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육공공성 | 299호 ‘너의 5분이 꾸는 꿈’, 영상 만들기 프로젝트를 마치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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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부사무처 작성일16-11-01 17:41 조회1,323회 댓글0건관련링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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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의 5분이 꾸는 꿈’, 영상 만들기 프로젝트를 마치고
수업을 하면서 매번 느낀다. 한 명의 학생은 평범하지만 두 명, 세 명이 모이면 비범한 결과물을 만들어 낸다. 그 과정에서 학생들은 성장한다. 이번 고등학교 2학년 문학 시간에 수행평가 과제로 실시한 초단편 영상 만들기 프로젝트에서도 마찬가지였다. 8개 반 44개 팀으로 편성하여 진행한 영화제 형태의 프로젝트에서 학생들은 자신들이 만든 영상을 보며 자신과 자신의 친구들이 영화제 기간을거치며 달라지는 것을 느꼈다.
문학 교과서에 배우 전도연이 주인공으로 나왔던 영화 ‘내 마음의 풍금’ 시나리오가 나온다. 이 작품을 고리로 삼아 초단편 영화를 만들기로 하고 수행평가 과제를 학생들에게 제시했다. 학생들은 영화나 드라마를 자주 접하고 대체로 즐기는 편이지만, 자신들이 직접 영화를 만든다는 것에 난감해했다. 시나리오도, 연기도, 촬영도, 편집도 어느 것 하나 만만한 것이 없었다,
영상 제출 마감일, 8개 반 44개 팀 중에서 43개팀이 마감일을 지켰다. 제작 기간은 3주 정도였다. 작품은 대체로 수준급이었다. 놀라운 일이었다. 나머지 한 팀도 해당 학급과 다른 반 친구들의 도움을 받아 35분 가까이 되는 영상을 뒤늦게 제출했다. 평범한 인문계 고등학교 학생들이 이런 결과물 냈다는 것은 흔치 않은 일이다. 작품 후기에서 학생들은 영상을 제작하면서 자신들이 성장할 수 있었음을 자연스럽게 말하고 있다.
어떻게 이런 일이 가 능할 수 있었을까? 하나씩 되감기를 시도해본다.
작년에 이어 올해도 같은 교사, 같은 학생
학교는 일반적으로 학년 단위로 시작과 끝을 정하지만, 교사가 마음먹으면 같은 학생들을 3년 동안 가르칠 수 있다. 현재 가르치고 있는 2학년 학생들과는 잘 통한다고 해야 하나? 작년 국어 교과목을 8개 반 2시간씩 주 16시간 수업했다. 1학년 전체 학생들은 국어 시간마다 모둠별로 활동중심 수업을 했다. 힘들어하는 학생도 일부 있었지만 대체로 적극적으로 참여했다. 학생들은 활동중심 수업에 1년 동안 적응했는지 2학년 문학 수업 시간에도 조별로 진행하는 활동중심 수업을 자연스럽게 받아들였다. 2학년 첫 문학 수업 시간, 이름을 모르는 학생이 한 명도 없었다.학생들도 교사를 잘 안다.
수업 시간은 반별로 주당 두 시간이다. 올해는 반별로 두 시간 연강 문학 수업 시간표를 짜서 한 시간은 학생들이 준비한 과제를 중심으로 활동하고, 한 시간은 교사들이 준비해 온 내용을중심으로 수업을 하고 있다. 재미있는 것은 학생들이 준비해서 진행하는 시간이 교사가 수업하는 시간보다 학생 참여율이 더 높다는점이다. 학생들에 맞춰진 눈높이 수업은 교사가 학생들을 따라갈 수 없다.
한 교실에 두 명의 교사가 수업
활동중심 수업이 가능했던 것은 학생들과 정서적 교감이 잘 이루어진 것도 있지만, 한 교실에 두 명의 교사가 함께 수업하고 있기 때문이기도 하다. 국·영·수 교과목의 경우 수준별 수업을 위해 학년별로 한 명의 교사가 더 배치된다. 문학 수업 시간에는 작년 국어 수업과 마찬가지로 학생 수준별로 학급을 편성하지 않고 학생들은 교실에 모여 있고, 교사 두 명이 한 교실에서 맞춤형 수업을 하는 것을 선택해서 운영한다. 수업 기획과 준비도 교사가 협력을 통해 하다 보니 내용도 풍부하고, 학생들의 수준을 감안하면서 수업을 진행하기에 수월하다.
작년에는 시 창작 수업과 소설 쓰기를 수행 과제로 했는데, 학생들이 시를 써서 조별로 공동 창작 시화를 만들어 학교 축제에 출품하는 활동을 했다. 고려가요 ‘서경별곡’을 현대어로 개사하여 뮤직비디오를 만들었고, 조별로 옴니버스식 소설을 창작하고 반별로 소설책 한 권씩을 묶어 냈었다. 한명의 교사로는 한 학년 전체 학생이 참여하는 프로젝트 수업을 감당하기 어려운데, 두 명이 수업하고 평가하니 가능했다고 본다. 다행스럽게도 작년에 같은 교실에서 함께 수업에 참여했던 교사와 호흡이 잘 맞아 올해도 같이 수업을 진행하고 있다. 이번 초단편 영상 만들기 프로젝트도 협력 교사가 있었기에 가능했다.
경쟁보다 협력을 강조한 영상 만들기 프로젝트
이번 영상 만들기 프로젝트를 기획하면서 가장 초점을 둔 것은 협력을 통한 ‘함께 성장’이었다. 그래서 수행평가 기준을 정할 때 가장 중요할 수 있는 작품의 질은 평가 요소에서 배제했다. 그 대신 노력만하면 통과할 수 있는 일정 기준을 제시하고 그 기준을 지키면 똑같은 점수를 주는 방식을 채택했다. 한 줄로 줄 세우는 평가 시스템이 아니라 일정 수준에 도달하면 통과하는 방식의 평가 기준이 가져온 결과는 기대 이상이었다.
10점 만점의 평가 기준을 보면, 시놉시스 제출(역할표와 느낀 점 포함) 여부 2점, 시나리오 제출 여부 2점, 영상 제출 여부 2점, 영상 분량과 마감일 통과 1점(5분 이상 영상 0.5점, 마감 시간 0.5점), 4개 이상의 장면(씬) 여부 1점, 시놉시스에서 제시한 작품의 주제나 목적이 영상에 들어 있는지 여부 1점, 시나리오 속에 영상 제작을 위한 시나리오 용어나 시나리오라고 볼 수 있는 흔적이 세 군데 이상 있는지 여부를 1점으로 했다.
평가 기준은 얼핏 보면 복잡한 것 같지만, 기준통과는 어렵지 않다. 조별로 영상 제작에 들어갈경우 평가 기준에 제시된 것 중에서 난이도가 높은것은 영화의 중요한 요소인 장면(씬)을 편집하는 기술이다. 이를 위해 학생들이 1학년 컴퓨터 교과 시간에 배운 ‘무비메이커’라는 프로그램을 설명 자료로 다시 자세하게 제시하고 영상 편집 경험이 있는조를 선정하여 미리 영상을 찍게 하고 그 사례를 반별로 보여주었다. 학생들이 직접 제작한 연습 필름을 본 학생들은 4개의 씬 정도는 편집할 수 있다는 자신감을 느끼게 되었다.
문제는 협력이었다. 그 어려운 과제를 불과 4명에서 6명의 조원들이 만들어낼 수 있을 것인가? 조원들 중에는 평소 수업 시간 참여나 과제 평가에 소극적인 학생들이 어느 조나 예외 없이 있었기 때문이다.더구나 평가 기준에서 시놉시스 제출 부문에역할 분담 내용이 들어가는데, 영상제작 과정에서 조별로 협력이 되었는지도 평가 요소로 넣어 1점을 부과하겠다고 학생들에게 이야기했다. 10점 만점에서 이 1점 통과는 난제 중의 난제인 조가 많았다. 점수에 민감한 상위권 학생들은 더욱 그러했다.
영화 제작 전에 이 문제를 제기하는 학생들이 반마다 있었다. 그래서 협력의 중요성에 대하여 영화 제작 안내 강의 수업 2시간 중 1시간 동안은 협력의 의미나 중요성을 강조하는 내용으로 수업했다. 아울러 조별로 편집과 시나리오를 담당하는 팀과 촬영과 배우와 장소 섭외 등을 담당하는 팀을 나누
어 제작팀을 편성할 것을 요청했다. 그리고 두 팀간의 독립성을 상호 간 인정할 것도 요청했다. 불과 4명에서 6명의 제작팀을 또 둘로 나누라는 요구였다.
이 어려운 협력 과제 수행의 결과 44개 팀 모두 합격이었다. 조원 간의 협동은 조별로 편차가 있지만,학생들은 진화에 진화를 거듭했다. 조원들의 협력을 최대한 끌어내고 그래도 미약하면 다른 조원들,심지어는 다른 반 학생들의 도움을 받아서 문제를 해결했다. 그러다 보니 이 프로젝트의 제목에 어울리는 학교 전체의 영상제가 되었다.
44개 조 가운데 다른 조나 다른 반 학생들의 도움을 받은 조는 90% 이상이었다. 어떤 조는 1학년 학생들을 배우로 영입하기도 했다. 학생뿐만 아니라 교사들과 학교 직원들도 배우로 섭외하여 작품을 완성했다. 결국, 제작 과정에 참가한 학생들에게는 같은 점수를 부여했다. 소극적으로 참여한 학생의 경우 스스로 인정했고 약간의 감점이 있었다. 학생들은 참여하지 않거나 참여에 수동적인 조원들때문에 많이 힘들어했고 의견 차이로 인한 갈등도 수차례 겪었지만, 결국 문제를 해결했고 그 결과로 성장했다. 평소에 잠만 자던 학생들 중 상당수가 이 수행 평가에서 만점을 얻었다.
줄 세우기식이 아니라 함께 성장하는 것을 평가하려고 했던 애초의 목적은 적중했다. 작품의 질이 아니라 기준 통과를 평가 기준으로 제시했더니 자신들 조의 통과를 위해서는 다른 조와 협력하는 것이 빠른 것임을 알아냈고 작품의 질은 자연스럽게 좋아졌다. 그래서 배우를 서로 교환하고, 촬영을 도와주고, 학급의 모든 조를 통과시키기 위해 반 전체 학생들이 배우로 출연하고 담임과 교과 선생님 협조도 요청하면서 조별로 머리를 맞대고 고민하던 분위기가 어느 순간에는 모두 머리를 맞대고 제작 안부를 물어주는 등 함께하는 분위기로 바뀌었다. 말 그대로 영상제의 마당이 열렸다
영상 만들기 프로젝트 성과와 과제
이 영상제를 위해 같이 수업에 참여하는 선생님은 컴맹이라고 하면서도 뚝딱뚝딱 한글 그림판을 이용하여 멋진 홈페이지를 만들고 반별로 부스를만들었다. 반별로 색을 정하고 팀별로 자기 반의 색에 어울리는 이름을 정하고 제작에 들어갔다. 마감일을 모두 맞추고 영상제 홈페이지(http://gesff.tk또는 http://gesff.cf)가 공개된 날 학생들은 그동안의 힘듦은 잊고 자신들이 만든 영상을 보면서 즐거워하면서 스스로를 자랑스러워했다. 그리고 3주간의 제작 기간을 통해 성장한 자신과 친구들의 모습을 눈빛과 영상을 통해 읽어냈다.
과제도 남는다. 주당 두 시간 수업이다 보니 교과서 진도를 나가는 것도 만만치 않아 과제 수행은 학생들이 수업 시간 외에 활동할 수밖에 없었다. 학생들은 밤을 새워가며 작업을 했는데, 수업 시간은 4시간 정도밖에 활용할 수 없었다. 다른 교과목의 수행평가와 겹쳐 학생들은 과도한 수행평가로 시달렸다. 내년에도 이러한 과제를 하게 된다면 다른 교과목과 통합하여 관련 교과를 묶어내 3주간의 기간 중 적어도 8시간 정도는 수업 시간을 활용하여 학생들의 고통도 줄이고 영상의 내용도 풍부하게 하는 방식을 택할 것 같다.
학생들의 작품 후기에서 가져온 말, 말, 말
학생 1 - 찍기 전에는 항상 귀찮았는데, 찍으면서는 재미있었다. 신기했다.
학생 2 - 이번 수행은 우리 학교를 떠들썩하게 했다. 반 전체가 나와야 하는 영상을 찍을 때면 반 아이들 모두 출연에 임했다. 이번 수행은 우리 학교 학생들을 하나의 주제에 대하여 서로 협동하고 단합하는 기회를 제공해 주었다.
학생 3 - 우리 조는 다른 반 아이들과 같이하는 장면이 많았는데, 다들 열심히 하고 흔쾌히 주인공을 맡아주어서 좋았다. 내가 드라마에서 보던 내용으로 시나리오를 쓰고 연예인이 할 것 같았던 연기를 내가 촬영하고 하니까 신기하고 자랑스러웠다.
학생 4 - 사실 나는 여럿이서 일하는 것보다 혼자 일하는 게 더 편안하다고 생각했다. 그런데 아이디어를 내는 과정에서 혼자 아이디어를 내는 것보다 모두 같이 얘기하면서 더 좋은 아이디어가 나온다는 것을 느꼈다. 촬영 들어가기 전에 시나리오를 쓰는데, 이때 조원끼리의 소통이 중요하다는 것을 알았다.
학생 5 - 너무 어려웠다. 내용 구상부터 촬영까지 하나하나 쉬웠던 것이 없었다. 연기가 너무 어렵다. 연기하다 다치기도 했다. 다행히도 조원들이 서로 도와주면서 노력해 준 덕분에 별 탈 없이 잘 만들 수 있었다. 정말 조원들이 고맙다.
학생 6 - 다큐멘터리 시나리오를 맡아 처음에는 “지금 하고 있는 건 뭔가요?”, “이 활동은 언제부터 했나요?” 등 객관적인 질문을 주로 했지만, 질문을 수차례 작성해보며 “그래서 느낌은 어땠나요?” “힘들진 않나요?” 등 주관적인 질문을 주로 하며 인물의 감정을 다루는 공감 멘트를 적어낼 수 있었다.
학생 7 - 피디가 되는 것이 꿈이라 피디를 하겠다고 했었다. 힘들 것을 예상했지만, 정말 힘들었다. 수정에 수정을 하며 더 나은 장면이 나오는 것 같아서 기분이 좋았다.
학생 8 - 다른 수행 평가보다 부드러워 다행이다. 다른 친구들은 참 열심히 사는구나 싶었다. 한 장면을 촬영하는데 생각보다 많은 시간이 걸린다. 사람은 싫든 좋든 타인과 같이 살아가야 하며 항상 선택은 나의 몫이다.
44개 작품 중 한 작품은 외부 영화제에 출품하기 위해 작곡과 시나리오, 촬영 등 수정 작업에 들어 갔다. 그 작업을 위해 몇몇 학생들은 작곡과 시나리오를 놓고 날밤을 새우고 있다. 올여름 방학에 작품이 완성된다.
조연희 (서울 가재울고 교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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