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특집 | 263호 영호남 학부모 5.18 민주항쟁 역사현장에서 만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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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부사무처 작성일17-01-20 16:26 조회1,242회 댓글0건관련링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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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호남 학부모 5.18 민주항쟁 역사현장에서 만나다
한국현대사를 말할 때 ‘우리가 남이가’로 대표 되는 영호남 지역감정을 빼놓을 수 없다. 71년 ‘김 대중-박정희’ 대선 구도에서 본격적으로 발현된 지역감정은 현대 정치에서 ‘진보 대 보수’ ‘민주 대 반민주’의 판을 깨는 강력한 이데올로기로 작용 해왔다. 혹자는 그 뿌리를 조선시대, 혹은 고려시 대에서 찾기도 한다. 고려 훈요10조의 “차령산맥 이남과 공주강 밖의 사람들은 쓰지 말 것”이나 세 종대왕실록 제89권의 “전라도는 산수가 배치하 여 쏠리고 인심이 지극히 험하나, 억지로 편복을 가할 수는 없어서 근심이 크다”는 기록은 역사적 으로 지역 차별이 존재했음을 보여준다.
그러나 해방 이후의 상황을 보면 과거 역사에 서 나타나는 지역차별이 현대 정치를 굴곡지게 한 지역감정의 원인이라고 보기 힘들다. 지역감정 이 정치도구로 사용된 건 71년 이후다. “김대중이 대통령이 되면 경상도에는 피바람이 불 것이다” 는 등의 발언이 언론에 공공연히 표명되는 지역 분열이 가속화되기 시작했다. 그리고 그 정점에 5.18민주화항쟁이 있다
호남에서 몰표를 주는 사람 중 다수가 ‘5.18’을 얘기한다는 말이 있다. 5.18민주화항쟁은 대한민 국 민주주의 발전과 통일운동의 결정적 계기가 되었지만, 사건의 비극성만큼이나 지역감정의 철 옹성을 쌓고 말았다. 그 후 현대정치는 지역구도 에 의해 결정되어졌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이후 지역감정이란 망령을 몰아내기 위한 각종 사업들이 시민단체, 문화예술인 주도하에 기획되 었다. 영호남 교류캠프, 장터, 연극제, 미술교류전 들이 꾸준히 진행되고 있는데, 아쉽게도 교육단 체의 참여는 상대적으로 미비했다.
그런 까닭에 지난 6월 참교육학부모회 광주지 부가 5.18기념재단 공모사업으로 진행한 <영호남 학부모 교류>는 매우 반갑고 값진 사업이다. 영호 남 학부모들이 한 자리에 모여 민주, 인권, 평화교 육에 대해 소통하고 교류하는 계기를 마련하고자 기획된 이 사업은 5.18 유적지를 탐방하고 광주 수완중학교(혁신학교)를 방문하는 1박2일 일정 으로 짜여있다. 1980년 5월 광주 이야기를 통해 한국현대사를 재조명하고, 학부모들이 ‘인권의 눈’으로 바라보는 학교이야기를 통해 학생인권조 례를 올바른 시각으로 바라볼 수 있게 하기 위해 서다
광주지부의 초청에 한달음에 달려온 25명의 영 남지역 회원들은 공식 일정이외도 긴 뒤풀이 시 간을 함께 하며 많은 이야기를 나눴다. 다음에는 호남지역 회원들이 또 하나의 민주화성지인 부산 으로 달려가 영남을 배우고 이해하길 기대하며, 참가자들의 광주 방문 소감문을 세 편 싣는다.
큰 의미로 다가 온 광주방문
참교육학부모회 광주지부 최선아 사무국장으로부 터 전화가 왔다. 영호남의 학부모들이 만나 교류의 장을 열어볼 예정인데 참가해 주지 않겠느냐는 초대 의 말씀이다. 참 반갑고도 고마운 제안이었다. 그 제 안 속에는 광주지역의 유적지 탐방과 민주주의에 대한 강좌, 혁신학교 탐방, 영호남 학부모들의 소통 등이 있었다. 평소 참교육학부모회 회원들 간 부산 지역과 광주지역의 교류가 활발하지 않았던 터라 흔 쾌히 제안을 받아들였다.
그런데 막상 회원들에게 참가 의사를 물어보니 다 들 시간 맞추기가 쉽지 않아 부산, 울산, 거제, 경남 등 25명 정도밖에 되지 않았다. 광주지부에서 손님 맞이 준비를 하시느라 애쓰시는 것에 비해 너무 적 은 인원이라 미안했지만 오붓하고 알차게 광주를 둘 러보는 기회를 가지게 되어 한편으로 좋았다.
첫날 오후 광주에 도착하여 혁신학교 탐방부터 하 였다. 수완중학교를 둘러보고 학교의 설립과정과 학교 운영 철학 및 교육관에 대한 현직 교사로부터 설명을 들었다. 초등 혁신학교들의 성공 사례는 많 이 보았지만 중학교의 성공적인 사례를 보는 것은 처음이어서 또한 의미가 있었다. ‘배움과 나눔으로 함께 성장하는 배움공동체’라는 제목을 통해 무엇보다 공동체를 통한 교육을 기본 으로 운영되고 있었다. 혁신학교 설립을 꿈꾸는 부 산의 학부모로써 부러움을 살만한 부분이 많이 보 였다.
혁신학교에 대한 설명이 끝나고 바로 이어서 5.18 민주화운동에 참가하셨던 분의 실제 경험을 통한 민주화운동의 의미에 대한 강의를 해주셨다. 다시 금 그 당시의 처참했던 상황을 현장에서 들을 수 있 는 계기를 가질 수 있었다.
저녁식사 후 한순미 전남대 교수로부터 5.18과 관 련된 소설 작품에 대한 강좌를 들었다. 현재의 소설이 민주화운동을 어떻게 담아내고 있는가, 4.19와 5.18 등 민주화운동에 미친 소설의 역할은 무엇인가 를 교수님의 논문을 통해서 다시 알아보는 계기를 마련해 주었다. 김수영, 김현, 김승옥, 조정래, 김남 주, 김형중, 김성례, 이청준, 서정인, 임철우, 한승원 등의 소설속의 민주화운동은 어떻게 표현되며 어떤 역할을 해야 하는가에 대한 강좌를 들었다. 밤늦은 시간까지 열강을 해 주신 한순미 교수님과 열심히 청취하는 회원들의 모습이 참 아름다웠다. 밤늦게 강좌가 끝나고 뒤풀이 자리에서도 영호남의 학부모 들의 끝없는 이야기가 새벽까지 이어졌다.
다음날 일요일 아침에는 국립 5.18민주묘지에서 참배를 하였다. 어린이들은 체험을 통해서, 처음 광 주에 와보는 청소년들은 그들의 눈높이로, 학부모들 은 또한 부모의 마음으로 참배를 마치고 소쇄원을 둘러본 뒤 채식뷔페에서 점심식사를 했다. 이틀간의 광주방문은 큰 의미로 다가왔다. 이번 영호남교류를 위해 초대를 해주시고 준비해 주신 광주지부 회원들 께 감사의 말씀을 전한다. 언제 기회가 된다면 부산 지역에 초대하여 또 한 번 함께 밤을 지새우며 마음 을 나눌 수 있는 자리를 마련해 보고자 한다.
영남지역의 민주화 운동은 1960년 4.19 의거의 발단이 된 마산의 3.15 시위와 2.28 대구 민주화 운동을 말할 수 있다. 80년 5.18을 거쳐 87년 6.10 민주항쟁까지 대한민국의 민주화에 대한 열망과 의 지는 그 절정에 달했다.
우리는 5.18묘지에서 간간히 내리는 비를 맞으며 해설사의 설명으로 그때의 참혹함을 다시 한 번 되 새기게 되었다. 기념관에서의 짧은 관람을 뒤로하 며 추적추적 내리는 비를 맞고 문을 나선 나는 다 시 한 번 뒤를 돌아보며 이곳에 묻힌 영혼들을 위 해 마음속의 기도를 바쳤다. 꼭, 다시 이곳을 찾겠 노라고 다짐하며…….
여기까진 조금 무거운 일정이었으나 그다음의 일 정은 나의 기대를 저버리지 않았다. 푸짐하고 맛깔 스런 식사는 기본이고 모두가 함께한 뒤풀이 자리 는 홍어삼합과 맛난 막걸리가 우리를 기다리고 있 었다. 이번 행사의 대미를 장식할만한 자리였다.
참석한 회원들의 소개와 친목을 다질 수 있었던 시간, 그야말로 역사현장에서의 만남이었다. 극진 한 대접에 한껏 고조된 영남의 회원들은 많은 이야 기를 쏟아냈고 끼 많은 회원의 장기자랑도 우리에 게 큰 즐거움을 주었다. 저무는 광주에서의 하룻밤 은 아쉬움이 많이 남았다. 그러나 어쩌랴 무릉도원 같던 숙소를 뒤로 한 채 우린 다음날 집으로 출발 해야만 하는 것을.
집에 도착한 다음날 차량 냉방으로 심한 감기에 걸린 나는 광주에서의 행복한 추억을 혼자 누워 킥 킥거리며 떠올려 본다. 초여름, 이렇게 나의 추억의 페이지가 한 장 또 넘어간다. 이 지면을 빌어 광주지부 회원들에게 감사의 인 사를 전한다.
영호남이 통하였노라
태어나서 처음 서울구경 가는 어린아이처럼 난 난생처음 광주를 갔다. 광주에 도착하자마자 상다 리 부러지게 차려진 점심으로 배를 채웠다. 이런 게 전라도 음식 인심인가 싶도록 후한 대접을 받고 처 음 간 곳은 광주수완중학교 혁신학교였다.
공교육 틀 안이지만 동아리활동, 테마가 있는 수 학여행, 학습부진아 멘토-멘티 프로그램이 나의 시선을 사로잡았다. 시민사회단체와 연계한 다양 한 동아리 활동은 학생들의 다양한 경험과 창의적 이고 독립적인 사고를 기르는 데 큰 도움이 될 것 같다.
테마가 있는 수학여행은 천편일률적인 프로그램 이 아닌 여러 테마가 만들어진다. 반별로 가는 것 이 아니라 원하는 학생들이 각자 선택해서 지원해 서 간다.
학습부진아 멘토-멘티 프로그램은 수완중학교 학부모회장님이 설명해 주셨다. 학습부진아와 학 부모가 일대일로 멘토-멘티가 되어 학생의 부진한 부분을 도와준다고 한다. 학부모회장님도 학생과 의논해서 교과서를 돌아가면서 읽는다고 하셨다. 이 학교는 90%이상 학습부진에서 탈출한다고 한 다. 부럽다, 수완중학교! 혁신학교!
다음으로 5.18기념재단 전 사무국장님에게 5.18 에 대한 설명을 들었다. 가슴 아픈 한국 현대사의 한 부분이며, 아직도 청산 안 된 우리의 오늘이다.
설명을 듣고 숙소인 담양 송산골로 갔다. 산 중턱 에 여러 채의 한옥이 지어지고 있는 한옥마을이었 다. 마을 식당에서 푸짐한 저녁을 먹은 뒤 전남대 한순미 교수님의 ‘추방당한 자들의 귀환’이란 주제 로 문학 강의를 들었다. 5.18을 소재로 한 우리 문 학 속의 작품들을 하나하나 소개해 주셨다. 영화 ‘밀양’도 5.18을 이야기하고 있다고 해서 다소 놀라 웠지만 아, 그렇구나! 이해가 되었다. 매력적인 저 음으로 우리들을 책 속으로, 영화 속으로 마구 이 끌어 주었다.
참교육학부모회에서 절대로 빠지면 안 되는 뒤풀 이 시간! 음~ 이 냄새는 홍어! 잘 익은 김치와 홍성 막걸리까지 이 환상적인 조합은 하루의 피로를 싹 씻어 줄 뿐만 아니라 하루 종일 함께 돌아다닌 사 람들과 급 친해지게 만들어 주었다. 수완중학교 정 성홍 선생님과 이웃학교 동료 선생님도 함께 참석 하였다. 돌아가면서 자기소개와 광주와의 인연들 을 하나하나 내어놓으면서 우리는 20년 지기 친구 가 된 것 같았다.
다음날 아침 광주지부장님이 맛나게 끓여 주신 전복죽으로 아침을 가볍게 채웠다. 그릇이 작다며 3그릇씩 강제 할당하는 바람에 결코 가볍지 않은 아침이었다. 비가 부슬부슬 오는 가운데 5.18민주 묘지를 참배했다. 임을 위한 행진곡이 울려 퍼지고 안내원이 묘역 몇 곳의 사연을 소개해 주었다. 나도 모르게 울컥 눈물이 났다. 기념관에는 당시의 사진 과 설명이 있었다. 수많은 무고한 사람들의 목숨을 뺏어가고도 파렴치하게 호의호식하며, 수천억의 재 산을 축척하고도 눈 하나 깜짝 않는 그노옴이 아직 도 살아서 웃고 있으니 이걸 어떻게 바로 잡아야 할 지, 가슴만 미어졌다. 5.18은 과거가 아닌 현재진행 형임을 뼈아프게 느꼈다.
마지막으로 우리나라의 대표적인 정원인 소쇄원 으로 갔다. 옛 선비의 올곧음과 소박함이 묻어났 다. 맑고 깨끗하다는 말뜻과 잘 어울린다. 담장 밑 으로 도랑을 내어 물길을 막지 않은 것, 자연을 거 스르지 않고 순리에 따르도록 한 선비의 지혜가 인 상적이었다. 억지로 자연을 파괴하는 4대강 사업을 두고 옛 선비들은 무어라 할 지 심히 부끄럽다
보는 힐링이 끝나고 채식뷔페로 몸의 힐링을 받 았다. 아이들은 조금 어색해 했지만, 어른들은 아 무리 먹어도 살이 찔 것 같지 않은 마법에 걸린 듯 푸짐하게 접시를 채웠다. 울산지부장님은 명함까지 받아오는 열의를 보이셨다. 울산에 채식뷔페 하나 내시려나?
이렇게 영호남 교류의 1박 2일이 끝이 났다. 준비 하느라 고생하신 광주지부장님과 사무국장님을 비 롯한 광주지부 회원들에게 감사를 전합니다. 영호 남이 멀지도 않구만, 마음도 통하는구만, 정치노름 에 쌓은 벽을 허물면 우리가 되는 것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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