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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육의 공공성 | 295호 수줍은 핸드볼 예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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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부사무처 작성일16-08-17 15:02 조회1,110회 댓글0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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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흥미롭지 않던 핸드볼을 시작하게 된 후 나와 아들의 삶이 조금 바뀌었다. 처음엔 핸드볼을 하겠 다는 아들이 영 탐탁지 않았다. 솔직히 핸드볼은 올림픽 때만 반짝 비치는 비인기 종목이 아닌가? ‘공부에 매진해도 부족한 판국에 운동이라니.’ 이해가 안 되던 나날이었다. “어머니, 승범이가 다쳤어요. 어느 치과로 가야할까요?” 학교에서 전화가 걸려왔다. 핸드볼을 하다가 이가 부러졌단다. 너무 놀라 날아가다시피 치과로 달려갔다. 안 그래도 공부해야 할 아이가 핸드볼을 한다는 것이 달갑지 않았는데, 다치기까지 하다니. 속이 상한 나는 “핸드볼 그만둬!” 버럭 화를 냈다. 아이는 다친 것보다 핸드볼을 하지 말란 얘기에 더 속이 상했는지 아무 말도 하지 않고 방으로 들어가 나오지 않았다. 그래도 애가 다치는 것이 불안한 나는 핸드볼을 하지 못하게 했다. 엄마의 반대에 풀 죽어있는 녀석을 보니 마음이 불편했지만, ‘저러다 말겠지, 포기하겠지.’ 하고 그냥 내버려두었다. 아들은 안 다치고 잘할 수 있고 공부도 열심히 하겠다고 얘기했지만, 그 말이 내 귀로도 마음에도 들어오지 않았다. 그렇게 시간이 지나다가 담임선생님이 상담할 때 핸드볼 학급대회 때문에 반 친구들이 승범이를 원한다는 말을 하셨다. 생각해보겠다고는 했지만, 결정을 내리지는 못했다. 그런데 승범이가 먼저 제안을 했다. “핸드볼을 하게 해주면 공부도 더 열심히 하고, 살도 빼고 체력도 기르고, 엄마 말씀도 잘 듣겠으니 허락해주세요!”라고. 과연 안 다치고 할 수 있을지 걱정이었다. 하지만 아이가 정말 하고 싶어 하는 것 같아서 약속한 것은 꼭 지킬 것을 다시 한 번 다짐받으며 선심 쓰듯 해 보라고 허락했다. 한 가지 일에 집중하는 아이인 승범이는 핸드볼 일정에 맞춰 움직인다. 아침 운동이 있다며 엄마보다 먼저 일어나 준비하고, 핸드볼과 가방을 챙겨서 학교로 출발한다. 다녀온 후에는 “엄마, 나 살 빠지면 더 날렵해지겠지?”, “엄마, 왼손잡이가 핸드볼 할 때는 좋네요!”, “나도 빨리 주전이 되고 싶어!”라며 핸드볼 얘기만 늘어놓았다. 그 모습을 보면서 엄마인 내가 아들에게 용기와 응원을 해 주기는커녕, 못 하게만 했으니 ‘우리 승범이가 얼마나 상처를 받았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방학 동안 학교를 오가며 열심히 연습하는 승범이를 포함한 청당초 핸드볼 선수들의 모습을 보면서 ‘정말 열심히 하는구나!’라는 생각도 하였다.
지난 1월 25일 친선경기에서 우승을 할 수 있었던 것은 겨울방학 동안 하루도 빠짐없이 열심히 연습을 게을리하지 않았기 때문일 것이다. 그날 친선경기에 승범이는 뛰지 않았지만, 청당초 핸드볼 선수 모두 값진 우승한 셈이고 또한 짜릿한 경험을 맛 보았을 것이다. 이제는 주전이라며 자신감이 상승하여 2연패를 목표로 열심히 하고 있다. 아직까진 아들을 맘 놓고 응원해 줄 순 없지만, 핸드볼을 함으로써 부지런해지고 성실해진 우리 멋진 승범이가 보인다. 또한 핸드볼에 몰입하고 멋지게 즐기고 더 잘하기 위해 노력하고 연습하고 있는 청당초 핸드볼 선수들에게 박수를 보낸다. 핸드볼은 나와 아들에게 활력을 주고 무엇이든 두렵지 않을 용기를 주었으니 참 감사할뿐이다. 나는 그 누구보다 내 아들의 건강과 행복을 응원하는 대한민국의 평범한 엄마이기 때문이다. 

 

                                                                                                 윤혜선 (천안 청당초 학부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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