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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획특집 | 291호 인권의 기준과 원칙이 살아 숨 쉬는 학칙을 위하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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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부사무처 작성일16-08-10 15:06 조회1,280회 댓글0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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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권의 기준과 원칙이 살아 숨 쉬는 학칙을 위하여

 

인권친화적학교+너머 운동본부와 전교조 주최로 11월 24일 오전 프란치스코 교육회관에서 불량학칙공모전 결과 발표회를 가졌다. 불량학칙공모전은 9월 9일부터 10월 25일까지 SNS를 통해 진행되었는데, 제보된 사례는 총 107개이고 그중 고등학교는 61개, 중학교는 46개이다. 학생들이 제보한 불량학칙 사례에서 두발, 복장규제 등, 용의 규제가 가장 많은 수를 차지했고 그에 못지않게 상벌점제에 대한 제보가 많았다(표 참조). 학교는 여전히 학생의 두발, 복장을 제한하고 상벌점제를 통해 학생들을 통제하고 규제하고 있으며 학생들은 이러한 규제에 대해 부당하다고 느끼고 있음을 알 수 있다. 이외에도 강제학습, 체벌과 벌점으로 통제, 성적으로 인한 차별, 학교행사 참여 제한, 학생회 출마 제한, 반성문 강요, 기숙사 외출 금지 등 학생의 표현 및 집단행동 규제, ‘강제 동의서’ 작성, 벌점으로 인한 불이익 및 퇴학까지 받는 사례가 제보되었다. 이것이 불량학칙(학교 규칙) 공모전을 통해 드러난 학교의 실태이다. 이미 몇몇 지역에서는 학생인권 조례가 만들어졌고 각 교육청과 학교는 이를 지켜야 하지만, 학칙을 개정하기는커녕 학칙에도 없는 내용으로 학생들을 통제하고 규제하는 모습은 2015년 현재에도 여전하다.

 

발표회는 2015년 불량학칙 공모 사례발표에 이어 발제로 ‘사례로 본 현 학칙의 문제점’, ‘현 학칙의 문제점을 개선하기 위한 원칙과 방향’을 발표하고 열띤 토론과 의견제시가 이어졌다.  

 

현 학칙을 개선하기 위한 원칙과 방향

 

불량학칙 공모전을 통해 살펴본 대한민국 학교의 학칙은 마치 신체포기각서와 노예계약서를 떠올리게 한다. 이들 학칙 안에는 오로지 통제와 처벌이 난무할 뿐 학생의 권리 보장은 찾을 길이 없다. 뿐만 아니라 불량학칙 공모전 사례에서 보았듯이 학칙에도 없는 비인권적인 통제와 인권침해가 교육과 생활지도라는 명목으로 여전히 자행되고 있다.

 

학칙은 학교 운영 전반에 대한 규정을 제시하는 문서이다. 특히 생활규정 등은 학생들의 학교생활 속에서 법규와 같은 역할을 하며 학생, 교사 등 학교 구성원의 관계에도 지대한 영향을 미친다. 그러므로 이 문서에는 교육의 철학과 학교 구성원들의 권리와 책임을 명시해야 한다. 그리고 학칙은 헌법의 기본 가치들을 훼손해서는 안 된다. 그런데 지금 한국 학교들의 학칙에는 헌법의 기본 가치, 민주주의와 자유와 평등, 인권보장의 기본 가치가 철저히 무시되고 있다. 이제는 노예계약서, 신체포기각서 같은 학칙을 민주적으로 인권적으로 바꾸어야 할 때다. 이는 학생들의 인권을 존중하고 민주주의와 자유, 평등을 가르쳐야 할 학교의 가장 중요한 본분을 되살리는 길이기도 하다.

 

인권친화적인 학교를 만들기 위한 우선 과제로 학칙이 변화해야 한다는 것을 강조하며, 인권친화적 학칙을 만들어나가기 위한 일곱 가지 원칙을 제안하고자 한다.


1. 학칙 제정 목표는 학생인권의 보장이어야 한다.


헌법과 법률의 제정 목표가 국민의 기본적인 권리를 보장하기 위한 것처럼 학칙의 제정 목표도 당연히 학생 및 학교 구성원의 기본권인 인권을 보장하는 것이어야 한다. 이는 학교와 학칙이 존재하는 이유이다. 그러나 현재의 학칙 중 학생의 인권보장과 권리를 제대로 명시한 학칙은 거의 없다. 일부 명시한 학칙들도 학생인권조례 등의 내용을 그대로 고민 없이 베낀 것들이 대부분이며 구체적이고 실질적인 권리 보장의 역할을 하지 못하고 있다. 오히려 학생에 대한 강력한 통제와 억압을 정당화하는 내용으로 가득하다.


그러므로 현행 학칙에 대한 구체적인 검토와 더불어 학칙 안에 학생인권 보장을 명시하고 이를 기준으로 새로운 학칙의 기준을 제시하는 것이 시급히 필요하다. 우리는 학생인권조례를 비롯하여 국가인
권위원회의 여러 권고 등을 통해, 이미 학칙에 대해 어느 정도의 가이드라인을 가지고 있다. 그러나 여전히 학생들을 통제하는 내용 위주로 만들어진 학칙, 자의적인 학칙, 학교가 규율할 범위를 벗어난 학칙 등의 고질적 문제들을 벗어나지는 못하고 있다.


2. 학칙의 기준을 벗어난 자의적인 판단과 비인권적인 통제 처벌은 사라져야 한다.

 
학칙이 학교에서 학교 운영과 학생 생활에 큰 영향을 미치는 가장 중요한 규정임에도 불구하고 학교현장에서 학칙의 내용을 제대로 알고 있는 학생이나 교사가 거의 없는 경우도 많은 현실이다. 그러다 보니 학생의 통제를 위한 일부 벌점 규정 등의 학칙 내용 이외에는 학칙을 들여다보지 않고 오히려 학칙 내용과 상관없이 교사의 임의적인 지도와 통제가 자행되는 사례가 비일비재하다.


이는 단지 학칙 개정만으로 학교의 인권침해가 개선되지 않는다는 것을 의미하기도 한다. 학칙이 학생인권보장을 그 기본 방향으로 정한다는 것은 단지 학생인권 보장을 학칙에 명시하는 것에서 그치는 것이 아니라, 학교 현장에서 학생을 통제하는 여러 가지 규정-학급규칙, 학년 규칙, 상벌점제, 기타 여러 규정들이 만들어지고 바뀌는 것에 인권 보장이 기본 원칙이 되어야 한다. 그리고 이러한 학칙의 기준에서 벗어난 교사의 자의적 판단과 비인권적인 통제와 처벌은 즉각 사라져야 한다. 교사가 교육적인 지도의 범위에서 사용할 수 있는 수단이나 학생의 권리를 분명히 해야 하며, 합의된 규칙을 벗어나
서 강제력을 행사하거나 불이익을 주는 일이 있어서는 안 된다.


3. 학칙 제개정의 원칙과 과정은 민주적으로 열려 있어야 한다.


학칙의 제정 및 개정 과정은 학생, 교직원, 학부모 등 학교 구성원 모두가 쉽게 참여할 수 있어야 한다. 많은 학교들이 학칙을 만들고 바꾸는 과정에서 충분히 이를 알리고 토론하는 과정을 거치지 않는다. 또한 학생이나 학부모의 의견을 듣는다고 하더라도 학생회 임원 혹은 일부 학부모 대표에게 형식적으로 의견을 제출하라고 하는 경우도 많다. 그러나 학칙 제개정 과정은 일부 대표만이 아니라 전체
학교 구성원들에게 열려 있어야 한다.


학교에서는 설문지, 가정통신문, 학생 또는 교사의 자치회의 과정 등 다양한 방법을 통해 학칙에 대한 의견을 적극적으로 수렴해야 한다. 학생회 등의 자치기구가 학생들 사이에서 학칙 제개정을 공론화하고 논의할 수 있도록 충분한 시간적 물적 지원을 학교가 제공해야 함은 물론이며, 학생들이 학칙에 대해서 자유롭게 의견을 표현하고 변화를 요구하는 평화적 활동을 하는 것을 보장해야 한다. 

또한 현재의 학칙 개정에서는 학칙 개정안을 쓰는 형식이나 절차가 까다로운 경우가 많다. 이럴 경우특히 학생들이 개정안 자체를 내는 것을 꺼릴 수밖에 없다. 개정안 제출 절차를 어렵지 않게 만들고 형식을 간소화해야 학생들이 스스로 의견을 적극적으로 표현할 수 있게 된다. 

마지막으로, 학기당 1회 이상 정기적으로 학칙을 개정할 수 있는 시기가 보장되어야 한다. 뿐만 아니라 정기적인 시기를 지났다 하더라도 긴급하게 학칙 개정이 필요할 때 학칙 개정을 요구하고 이를 논의할 기회를 마련해야 하고 이러한 절차를 학교 구성원들에게 공지해야 한다.


4. 학칙 제개정 과정에서 실질적으로 동등한 참여와 권한이 보장되어야 한다.


학칙 제개정을 논의하고 결정하는 기구(예 : 학칙개정위원회)에 의결권을 가진 학생들의 수는 의결권을 가진 학부모·교사의 수와 동등하거나 더 많도록 보장해야 한다. 학칙의 대부분 개정 내용이 학생 생활과 직간접적인 내용을 포함하고 있기 때문이다. 설령 학생들만을 주된 적용대상으로 삼은 현행 학칙들의 문제점을 개선하더라도, 현실적으로 학교에서 실제로 생활하지 않는 학부모나 교원에 관한 법령 등을 따르는 교사들에 비해서 학칙의 영향력은 학생들에게 더 크게 작용할 개연성이 크다. 덧붙여 개정위원회 회의에서 학생들이 자신의 목소리를 분명히 내기는 쉽지 않은 일이다. 개정위원회 회의를 투명하게 공개하여 학교 구성원들의 참관을 보장하고, 대표 학생이 아니더라도 개정안에 대한 의견을 표현할 수 있는 발언권을 확보하는 것이 필요하다. 학교운영위원회에 학생이 참여하여 의결권을 행사하도록 초중등교육법을 개정하는 것도 함께 이루어져야 한다.

 

또한 학칙 개정위원회에서 의결한 학칙안은 합리적으로 존중되어야 한다. 법적으로 학칙 제정의 권한을 가진 학교장 또는 학교운영위원회가 의결된 개정안을 거부하거나 변경하고자 할 때는 명확하고 합당한 이유를 밝혀야 하며, 협의를 통해서 개정안의 취지를 존중하는 수정안을 마련하는 등의 노력을 해야 한다. 개정안이 인권침해 소지나 상위법 위반 등의 문제가 없을 경우 재의결 등의 절차를 거쳐 승인될 수 있도록 하는 법적인 보장이 필요하다.


5. 학칙은 접근하기 쉽게 공개되어야 하고, 충분한 공지와 검토의 기회를 가져야 한다.


학칙 개정 이전에, 일단 학칙에 대해 학생들과 학부모, 교직원이 접근하기 쉬워야 한다. 그런데 많은 학교에서 홈페이지에서 학칙을 찾기 어렵거나 검색을 통해야만 겨우 볼 수 있거나 ‘학교알리미’에만 학칙을 공개하고 있다. 심지어 공개되지 않은 학칙이나 규정이 시행되는 경우도 많다. 학칙은 학교의 기본적인 운영 방법을 나타내는 공식적인 규정이므로 당연히 내외부의 사람들에게 공개되어야 한다. 학교에서는 단순히 홈페이지에 게시하는 수준에서 더 나아가 접근하기 쉬운 위치에 공개해야 하며, 학칙내용에 대한 홍보 기간을 따로 정하여 학교방송, 게시판, 가정통신문을 통해 학생, 학부모, 교사가 쉽게 이해할 수 있도록 적극적으로 홍보해야 한다. 학칙이 개정된 직후에는 개정된 내용을 공지하는 기간을 정해야 한다.


그리고 공개된 학칙에 대해서 학교 안팎의 시민들이 이를 살펴보고 검토할 기회를 장려해야 한다. 이는 학칙 안에 인권침해적이거나 불합리한 내용이 포함되는 것을 방지할 수 있는 방법의 하나다. 현재도 학칙을 ‘학교알리미’ 등에 공개하고 있지만, 이것만으로는 불합리한 학칙 내용을 견제하는 역할을 거의 하지 못하고 있다. 학칙의 내용과 운영에 대해서 모니터링하여 의견을 제시하는 옴부즈퍼슨을 두거나 교육청 등이 점검하여 의견을 제시하는 과정을 가져야 한다.

 

6. 인권을 침해하거나 상위법을 위반하는 학칙에 대해 효력정지와 구제를 신청할 수 있어야 한다.


많은 학교의 학칙들이 헌법, 유엔아동권리협약, 학생인권조례 등의 상위법을 무시한 채로 그대로 운용되는 경우가 많다. 이럴 경우 학칙이 개정되기 전까지 학생들이 불합리하고 비인권적인 학칙에 적용을 받고 생활해야 하는 문제가 생긴다. 학칙 내용이 학생인권조례 등의 상위법과 위배되는 것이 명백할 경우 이에 대해 학생, 학부모, 교직원이 문제를 제기하면 학교에서 자체적으로 소정의 절차를 걸쳐 개정 전까지 문제 조항에 대한 효력정지를 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이는 학교만이 아니라 교육청에서도 창구와 절차를 마련하여 효력정지를 명령할 수 있도록 해야 할 것이다.


또한 현재는 학칙에 이러한 문제가 있더라도 이를 시정할 수 있는 어떠한 절차도 마련되어 있지 않다.마치 법률에 대해 헌법재판소에 위헌심판을 신청할 수 있듯이, 교육청이나 국가인권위원회 등 정부기관에 구제를 청구하는 절차가 필요하다. 이를 통해 인권침해이거나 상위법 위반이라고 결정되는 학칙을 무효화하고 개정 명령을 내림으로써 학칙의 문제점을 시정할 수 있어야 한다.


7. 교육부와 교육청의 책임 있는 감독과 지원이 필요하다.


학칙은 학교 구성원들의 민주적인 의견수렴 과정과 절차를 가지고 제·개정되어야 하지만, 이는 단지 학교 구성원의 형식적인 참여만 있으면 되는 것이 아니다. 한 학교의 학칙이 학교 구성원의 기본적인 인권과 권리를 보장하고 있는지 그 기준을 제시하고 확인·감독하는 역할은 당연히 교육부와 교육청이 해야 할 몫이다. 학칙의 기본 원칙이 학생들의 인권보장을 명시하는지, 학칙 제·개정에서 민주적인 절차와 의견수렴을 거쳤는지, 학칙의 기본 방향에서 벗어나는 자의적인 규정과 규칙들은 없는지에 대해 교육부와 교육청은 끊임없는 관심과 감독이 필요하다.

 

또한 지금껏 권위적이고 비인권적인 학칙과 학칙개정 절차만을 알고 있는 교원들에게 학칙에 대한 기본적인 생각을 바꿀 수 있는 교육과, 제대로 된 학칙의 기본 상을 제시해 줄 구체적인 로드맵을 지원하는 등 학칙의 인권적이고 올바른 변화를 위한 실질적인 차원의 학교 지원을 해야 한다.


현재, 단지 학교 규칙 제정은 학교구성원의 일이니 관여하지 않겠다는 교육부와 교육청의 태도는 학생들의 인권 보장과 민주적인 학교에 대한 정부의 책임을 방기하는 것이다. 지금이라도 교육부와 교육청은 책임 있는 자세를 보여야 할 것이다.

공현 (인권친화적학교+너머 운동본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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