 태도는 민주시민교육의 교육 이념적 지위와 법률적 근거를 기억하지 못하기 때문이다. 민주시민교육은 시민의 주권으로 당당히 요구하고 강제해야 할 헌법과 교육 관련법의 핵심줄기이기에 법에 근거하여 이를 지키도록 강제하는 것이 교육시민운동과 입법운동의 올바른 모습이다. 

둘째, 위의 법적 근거, 역사적 배경을 정확히 공유했다면 무엇보다 먼저 요구할 것은 민주시민교육이 공교육의 이념으로서 그에 합당한 지위와 역할을 할 수 있도록 감시하고 구체화하는 것이다. 즉, 공교육의 모든 교육과정과 장학영역을 총괄하는 목표와 가치로서 시민교육의 이념적 지위를 회복하자는 것이다. 그러나 각 시·도 교육청의 장학시책은 각 교육청을 디자인하는 교육지표나 슬로건에서 ‘민주시민’을 언급하는 사례가 있을 뿐, 대부분 민주시민교육을 역사의식, 인권, 평화통일, 인문학, 환경생태, 다문화 등의 가치 중심 주제 교육이거나, 문화예술, 독서토론, 학생자치, 생활교육 등과 같은 업무영역으로 서술한다. 

따라서 민주시민교육 실천의 올바른 전략은 교육청과 교육부의 교육과정 개념을 정상화하고, 업무 추진계획의 체계를 바로 잡는 것이다. 시민교육은 학교혁신, 공교육 정상화의 본래 이정표이며, 현재의 학벌사회 입시교육의 질서와 근본적으로 궤도를 달리하는 교육이념 수준의 핵심가치가 아닌가. 여러 장학시책의 영역 중 하나로 위치 짓는 민주시민교육의 접근방식을 벗어나자. 발상의 창조적 전환과 새로운 사업설계, 사업평가의 전통을 궁리하자. 교육과정의 모든 영역을 총괄하고 조정하는 전략적인 지위와 역할이 작동되도록 민주시민교육 담론의 방향을 찾아가자. 

셋째, 민주시민교육은 「학생사회」 활성화 전략을 중심으로 접근해야 한다. ‘민주시민’ 교과서를 만든다거나 공공적 가치 중심의 프로젝트 활동이 접근전략일 수 있겠으나, 무엇보다 학교가 시민사회 수준의 학생사회를 성장경험으로 학생에게 제공하는 것이 중요하다. 이재정 경기도 교육감의 ‘9시 등교’제안은 단지 등교 시간의 민주적 조정(광주시교육청의 접근처럼)의 의미가 아닌 삶을 회복하여 진정한 배움을 성취하는 새로운 교육을 상상하고자 함일 것이다. 학교가 입시학원이고, 혹은 교도소처럼 통제와 감시를 감내하며 시간을 견디는 곳일 때 그 곳에서 시민교육은 불가능하다. 현재 학교는 사회가 아니고 여전히 관료들에 의해 관리되는 조직이다. 

학생 사회는 퇴니스의 언급처럼 ‘공동사회’든 ‘이익사회’든 일정한 삶의 커뮤니티로 영위되어야 한다. 삶을 회복하자는 제안은 학교가 청소년 문화와 언론이 약동하고 학생의 참여자치와 정치력을 체험하는 공간으로 구체화되는 것을 의미한다. 그것이 학생사회이며, 그것들이 교육과정으로 받침 되는 명실상부한 교육과정의 혁신이다. 이때 비로소 마을교육공동체도 가능하다. 학생사회를 봉쇄하고, 학생의 삶이 없는 곳에서 마을교육공동체는 그냥 ‘호두 없는 호두과자’일 뿐이다. 민주시민교육은 학생사회에 대한 적극적인 기획이다. 

우리가 무엇 때문에 학생인권을 부르짖었는가? 단지 체벌을 멈추고 두발 단속의 고통으로부터 학생을해방시키고자 함은 아니었다. 학생을 삶의 주체로 불러내고, 교육의 주체로 초대하기 위함이었다. 그런 점에서 시민교육 없는 학생인권조례는 결국 길을 상실하고 말 것이다. 참여자치의 학생사회, 문화와 언론이 활개 치는 학생사회를 상상하고 토론하자. 형식적 교육과정의 비중을 줄이고, 학급, 동아리, 학생회 등의 잠재적 교육과정을 활성화하자. 

학교혁신의 비전과 상상력은 이제까지 교사 중심으로 설계되었다. 수업혁신이나 업무 정상화, 교직문화와 생활교육의 혁신은 그야말로 교사 중심의 언어이며, 눈높이이다. 학생의 시선에서 학교가 학생들의 삶터, 놀이터이며, 배움이란 삶과 문화, 협력의 지성임을 당당하게 자랑스럽게 증명하자. 그것이 진정한 의미의 교육과정 융합이다. 비로소 동아리·창체 교육과정이 기본교과의 교육과정과 이질적 두 갈래의 혼합이 아닌 씨실과 날실로써 삶과 배움을 직조하는 교육과정의 화합, 융합을 연출하게 될 것이다. 70~80년대 학생들이 향유했던 학급회의도 죄다 봉쇄해버리고 학생들이 모니터만 쳐다보는 것을 창의적 체험활동이라고 우겨대는 못난 교사·학부모의 부끄럼을 크게 고백하고 민주시민교육의 4·16 교육체제를 향해 출발하자. 학생사회를 적극적으로 기획하자.

 

 

배이상헌 (광주교육연구소, 공립중등교사)
민주시민교육의 허와 실, 학생사회를 상상하자
교육공공성을 찾아서 70 민주시민교육과 계기교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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