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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육자치 | 295호 초보 엄마의 두근두근 학교운영위원회 도전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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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부사무처 작성일16-08-17 15:23 조회1,356회 댓글0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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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3년 아이가 초등학교에 입학했다. 비교적 가까이 지냈던 친구들이 모두 다른 학교를 갔고, 안면이 있는 두 명의 아이조차 다른 반으로 배정되었다. 이사 온 지 얼마 되지 않아 동네 친구도 없었다. 초등학교에 입학하니 어린이집 종일반과 다르게 일찍 끝난 이후를 어찌해야할지 고민되었고, 어린이집 때부터 부모의 출입 빈도와 내용에 따라 아이에게 미치는 영향이 적지 않음을 경험했기에 나는 결국 일을 그만두었다. 내가 초등학교 입학했을 때 엄마, 아빠가 새로운 일을 시작했기 때문에 할머니와 고모가 엄마, 아빠 역할을 대신했었다. 할머니와 고모에게 많은 사랑을 받긴 했지만, 엄마의 부재가 내 마음 한 구석에 아쉬움으로 남아 있었기에 쉽게 결정할 수 있었던 것 같다. 나는 우리 아이가 앞으로 다닐 학교의 담임선생님과 학교에 이미 자리를 잡고 있는 이들을 처음 만나는 날, 책읽기지원단 자원봉사와 학부모회 학급임원으로 등록했다. 그렇게 아이와 같이 신입생이 되어 초등학교를 드나들기 시작했다. 학부모회 학급임원이 되니 선배 엄마들의 주도 아래 아이 반 엄마들의 연락처를 받고, 가끔 차도 마시고 식사도 했다. 당번을 정해 금요일 오후 교실 청소를 하고, 운동회나 소풍-현장학습-이 있을 때는 음료수 같은 간단한 다과를 아이들에게 제공했다. 책읽기지원단에서는 자료들을 많이 주었다.책 읽어주는 요령, 교과서 수록 책 목록, 학년별 필독서 목록 등 아이들 책과 관련한 자료들을 참고해 아이들 앞에서 긴장하며 책을 읽어가기 시작했다. 또한 정기적으로 모임 시간을 가졌는데, 책 읽어줄때 아이들의 반응, 읽어주기 좋은 책 추천, 궁금한것들에 대한 질의응답 등으로 그 시간이 채워졌던 것같다. 처음에는 생소하고 낯설었지만, 어느새 나는 학교에 제법 드나드는 엄마가 되어가고 있었다. 그런데 때마침 새로운 곳에서 일을 다시 시작하게 되었고, 다행히 출근시간이 여유가 있어 책읽기지원은 계속할 수 있었지만, 금요일 오후 청소나 기타 교과시간에 할애해야 하는 일들은 직장일 때문에 참여가 어려워졌다. 같은 반 엄마들과 만날 기회가 줄고, 책 나눔에도 끝까지 남아있지 못하거나 빠질 때가 많아지면서 엄마들과 나누는 시간도, 학교에있는 시간도 서서히 줄었다. 결국 아이가 2학년이 되면서부터 학부모회 학급임원 신청을 하지 않았고 겨우 책읽기지원 봉사만 유지하였다. 2년이 지나고 3년이 되어가니 아이들, 엄마들 모두 보다 가까운 이들이 생기고 학급 전체로 모이기보다는 친해진 그룹끼리 움직이는 경우가 많아졌다. 자연스레 나는 책읽기지원단 내로 활동이 좁혀졌다. 마음 따뜻해지는 이야기, 신기하고 재미있는 이야기, 아름다운 것들로 채워진 책을 보며 마음을 나누고, 아이들과 어떻게 교감하는 지를 공유하면서 점점 더 책읽기지원 활동에 빠져가고 있었다. 그런 나의 모습이 엄마들에게도 보였는지 아이가 3학년이 되면서 책읽기지원단 부단장이라는 직책이 주어졌고 행정적인일들에 관여하게 되었다. 단순히 자원활동할 때와는 다른 경험들을 접하게 되었다. 교장선생님을 필두로 담당선생님, 기타 선생님들과 원만한 관계를 유지해야 한다는 것, 책 나눔 모임이 끌어가기, 각종 행사와 책 관리 및 지원단 관리등의 다양한 역할들이 필요하다는 것을 알아 갔다. 그리고 여기저기서 들려오는 지원단 사람들의 뒷담화들. 그리고 이런저런 학교 일들에 관해 접할 기회가 많아졌다. 2015년 여름, 중요한 사건 하나가 일어났다. 여름방학 동안 천장텍스 교체 및 엘리베이터 공사 등 학교 시설 개선공사가 진행되었는데,개학이 다가오는데도 잔여물들이 남아있어 학교 안이 어수선 하다는 말들이 들렸다. 특히, 석면이 함유된 천장텍스에 대한 걱정들로 말들이 많았다. 일부 엄마들은 우리가 나서서 청소하자고 했고, 나도 같은 반 아이엄마이자 책읽기 선배 엄마의 제안으로 개학 하루 전날 청소하러 학교에 갔다. 내가 도착했을 때는 이미 반마다 엄마들이 청소하는 소리가 웅성웅성 들렸다. 생각했던 것보다 청소할 곳이 많았다. 엄마들이 충분히 걱정할 만한 상황이었다. 결국 교실 내에서 발견된 작은 조각에 석면이 함유된 것이 밝혀졌고 청소를 다시 전면적으로 실시하게 되었다. 다가오는 주말에 청소를 하려 했으나 언론 보도가 되면서 아이들 하교 후에 바로 청소가 진행되었다. 늦은 새벽까지 소수의 엄마들이 돌아가며 청소상태를 확인했고 학교 측은 최종 점검한 내용을 가정통신문으로 전했다. 나는 이 사건을 겪으면서 학교 내에서 일어나는 일들에 좀 더 관심을 갖고 관여해야겠다는 생각을 하기 시작했다. 청소하던 그날, “이거 천장텍스 조각이잖아. 혹시 석면 아냐?”. “설마!” 하는 엄마들의 웅성거림. 석면 마스크를 하고 청소하던 모습들을 보며 막연한 불안감과 우려하는 목소리들로는 이 일이 해결될 수 없을 것으로 판단했고, 이후 석면 여부 조사를 의뢰하고 학운위 위원에게 알리고 아이 담임선생님, 교장선생님에게도 모든 사실들을 전했다. 그리고 앞서 언급한 것처럼 정리되었고, 나는 학교운영위원회 학부모위원이 되기로 마음먹었다. 사실 뭔가 알아야하겠다는 것만큼 겁도 많이 났다. 입에서 입으로 전해지는 과정에서 오류들이 생길 것이 우려스러웠고 혹시나 아이에게 불이익이 생길까 두려웠다. 학교 사정을 안다고 해서 일개 학부모가 무엇을 개선할 수 있을까 하는 회의감도 들었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아이에게 부끄럽지 않은 엄마, 옳은 일을 하는 엄마가 되어야겠다는 생각이 컸다. 올해 아이는 4학년이 되었고, 나는 이런저런 사정으로 일을 그만 두었다. 이를 계기로 1학년 초 때처럼 아니 더 자주 다시 학교에 드나들었다. 우여곡절 끝에 학교운영위원이 되었고, 책읽기지원단 단장으로 지명 받아 학부모회 대의원이 되었다. 개학 전후로 지금까지 수많은 논의과정과 고민하는 시간을 가졌다. 누군가의 든든한 후원에, 누군가의 따가운 눈초리에 나는 점점 더 노출되는 과정에 있다. 여전히 두려움으로 주저하기도 하고, 정의감이 시시때때로 올라오는 것을 느끼며 4학년 일부 학부모 및 책읽기지원단원들과 학교를 위한 다각적인 논의들을 이어가는 중이다. 지난 3월 16일 학부모 총회가 있었다. 그날 운영위원으로서 짧게 소견발표를 할 계획이었으나 총회 진행을 방송으로 하는 바람에 모든 운영위원의 소견발표는 생략되었다. 운영위원은 물론 학부모회 임원의 소견발표도 마찬가지였다. 나는 소견문에 다음과 같은 내용을 담았다.

1.학교를 원활하게 운영하기 위해 열과 성을 다하시는 모든 분들께 누가 되지 않도록 열심히 맡은 역할을 다하겠습니다.

2.우리 아이들의 안전하고 재미있는 학교생활을 위해 서로 논의할 수 있는 통로가 되겠습니다. 

이 모든 과정 속에 중심은 바로 하나뿐인 내 아이였고, 그 다음 모든 아이들이 되었다. 아이의 학교에 드나드는 부모들이 처음에는 내 아이만을 위해였을지라도 좀 더 사고(思考)와 마음을 넓혀 모든 아이들을 위해 학교에 드나들면 좋겠다.
               

 

                                                                                        최은영 (서울 미동초 학교운영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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