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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육공공성 | 298호 일촌! 함께 행복한 주인 되기 프로젝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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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부사무처 작성일16-09-29 16:25 조회1,119회 댓글0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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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람 솔솔 부는 날, 백암동산에 6학년 삼겹살 파티가 열렸다. 지글지글 삼겹살 냄새가 바람타고 교실까지 어찌 갔는지 요물조물 아이들이 모여든다. 이 녀석들 제 배만 채울 줄 알았더니 “고기 먹고 싶은 사람 이리 모여 줄 서.” 하며 후배들을 챙길 줄도 안다. 너도 나도 선배들 앞으로 줄을 서서 입을 벌려댄다. 후배들에게 삼겹살을 나눠주는 것도 “두 번 먹은 사람은 다음에 와. 아직 못 먹은 사람부터 줄게.” 라며 나름 규칙이 있다. 

 

“해먹 그렇게 타지 말라고 교감선생님이 그랬잖아.”, “수업시간 5분 전이야. 어서 들어가. 공부 시작하겠어.” 라며 선배들은 학교 숲에서 해먹을 그네타듯 신나게 타고 노는 동생들의 안전도 챙기고, 동생들 수업시간까지 챙긴다. 

 

2012년 본교에 처음 전입했을 때 이와 같은 풍경은 아니었다. 백암초는 12명의 소규모 학교에서 학생 수가 73명으로 늘어나고 있었으며 외부에서 유입된 학생들이 반절 이상을 차지하고 있었다. 교장선생님 이하 교사들의 열정과 노력으로 양적으로 확장되고 있는 학교였지만, 그로 인한 교사들의 피로감 또한 컸다. 학생들 간에도 많은 갈등이 있었다. 선배답지 못한 행동, 후배답지 못한 행동들로 인해서로 신뢰할 수 없었으며 그 갈등 속에서 교사는 교사대로 학생들을 중재하고 설득하느라 힘이 들었다.
그래서 ‘서로 친하게 지내자’라는 뜻으로 1학년부터 6학년까지 7~8명의 학생들을 6학년 촌장을 중심으로 무학년제로 구성한 일촌을 만들었다. 2012학년도에 일촌캠프 등의 학교행사를 준비하기 위해 단편적으로 운영되다가 2013학년도, 2014학년도, 2015학년도를 거치면서 좀 더 단단해지고 확장되었다.
2016학년도에는 3월 입학식 첫날부터 일촌을 구성하는 것을 시작으로 다모임, 끼리모임, 다양한 일촌활동으로 변화해왔다. 

모두 다 모이는 ‘다모임’ 

 

매주 월요일 6교시 백암초 52명의 학생들이 옹기종기 학교 도서관에 모여 있다. 이끄미의 “다모임을 시작하도록 하겠습니다.” 라는 말로 다모임이 시작되었다. 

 

이번 주(6월 3주)는 4학년 한겸, 1학년 이성찬 학생이 칭찬주인공이다. 여기저기 너도나도 칭찬의 말들이 끊이지 않는다. “겸이 형아는 달리기를 잘해요.”, “성찬이는 잘 웃어요.”처럼. 

 

이어서 자유발언대 시간에는 “주말에 분수공원에 다녀와서 너무 재미있었어요.”, “도서실에서 책을 읽고 난 후 제자리에 꽂아 놓았으면 좋겠어요.”, “행운의 편지를 보내지 않았으면 좋겠어요.”라는 등 주말 지낸 이야기, 서로 바라는 점 등 자유롭게 이야기가 이어진다. 

 

이 시간에는 교사들도 학생들에게 바라는 점을 자유롭게 이야기한다. “급식소에서 소란스럽지 않게 목소리를 좀 낮춰주었으면 좋겠어요.”, “학교버스에서 핸드폰을 사용하지 않았으면 해요.”. 

 

칭찬소나기, 자유발언대 시간에 이어 일촌별 협의 시간을 갖는다. 협의 주제는 본관 현관에 있는 ‘제안합시다’에 쓰여 있는 내용으로 안건을 정하기도 하고 일촌캠프와 같은 학교의 중요한 행사가 있을 때는 그 내용으로 정한다. 다모임 협의 시간에 학생생활규정을 세우기도 하고 일촌캠프의 한 코너인 장기자랑을 준비하기 위하여 장기자랑 종목에 대한 협의를 하기도 한다. 

 

소소한 행복찾기 - 생일파티 & 일촌데이 

 

매월 둘째주 월요일 백암가족은 모두 함께 생일축하를 하고, 매주 월요일 일촌데이에 공동체 의식을 높이기 위해 생활한복을 입고 등교한다. 

 

일촌활동, 결과보다 과정이 더 소중해 

 

다모임 활동 이외에도 4월 봄나들이와 6월 일촌캠프 등의 학교 행사가 있다. 백암초의 행사는 일촌을 중심으로 운영된다. 

 

4월 봄나들이는 1인당 1만5천원의 예산과 정해진 시간 안에서 직접 활동을 계획하고 진행하였다. 6학년 촌장을 중심으로 각자 예산, 섭외, 간식 등 할 일을 나눠 맡았다. 계획–실행–결과 발표까지 모두 학생들이 협의하여 주도적으로 진행하였으며, 과정 중 어려움을 겪을 때 교사들은 답을 알려주기보다 방향을 제시하고 학생들이 답을 잘 찾을수 있도록 기다려 주었다. 

 

물론 그 과정에서 어려움이 있었지만, 학생들은 버스를 타고 갈지, 부모님의 도움을 받을지, 이동수단의 결정부터 지역에 있는 돼지농장견학, 영화관람, 자전거타기 등의 활동을 결정하는 것을 서로 협의하여 수정해 나갔다. 실행과정에서 점심시간에 가려고 했던 식당이 4시부터 문을 연다는 것을 뒤늦게 확인하고 긴급회의를 해서 문제를 해결하기도 하였으며, 봄나들이가 끝나고 난 후 다모임 시간에 봄나들이 결과를 발표하는 시간도 가졌다. 

 

6월 일촌캠프는 일촌체육대회, 저녁, 장기자랑 등의 프로그램이 있었는데, 아이들이 가장 공을 들인 부분이 장기자랑이었다. 다모임과 끼리모임 시간에 장기자랑 주제를 협의하고 연습하는 시간을 통하여 선후배간에 더욱 돈독해지고 믿음이 생길 수 있었다. 

 

아이들은 촌별로 숫자송, 뽀로로, 멋쟁이 토마토 등의 노래에 맞추어 율동을 하였다. 자기들이 좋아하는 요즘 핫한 가수들이 부르는 유행곡에 맞춰 춤을 출 수 있음에도 불구하고, 1~2학년 동생들을 생각해서 어렵지 않은 율동으로 장기자랑을 준비하여 시시할 줄 알았지만, 오히려 즐기는 자세가 최고여서 모두의 즐거운 시간이었다. 중간중간 부모님을 모셔 와서 막춤을 추기도 하고 동아리별로 혹은 학년별로 따로 장기자랑을 준비한 학생들도 있었다. 

 

2012학년도에 함께 전입한 동료교사와 한 이야기이다. “2012학년도에 일촌캠프 할 때는 우리가 장기자랑을 뭘 할지 다 알려주고 연습도 시키고 했는데, 아이들이 많이 자랐네요. 그때는 저녁도 교사가 해주었는데, 볶음밥 10인분을 만드느라 엄청 힘들었어요. 당시는 저녁 먹고 나서 다 놀러 나가서 제가설거지를 했는데, 지금은 아이들이 장기자랑도 스스로, 요리부터 설거지까지 스스로 참 잘하네요.” 

 

일촌활동 뿐만 아니라 백암의 모든 교육활동은 참되고 가치 있다. 물론 처음부터 그랬던 것은 아니다. 성취감과 갈등이 혼재되어 있었고, 교사들 모두가 공감하지 않은 목표들을 향하는 동안 교사 간의 이질감 또한 컸던 시절이 있었다. 하지만 교장선생님 이하 모든 교사들이 무엇이 본질이고 중요한지 함께 고민하고 협의하였다. 그 결과 각 학년의 교육과정이 녹아든 일촌활동을 함께 할 수 있었고 행사를 치르기 위한 활동이 아니라 아이들과 함께 성장하고 그 과정에서 배움이 일어나는 교육과정을 만들어 낼 수 있었다. 

 

백암의 일촌은 미완이다. 아직도 아이들이 스스로 주인 되는 학교를 만들기 위해 우리는 서로 노력 중이다. 백암이라는 공간에서 아이들이 자기의 색깔을 맘껏 낼 수 있도록, 스스로 삶의 주인이 될 수 있도록 백암 교사들은 오늘도 고민하고 기다리고 바라본다. 그 기다림과 바라봄을 즐기는 우리 백암 교육공동체가 있기에 나는 오늘도 행복한 발걸음을 내 딛고 있다. 

 

 

오소원 (정읍 백암초 교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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