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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육자치 | 297호 학부모시험감독과 무감독 시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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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부사무처 작성일16-09-27 16:34 조회1,685회 댓글0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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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교에서 요구하는 학부모활동 중 학부모시험감독은 학부모들 사이에서도 의견이 분분하다. 아이들이 어떻게 시험을 보는지 가까이서 볼 기회가 되어 좋다, 부정행위를 방지할 수 있다는 의견이 있는가 하면 시험감독은 교사의 업무인데, 왜 학부모에게 이것을 하라는 건지, 직장에 다니는 학부모는할 수 없기 때문에 직장에 다니지 않는 학부모들이 도맡아 해야 한다는 등 불만의 목소리도 있다. 

학부모시험감독은 ‘가급적 1학급을 2개 이상 고사실로 분반하여 실시, 고사실 당 2인 감독 배치(학급당 18명 이상인 경우 필수 사항), 학부모시험 감독 보조, 복도 감독 배치 등 학교 실정에 맞는 시험감독 강화 방안을 강구하여 부정행위를 사전에 예방한다.’(2016 전북교육청 성적관리 지침)는 취지로 전국 많은 중·고등학교에서 시행 중이다. 대학입시에서 내신의 중요성이 커지면서 시험관리를 철저히 해야 한다는 학교 안팎의 요구가 점점 높아지며 많은 학교로 확산되었다. 학교는 이외에도 학년을 섞어, 예컨대 1학년 남학생과 3학년 여학생을 한 줄씩 번갈아 앉도록 해서 부정행위를 할 수 없도록 하기도 한다. 

시험감독을 해본 학부모들은 딱히 하는 일도 없이 한 시간을 서 있는 것은 고역이며 의미도 보람도 없는 일이라고 말한다. 학교운영위원 K씨는 학교에 학부모시험감독을 하지 말자고 건의해본 적이 있다.
이에 대해 학교 측은 안 그래도 학부모시험감독관이 문제를 일으켜 없애려고 한 적이 있는데, 한 교실
에 2인씩 감독하라는 지침 때문에 교사만으로는 교실마다 2인을 채울 수가 없어 어쩔 수 없이 시행하고 있다는 답을 들었다고 전한다. 

과도한 입시경쟁이 학생에 대한 불신을 낳고 2인감독배치라는 지침을 낳은 것이다. 학생 스스로 규칙을 지키고 자신의 명예를 지킬 수 있는 기회를 주지 않고 이렇게 학생에 대한 불신을 전제로 한 시험관리 방식이 과연 교육적인가? 

부정행위를 예방하기 위해 한 교실에 두 명의 감독을 배치해도 끊임없이 부정행위는 발생하는 데 비해 무감독으로 시험을 치르는 여러 학교에서는 오히려 부정행위가 줄고 학생들의 자부심이 향상되었다고 이야기 한다. 

 

60년 전통 무감독시험 이어가는 인천 제물포고등학교 

인천의 공립학교인 제물포고에서는 무감독 시험이 60년째 이어져 오고 있다. 신입생 오리엔테이션을 통해 무감독 시험 사전교육을 하며 초청 졸업생들의 경험담을 듣고, 3월 말 신입생 전원이 무감독시험 선서식을 거행한다. 또한 학부모들의 이해와 협조를 위해 무감독 시험의 목적, 역사, 벌칙을 안내하는 가정통신문도 4월과 9월 연 2회 보낸다. 

시험 전에 전교 학생들이 먼저 선서를 한다. “무감독 시험은 양심을 키우는 우리 학교의 자랑입니다.때문에 우리는 무감독 시험의 정신을 생명으로 합니다. 양심은 나를 성장시키는 영혼의 소리입니다.때문에 양심을 버리고서는 우리는 성공할 수 없습니다.” 선서하고 마지막에 구호를 외친다. “양심의 1
점은 부정의 100점보다 명예롭다.” 그리고 시험을보는데 감독관이 없이 학생들만 시험을 본다. 

무감독 시험은 1954년 제물포고등학교가 개교하여 그로부터 2년 뒤인 1956년 초대 길영희 교장이 처음 실시했다. “양심적으로 학생들이 행동하다 보면 나라가 발전하게 되지 않을까” 하는 취지이다. 제물포고의 선배들과 후배들이 역사와 전통을 이어가려고 하고 있다. 물론 중도에 부정행위가 발생하거나 내신 점수의 입시제도와 관련하여 형평성과 공정성의 문제가 제기되어 존폐의 논란이 있었으나, 학생·학부모·교사·동창들의 설문조사를 통해서 제도의 우월성이 인정되었고, 시행의 보완을 전제로 실시, 계승, 발전되어 왔다. 

의견수렴과 소통의 민주적 절차로 무감독 시험 도입한포천시 관인중·고등학교 

이처럼 무감독 시험을 오랫동안 실시해오고 있는 학교가 있는가 하면 새롭게 무감독 시험을 도입하기 위해 공청회를 열고 도입을 결정하여 시행하고 있는 포천시 관인중·고등학교(학교장 이현석)의 사례도 주목해 볼 만하다. 

이 학교는 2014년 이후 지필평가를 학교 체육관에서 전체 학년이 함께 무감독 시험을 치른다. 무감독 시험은 2013년 5월부터 약 1년 여 간 그 타당성과 시행의 가능성을 다방면으로 검토하고 학교 구성원(학생, 학부모, 교사)에게 설문지와 공청회 등의 민주적인 절차에 의해 의견을 수렴하여 2014학년도 지필평가부터 실시하게 되었다. 무감독 시험은 학생들의 정직성과 자율성을 극대화하기 위한 프로그램의 일환으로 학생에 대한 무한한 믿음을 바탕으로 실시하고 있다. 

무감독 시험의 전통을 8년간 이어가고 있는 인천 작전중학교 

인성과 지성이 어느 정도 성장한 고등학교에서 무감독 시험을 실시하는 것도 어려운 일이라 여겨지는데, 과연 한창 사춘기이고 모든 문제의 집합소처럼 여겨지는 중학교에서도 무감독 시험이 가능할까?인천 작전중학교가 정기 고사를 감독 교사 없이 치르는 ‘무감독 시험’의 전통을 8년간 이어가고 있다.올해 역시 작전중 이서균 교장과 학생회 임원을 비롯한 전교생은 무감독 시험 전통을 잇기로 다짐하는 선서를 하고 결의문을 채택했다. 작전중의 무감독 시험은 지난 2007년 기획, 사례 조사, 시범 운영,구성원 설문조사를 거쳐 시작됐다. 구성원 의견수렴을 거쳐 추진되는 게 특징이다. 우선 인천에서 무감독 시험을 도입한 학교의 사례를 조사해 연구했고 3차례 시범 운영을 통해 제도를 도입했다. 찬반설문조사에서 학생 60%, 교사 87%가 찬성했다. 

시범 운영 과정뿐 아니라 이후 무감독 시험 운영과정에서 나온 문제점은 협의를 통해 보완하고 있다. 작전중 학생들은 정기 고사 당일 아침 담임교사와 ‘진실한 양심 갖기’ 시간을 보낸다. 한 개의 교실에서 두 개 학년이 시험을 치른다. 학생들이 종례시간에 ‘자체 평가표’를 작성해 제출하면, 학교 성적관리위원회와 학생선도위원회가 이를 분석한다. 그 결과 부정행위가 확인될 경우 해당 과목을 ‘0점’ 처리한다. 

작전중은 무감독 시험 운영을 통해 ‘스스로 살아갈 수 있는 참된 사람’을 육성하고 학생들에게 민주 시민 의식을 함양시킬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학생들에 대한 불신을 바탕으로 실시하는 학부모시험감독은 학생들이 스스로 자신을 통제하고 신뢰를 형성할 기회를 주지 않는다. 통제와 규제만으로는 바람직한 성장을 기대할 수 없고 민주시민을 키워낼 수 없다. 점점 더 많은 학교에서 무감독시험이 시행되고 있음은 분명 희망이다. 

 

고유경 (우리회 수석부회장) 

 

학부모시험감독과 무감독 시험 

※ 참조 : 제물포고등학교 홈페이지, 경향신문 기사, CBS 김현정의 뉴스쇼, 무궁무진포천시 공식블로그, 경인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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