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책 | 293호 경제성이 가장 탁월한 공교육 재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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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부사무처 작성일16-08-10 16:37 조회1,093회 댓글0건관련링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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들판에 쌓이는 눈이 한 뼘 넘는 것은 영화에서만 보는 줄 알았다. 그런데 실제로 그림 같은 풍경이 정기총회에서 펼쳐졌다. 그렇게 쌓인 눈 때문에 서울시교육청 대천학생임해교육원에 도착하지 못하고 돌아간 발걸음도 있어서 아쉬웠지만, 아이들은 선물 같은 눈을 만끽하는 시간이 되어서 다행이다. 제31차 정기총회 첫 순서는 ‘교육재정 톺아보기’였다. 특강으로 정책연구소 미래와 균형 김현국 소장을 모시고 ‘지방교육재정의 이해와 운용역량 강화’에 대한 강의를 진행하였다. 들어가면서 강조한 말씀은 “The people don't know their true power!”이다. 벼랑 밖의 한사람이 벼랑 안쪽 여러 사람의 힘으로 떨어지지 않고 균형을 이루는 시소 같은 그림으로 시작되었다. “사람들은 그들이 가진 진짜 힘을 알지 못한다!” 사람들이 자신의 잠재력을 정말 잘 알았으면 좋겠다. 대부분 정책은 재정을 통해서 실현된다. 유한한 재원을 사용하면서 목적대로 효과를 내고, 부작용을 최소화시키려면 재정 운용 역량을 준비하고 강화해야 한다. 힘이 있는 쪽의 한 사람보다 국민(대중)의 힘이 훨씬 더 강하다는 것을 강조했다.
지방교육재정은 유치원생, 초등학생, 중학생, 고등학생, 특수학교 학생 모두에게 학습기회를 보장하는 데 필요하다. 우리 헌법은 균등하게 교육받을 ‘학습권’을 보장하고 있다. 지방교육재정은 헌법으로 보장한 균등한 학습기회의 토대 위에 모든 국민은 능력에 따라 균등하게 교육받을 권리를 가진다. 따라서 ‘지방교육재정은 학생 모두에게 학습기회를 보장하기 위한 공교육비로, 학생들의 능력에 따라 균등하게 학습기회를 보장하도록 사용해야 하며, 학습기회라는 말은 헌법에 근거한 것이다. 2009년 이후 지금까지 경기도를 시작으로 전국 대부분 지역에서 학교 실정에 맞게 지방교육재정을 운용하여 교육과정을 내실화하고, 교육 결과를 향상시킨 사례가 많다. 지방교육재정은 국회가 법률로 정한 세금 일부를 주된 재원으로 삼아서 학교와 교육행정기관을 설치하고 경영하는데 사용하는 공교육비다. 교육감과 시도의회가 편성, 의결, 집행하는 권한과 책임을 지는 교육지방자치 재정이어서 학생들의 능력에 따라 균등한 학습기회를 보장하는데 사용해야 한다. 그 효과는 학생과 졸업생들 평생에 걸쳐 지속되므로 경제성도 뛰어나며, 최대한 해당 연도에 사용해야 하는 재정이다. 한마디로 말해 교육재정은 학습기회라고 할 수 있다.
그렇게 평등한 학습기회를 가진다고 해도 재정운용 역량에 따라 정책의 결과는 큰 차이가 난다. 교육 주체들에게 익숙한 정책인 무상급식과 누리과정 두 가지를 비교하면 쉽게 이해할 수 있다. 두 정책은 모두 보편적 복지 철학에 따른 정책으로 방향이 같다고 할 수 있다. 두 정책 모두 보편적 복지 정책이라는 공통적 속성에 따라 물가를 안정시키는 효과를 낸다. 그러나 동일한 정책 방향에도 불구하고 구체적 과정을 살펴보면 두 정책 간에 적지 않은 차이점을 확인할 수 있다. 무상급식의 재원은 공약한 당사자들인, 교육감, 광역과 기초단체장들이 책임지는 교육청, 시도청, 시군구청의 재정으로 100% 부담하므로 재정 건전성을 악화시키지 않았다. 반면 누리과정은 결정한 당사자인 중앙정부가 전혀 부담하지 않고, 결정 당시 의견 제출 기회도 없던 시도교육청들에 100% 전가시킨 상황이며, 과다한 지방교육채 발행으로 지방교육재정의 건전성을 심각하게 위협하고 있다. 좌초 위기에 놓인 누리과정과 성공적으로 안착하고 있는 무상급식이 엇갈린 운명을 갖게 된 결정적 차이는 소통에 있다. 정책결정 주체와 재원부담 주체 간에 얼마나 협의 과정을 거쳤는지가 중요하다. 누리과정은 정책을 결정한 중앙정부가 재원부담을 일방적으로 일선시·도로 떠넘긴 반면 무상급식은 정책을 결정한 교육청과 재원을 부담하는 지자체 간 수많은 협의 과정이 이뤄졌기 때문이다. 또 재정 운용 방식에 따라서도 정책의 결과는 큰 차이가 발생한다. 운용 방식이 교육자치의 현실과 문화에 어울리도록 정책과 재정을 기획하고 집행할 때만, 정책의 취지가 실현될 수 있다. 학교 조건에 들어맞는 정책을 필요한 학교에서 시행할 수 있으려면 재량 예산 방식이 바람직하다. 학교 교직원들이 연간 학교 운영계획과 교육과정, 학교회계를 종합적으로 결정하고, 연간 학사 일정 속에서 정책들을 추진하고, 통합적으로 평가, 결산, 보고하면 행정 업무를 줄이면서도 사업 결과가 더 좋아질 수 있다. 그래서 교육자치가 발전할수록, 교육지방자치 공직자들이 재정 운용 경험과 지식을 공유하는 것이 더욱더 중요해진다.
그리고 공교육에 대한 만족도를 보면 선진국 가운데 한국이 가장 낮은 편이다. 사교육비는 물론 공교육비도 개인이 가장 많이 부담한다. 대학 교육비의 개인 부담 비중은 한국이 73%로 가장 높다. 한국은 다른 나라들과 비교할 때, 공교육재정이 적고, 부모의 소득에 의존하는 교육비가 많고, 학급당 학생 수가 과다하고, 공교육만족도가 낮은 나라다. 경제협력개발기구의 분석 결과, 선진국 모든 나라에서 공교육 재정은 경제적 효과가 탁월한 재정이다. 고교교육에 재정 1조원을 투입할 때마다 국민소득이 5.4조원씩 증가하고, 조세수입이 1.2조원씩 증가하고, 사회보험료 수입이 1.6조원씩 증가하며, 실업 대책 재정과 개인들의 불이익은 1.9조원씩 감소한다. 우리 사회에서 자주 접할 수 있는 ‘교육재정은 고비용 저효율’이라는 주장은 사실과 전혀 부합하지 않는다. ‘교육재정은 경제적 효과도 탁월’하다는 주장이 사실에 부합한다. 선진국 어느 나라든 대규모 공공 지출 가운데 교육투자가 경제적 효과에서도 가장 탁월하다. 따라서 ‘교육재정은 그 효과가 학생과 졸업생 평생에 걸쳐 지속되므로 경제성도 뛰어나다’고 할 수 있다. 그런 경제성에도 불구하고 교육재정 위기의 가장 큰 원인은 ‘교부금 감소’ 때문이다. 경제성장률 하락, 감세가 교육재정 위기의 가장 큰 원인이다. 누리과정 예산 전가도 두 번째로 영향을 끼친 원인이라고 할 수 있다. 2014년 말 시점에는 유일하게 제주도가 지방채 미상환 잔액이 0원이다. 제주도는 보통교부금 배분액이 법률에 따라 정률로 정해져 있다. 2007년부터 보통교부금의 .57%를 제주에 배분하고 있다. 다른 16개 시도에 적용하는 복잡한 현행 배분 방식과 비교하면 일견 무성의해 보일 정도로 단순한 방식이다.
2016년 배분액까지 10년을 1.57% 정률로 배분했지만, 제주도만 교직원 급여를 주지 못하는 일도, 다른 곳보다 더 주는 일도, 저소득층 학생 지원이 유별나게 증가하는 일도 발생하지 않았다. 오히려 17개 시도 가운데 유일하게 지방채 발행 잔액이 0원으로, 재정건전성이 가장 탁월하다. 이런 사례에서 보듯이 무상급식이나, 혁신학교 정책에 대해 반대하는 사람도 “나는 이 정책에 반대한다!”고 말할 수는 있지만, “교육재정 위기의 원인은 무상급식이다!”, “교육재정 위기의 원인은 혁신학교다!”라고 말하면 안 된다. 교육재정에 대한 강의를 들으면서 답답한 마음을 감출 수 없었다. 먼저 교육과 보육이 바로 서야만 저출산 문제도 해결될 것이기 때문이다. 스웨덴과 프랑스에서는 가장 먼저 아기를 낳은 엄마를 배려하고 국공립 교육과 보육을 질 높게 준비한다. 우리도 국가적 차원에서 학습기회 제공과 그에 따른 재정을 가장 먼저 생각하고, 교육 지방자치에 부합하는 객관적 지표들을 구성하여, 중앙 정부는 가장 단순하고, 객관적이며, 중립적인 방식으로 교부금 제도를 개선했으면 하고 바라본다. ‘true power!’ 그런 날을 위해 우리의 능력을 믿고 지속적으로 잠재력을 발휘할 때라고 생각한다.
고현희 (학부모신문 기획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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