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육의 공공성 | 294호 학생의 ‘자기결정권’을 존중하는 청소년 참여 예산제
페이지 정보
본부사무처 작성일16-08-12 17:36 조회1,414회 댓글0건관련링크
본문
왜 우리 사회에는 어린이 청소년들이 자신들을 위해 맘껏쓸 수 있는 예산은 없을까?
교사가 학생을 위해 쓰겠다는 예산은 많지만, 정작 학생 자신이 하고 싶은 일을 학생이 주체가 되어 쓸 수 있는 예산은 왜 없을까? 처음 생활자치부장을 맡아 학교예산계획서를 살펴보면서 번뜩 들었던
생각이다. 왜 그 많은 예산 중에 학생의 자치활동을 위한 예산은 거의 없는 것일까? 그리고 20년 넘게 교사를 하면서도 왜 이런 고민을 지금까지 단 한 번도 해보지 않았을까? 학생부에서 근무했던 적이 거의 없었기 때문이기도 하겠지만, 이게 학교에서 학생자치를 바라보는 학교 현실이다. 이 현실에 대해 교사, 학생들, 학부모 누구도 문제를 제기하지 않는다. 이게 우리 사회가 우리 청소년을 어떻게 바라보고 있는지 말해주고 있다. 이런 문제의식을 느끼고 있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청소년 참여 예산제’가 참으로 반갑고 가슴 뛰게 하는 정책일 거란 생각을 할 것이다. 일을 제대로 해 본 사람이면 안다. 일할 때 예산이 얼마나 중요한지, 그리고 예산계획서만 봐도 무엇을 중요하게 생각하는지, 무엇을 하려고 하는지가 보인다.
최근 마을의 중요성이 부각되고 있다. 특히, 서울시와 서울교육청이 손을 맞잡고 마을교육문화공동체(또는 거버넌스)를 만들어 학교를 위한 교육, 마을을 위한 교육 활동을 활발하게 전개하고 있다. 이른바 혁신교육지구 사업이 진행되고 있는데, 혁신지구로 선정된 지역의 구청에서는 민·관·학 거버넌스를 구축하고 다양한 마을결합형 학교를 운영하고 있는가 하면 매우 의미 있는 청소년 지원 활동이 이루어지고 있다.
강서구, 도봉구, 성북구를 비롯한 많은 지역에서 학생자치연합회 또는 청소년자치활동연합회 등이 결성되어 운영되고 있다. 이런 연합회 활동은 철저하게 학생의 자기결정권에 기반을 두어 운영되고 있다. 어떤 사업을 할 건지, 또 그 사업에 얼마의 예산을 사용할 건지 등 모든 과정을 학생들이 결정한다. 이를 각 구청과 교육지원청이 적극적으로 지원하고 있다.
그리고 구로·금천 지역의 그린나래 활동은 뮤지컬 동아리, 연극 동아리 활동처럼 문화·예술 공연등이 각 학교 학생회와 마을까지 결합하여 그 지역 청소년 문화를 이끌어가고 있다. 이 사업은 각 학교의 학생회 예산과 구청에서 지원하는 예산으로 운영된다고 알고 있다.
2015학년도 혁신지구 사업 중에 정말 멋진 청소년 참여 예산제가 운영된 사례는 동작구청에서 시행한 어린이 청소년을 대상으로 ‘아무거나 프로젝트’이다. 어린이와 청소년들이 동아리를 만들고 사업계획을 세워 그에 맞는 예산을 신청하면 심사를 통해서 동아리에 예산을 지원하는 프로젝트로 2015년 혁신지구 사업 중 전형적인 청소년 참여 예산제 운영사업의 한 모형을 보여주고 있다.
이 밖에도 최근 교육도시로 급부상하고 있는 경기도 오산시 교육지원 활동도 눈여겨 볼만하다. 서울 강서구에서도 오산시 참여 예산제를 벤치마킹하여 ‘교복 입은 시민’ 사업의 하나로 프로젝트형 학생 동아리를 지원하기 위하여 ‘별별놀이, 별별체험’ 사업을 시행하고 있다. 강서구청 관내 재학생 중 5명 이상이 참여한 모임을 대상으로 중·고등학교 50개 팀을 선정하여 각 팀당 50만원씩 지원하기 위해 2,500만원의 예산을 배정해 놓은 상태이다. 이 밖에도 청소년 참여 예산제는 학교와 학교 밖에서 다양한 교육활동을 지원해주고 있을 것이다.
다시 돌아가 학교예산 이야기를 좀 더 해보고자 한다. 학교마다 학생자치 활동의 중요성도 강조하고 학생회도 모두 있다. 그런데 그 많은 예산 속에 정작 학생자치예산은 거의 보이지 않는다. 아주 형식적인 예산 몇 푼이 있을 뿐이다. 대부분 학교에서 기껏 해봐야 1년에 몇 번 형식적으로 운영되고 있는 대의원회의 때 빵과 우유를 나눠주기 위한 예산과 1년에 한 번 임원수련회비 정도를 지원해주기 위한 예산 정도가 아닐까 싶다. 간혹 학교축제나 동아리발표회에 예산이 배정된 학교도 있지만, 이런 행사 또한 학생회 사업이라기보단 교사에 의해 운영되고 있으며 담당 부서도 창의·체험부인 경우가 많다. 2012학년도에 처음 생활자치부장을 맡아서 학교예산계획서(이미 전임 부장에 의해서 요구된 예산안을 부장회의 등을 통해 확정한 예산)를 보니1,000만원 내외의 생활자치부 예산 중 대의원 회의비 100만원(?)을 제외하곤 학생자치를 위한 예산이라곤 거의 찾아볼 수 없었다. 그래도 명색이 자치부인데. 그도 그럴 것이 이 부서의 이전 정확한 명칭은 생활지도부였다. 자치부가 아니고 지도부였던 것이다. 학생회 담당 교사가 있기는 했지만, 자치보다는 학교 폭력 예방, 상벌점제 운영 등 학생의 생활지도가 우선이었다. 그러다 보니 학교예산도 학생의 자치활동을 위한 예산은 거의 없고, 대부분 예산은 교문지도 활동비, 교외지도 활동비, 금연 교육, 학교폭력예방 교육을 위한 예산 등 학생 지도에 필요한 예산으로 짜여 있었던 것으로 기억난다.
2013학년도로 기억한다. 전교조가 주최한 참교육실천대회에서 전북 관촌중학교 학교예산서를 본 적이 있었다. 규모가 작은 시골학교인데도 불구하고 학생회장 재량활동비 150만원이 떡 하니 있는 것이 아닌가. 참으로 신선한 자극이었다. 학부모 예산도 적지 않았다. 적어도 학교자치를 하려면 이 정도는 되어야 하지 않을까?
이제 삼정중학교 이야기를 좀 더 자세히 해보려고 한다. 삼정중은 철저하게 자기결정권에 기반을 둔 학생자치활동이 이루어지는 학교이다. 우선 참여 인원부터 많다. 학생의 자기결정권에 기반을 둔 학생자치활동이 몇 년 동안 꾸준히 성장하면서 하는 일이 많아졌고 그 결과 학생들의 참여도도 높았다. 2014학년도에는 전교생 450명 중 1/3에 해당하는 150여명의 학생들이 학생회의 각 부서원으로 참여하여 활동하였으며 지금도 그런 흐름이 계속 이어지고 있다. 삼정중학교 학생회에서 하는 일은 많다. 가장 크게는 학교축제 운영에서부터 신입생 오리엔테이션, 입학식, 졸업식 식전 문화행사 등을 비롯하여 많은 일을 한다. 누가 시켜서 하는 것이 아니다. 학생들이 의견을 모아 스스로 결정한다. 러니 학생들은 시도 때도 없이 회의한다. 토론 교육을 하지 않아도 토론 문화가 자연스럽게 만들어진다. 축제 계획서나 임원수련회 계획서는 물론이고, 학생회가 주관하는 행사에 대해서는 가정통신문까지도 학생들이 직접 만든다. 학생들이 이런 문화 속에서 자라는데 변하지 않겠는가! 학교 폭력은 사라진 지 오래고 아이들은 학교가 행복하다고 말한다. 민주공동체의 기반 속에서 학생 중심의 교육 활동이 만들어낸 결과이다.
중요한 것은 학생들의 자기결정권이었다. 예산도 당연히 학생 스스로 결정하여 사용한다. 학생자치 예산은 학교 기본예산뿐 아니라 외부 공모사업 예산과 강서구청 학생회 자치활동 지원경비를 포함해서 적지 않은 예산이 배정되어 있다. 이 예산의 대부분을 총무부가 관리한다. 임원수련회의 경비가 약 300만원 정도가 배정되어 있다면 이 예산을 어떻게 쓸 건지는 총무부와 수련회를 주관하는 행사부가 협의하여 예산을 배정한다. 그 외 축제 관련 예산도 관련 부서와 총무부가 협의하여 예산을 배정하고 집행하였다. 학생회 담당 교사는 학생들이 짜온 예산서대로 결재 신청을 해 주는 역할만 할 뿐이다. 앞으로는 학생이 예산 수립 단계부터 참여할 수 있길 기대해본다.
끝으로 우리 어린이 청소년에게 자기결정권을 달라고 말하고 싶다. 그 속에서 우리 아이들은 타인을 배려하고 존중하면서 타인과 함께 일할 수 있는 능력을 기르면서 함께 성장할 수 있을 것이다. 청소년 참여 예산제는 우리 청소년들에게 자기결정권을 준 또 하나의 좋은 사례가 될 것이다.
우리 청소년들에게 자기결정권을 달라!
청소년들이여 자유인이 되어라!
김승규 (서울 마곡중 교사)
*이 기사가 실린 학부모신문을 확인하려면 위 링크를 클릭하세요.
댓글목록
등록된 댓글이 없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