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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획특집 | 267호 교학사 한국사 교과서의 근대사 왜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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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부사무처 작성일17-01-19 16:11 조회1,008회 댓글0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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후소샤 교과서보다 더 위험한 교학사 교과서

 

 2013년 8월 30일 국사편찬위원회가 한국사 교과서 검정결과를 발표했다. 그 리고 예상(?)했던 대로 뉴라이트가 쓴 교학사 한국사 교과서가 검정을 통과했 다. 그동안 뉴라이트는 제도권 교육 밖에서 변죽만 올리고 있었다. 아무 근거 도 없이 기존의 중·고등학교 한국사 교과서가 ‘종북좌편향’ 교과서였고 따라서 학생들의 국가 의식에 심각한 폐해를 가져왔다고 비난해 왔지만 이러한 비난은 적어도 학계와 교육현장에서는 반향을 불러일으키지 못했다. 그러나 이명박 정권을 거쳐 박근혜정권이 들어서면서 뉴라이트는 무소불위의 권력을 배경으 로 제도권 교육으로의 진입을 시도했고 그것을 국가가 공인하기에 이른 것이다.

  예전에 일본에서 우익의 목소리를 담은 후소샤 교과서가 나왔을 때 ‘위험한 교과서’라는 별명이 붙은 적이 있다. 일본 청소년의 시민의식, 역사의식에 심대 한 해악을 끼칠 것이 예상되므로 위험하다는 평가를 받은 것이다. 실제로 후소 샤 교과서는 일제의 동아시아 침략을 정당하고 합법적인 것처럼 호도했는가 하면 군위안부 등의 강제동원에 대해서는 강제적인 것이 아니라 계약에 의한 거래였다는 식으로 강변함으로써 국가로서의 일본의 책임을 회피하려고 했다.

 그리하여 한국과 중국에서는 물론이고 일본 안에서조차 후소샤 교과서의 역 사 왜곡에 대한 거센 비판이 일어난 사실을 우리는 잘 기억하고 있다. 그런데 후 소샤 교과서보다 ‘더 위험한’ 교학사 교과서가 겉으로는 일본의 역사 왜곡을 규 탄하는 대한민국에서 국가의 공인을 받기에 이르렀으니 기가 막힐 일이다.

 

국사편찬위원회의 눈감고 검정과 교육부의 교학사 교과서 구하기

 

 교학사 교과서는 이미 검정과정에서 다른 7종의 검정통과 교과서에 비해 2-3배의 오류를 지적당했다. 그것도 다른 교과서와는 달리 연도, 인명, 단체 명, 사건명에서 나타난, 상식 이하의 오류였다. 검정에서 탈락시키는 것이 마 땅했다. 그런데도 국사편찬위원회는 친절하게 교정 작업을 해주고는 검정을 통과시켰다. 혹시라도 교학사 교과서의 오류가 새어나갈까 마치 군사작전을 펴듯이 비밀리에 검정작업을 벌인 것도 모자라 결과를 발표한 뒤에는 국가 비 밀문서라도 되는 듯 사람들에게 내용이 공개되는 것을 막으려고 했다. 이후 교 학사 교과서의 문제점이 역사단체나 언론을 통해 하나둘씩 드러나자 뒤늦게 다른 7종의 교과서와 함께 묶어 수정권고를 함으로써 ‘물타기 작전’을 통해 교 학사 교과서 구하기에 나선 교육부의 태도도 국사편찬위원회와 하나도 다를 바가 없다. 국사편찬위원회와 교육부라는 국가기관이 최소한 해야 할 일조차 제대로 하지 않았기 때문에 교학사 교과서는 여전히 사실과 인식 두 차원에서 모두 오류투성이다.


 이 교과서의 집필을 맡은 것은 뉴라이트의 돌격대 한국현대사학회의 전임 회장인 권희영 한국학중앙연구원 교수와 현 회장인 이명희 공주대학교 교수 외에 4명이다. 그런데 희한하게도 일제강점기 연구자이던 권희영이 현대사 집 필을 맡고 역사교육론을 전공한 이명희가 일제강점기 집필을 맡았다. 과문해 서 그런지 두 사람이 각각 집필을 맡은 시기에 관한 논문을 썼다는 이야기를 별로 들어본 적이 없다. 그런데도 두 사람이 해당 시기의 필자라는 사실이야 말로 이 교과서의 내용과 수준을 평가하는 데 하나의 출발점이 될 것이다.

 교학사 교과서의 문제점은 고대에서 현대에 이르기까지 모든 시기에 걸쳐 수 없이 나타난다. 한국역사연구회 등 네 역사 연구단체가 3일이라는 짧은 기간 에 검토한 결과, 교과서로서는 치명적인 문제점이 298개나 발견되었다. 최근 교육부의 수정권고에는 이 가운데 채 1/3도 되지 않는 오류만이 반영되었을 뿐이니 교육부의 수정권고대로 다시 수정을 한다고 해도 교학사 교과서가 오 류투성이의 교과서라는 사실에는 변함이 없을 것이다.

 

 교학사 교과서가 저질 불량품이라는 것을 보여주는 예를 하나만 들어보자. 교학사 교과서에는 “윤봉길 의거는 중국 국민당 정부가 임시 정부를 승인하고 지원하는 계기가 되었다”라는 서술과 “미국과 중국은 임시 정부를 끝내 공식 적으로 승인하지 않았다”라는 정반대의 서술이 함께 들어 있다. 한 교과서에 그것도 같은 단원에 어디서는 중국이 임시정부를 승인했다고 쓰고 다른 데는 임시정부를 승인하지 않았다고 쓴 것이다. 교학사 교과서로 배우는 학생들은 임시정부가 승인을 받은 것인지 그렇지 않은 것인지 헛갈릴 수밖에 없을 것이 다. 사실은 이렇다. 중국은 윤봉길 의거(1932) 이후 임시정부를 지원했지만 승 인하지는 않았다. 중국이 임시정부를 승인하려고 한 것은 1940년대 이후였다. 이마저도 미국의 반대로 실현되지는 않았다. 그런데도 임시정부 승인문제에 대해 오락가락의 서술을 한 것은 필자들이 역사에 대해 무지하다는 것을 보여 주는 수많은 예 가운데 하나에 불과하다. 이와 비슷한 오류가 교과서 전체에 넘쳐난다.

 

뉴라이트의 시각에서 한국 근대사를 왜곡하는 교학사 교과서

 

 교과서는 불편부당해야 한다. 아직 세계관이 정립되지 않은 중·고등학교 학 생들이 배워야 할 교과서에는 특정 이념이나 노선을 위해 다른 이념이나 노선 을 부당하게 왜곡하고 폄하하는 내용이 들어가서는 안 된다. 교과서는 몇몇 소수가 주장하는 이설(異說)을 새로 검증하는 장이 아니다. 오히려 학계에서 의 오랜 논쟁 끝에 많은 사람이 인정하는 용어와 내용이 실리는 것이 교과서 의 기본 원칙이다. 이 점에서 교학사 교과서는 교과서로서의 자격을 갖추지 못 한 불량품이다.

 이번에 검정을 통과함으로써 국가의 공인을 받는 데 성공한 교학사 교과서 에는 종래 뉴라이트가 펴던 주장이 곳곳에서 노골적으로 드러나고 있다. 뉴라 이트식 역사인식의 결정판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많은 사람이 그래도 교 과서인데 왜곡된 역사관을 조금이라도 완곡한 형태로 드러내지 않겠냐고 생각 했지만 필자들은 이러한 기대를 비웃기라도 하듯이 평소 소신대로 거리낌 없 이 일제 식민통치와 친일을 미화하고 독립운동을 폄하하는 교과서를 썼다. 교 학사 교과서는 교과서가 아니라 뉴라이트 홍보책자에 지나지 않는다. 그것도 왜곡, 조작, 오류로 가득 찬 삼류소설 수준의 홍보책자이다.

 교학사 교과서의 문제점은 근대사를 다룬 Ⅴ단원과 현대사를 다룬 Ⅵ단원 에 집중되어 있다. 이는 필자들이 의도적으로 근현대사를 왜곡하려고 했다는 것을 반증한다. 특히 Ⅴ단원은 교과서라고하기에 민망할 정도로 오류와 왜곡 으로 가득 차 있다. 밝혀진 문제점의 40% 정도가 Ⅴ단원에 해당한다.

 

뉴라이트의 조국은 어디? 일본?

 

 뉴라이트는 이전부터 도저히 한국 사람이 하는 이야기라고는 믿기지 않는 황당무계한 주장을 펴고는 했다. 일제의 식민통치가 한국사회 발전의 토대라 는 주장이 단적인 예이다. 이번에 검정을 통과한 뉴라이트 교과서에도 식민통 치를 미화하는 서술이 곳곳에 등장한다.

 일제강점기 전체의 내용을 요약한 첫머리에 일본이 “‘동화주의’를 채택하였 고 ‘융합주의’를 적용하였다”라고 쓴 것부터가 그렇다. ‘융합주의’라는 용어는 교학사 교과서에서 처음 보았다. 혹시나 해서 찾아보았더니 드물게 ‘융합’이라 는 용어를 쓰는 경우가 있기는 했다.

 최근의 다인종·다민족·다문화 사회를 설명하기 위해 외국의 일부 학자들이 ‘융합’이라는 용어를 쓰는 모양이다. 인종과 민족이 다르고 따라서 문화도 다 른 사람들이 서로의 차이를 극복하고 같이 어울려 사는 것을 융합이라고 부르 는 것이다. 그런데 교학사 교과서는 과감하게 융합에다 ‘주의’까지 붙여 ‘융합주 의’라는 낮선 용어로 일제강점기 전체를 설명하겠다고 나섰다. 뉴라이트가 보 기에 일제강점기는 식민지가 아니라 다민족·다문화사회 정도인 모양이다.

 그게 아니라면 뉴라이트의 동지인 이영훈이 말하는 ‘문명융합’에서 융합이 라는 말을 따왔는지도 모르겠다. 이영훈은 일제강점기를 전통문명과 근대문명 의 융합이 이루어진 시기로 파악한다. 융합이란 일제의 식민통치를 받기 전의 우리 사회는 전통단계에 머물러 있었는데 일본을 통해 근대문명에 접촉함으로 써 비로소 새로운 문명단계로 접어들게 되었다는 것을 설명하기 위해 이영훈 이 만들어낸 개념이다. 따라서 융합은 식민지 근대화론의 다른 표현에 지나지 않는다. 그러니 일제 식민통치를 부정적으로 보지 말고 긍정적으로 평가하자 는 속내가 담겨 있는 용어인 셈이다.

 둘 가운데 어떤 용례에 따른 것이든, 교학사 교과서가 기본적으로 한국 근대 사를 일제에 의한 ‘강점’과 거기에 대한 우리 민족의 ‘저항’이라고 보는 시각에 서 벗어나려 했다는 사실만은 분명하다. Ⅴ단원에는 간간히 식민통치가 억압 적이었다느니 일제가 우리 민족을 수탈했다느니 하는 표현이 등장한다. 집필 기준 때문에 그랬을 것이다. 그렇지만 전체적으로 보았을 때 지배정책의 억압 성에 대한 서술은 두드러지지 않는다. 대신 두드러진 것이 근대성에 대한 서술 이다. 식민지 근대화론을 바탕에 깔고 식민통치를 한국사회가 근대로 나아간 계기로 파악하려는 것이다. 식민지 근대화론이란 일제 식민통치의 강제성과 폭력성, 그에 따른 우리 민족의 희생을 희석하는 한편 나아가서는 식민통치에 맞서 독립과 해방을 쟁취하기 위해 싸운 독립운동의 역사를 폄하하는 식민통 치 미화론에 지나지 않는다.

 교학사 교과서의 가장 두드러진 특징은 지금까지 한국 사회에서 하나의 상식 처럼 받아들여지는 친일과 반일의 논의를 뒤집으려고 시도했다는 것이다. 교학 사 교과서에는 친일의 역사가 거의 서술되어 있지 않다. 채 10줄도 되지 않는 분량으로 친일파 문제를 다루고 있을 뿐이다. 그러면서도 해방 이후 현재까지 나온 각종 ‘친일의 변’을 동원해 친일파에게 면죄부를 주고 더 나아가서는 현양 해야 한다고 강변한다. 그리고는 아예 최남선의 경우를 예시하면서 “최남선은 공과 과가 있는데, 공과 과를 함께 논한다면 어느 쪽이 클까? 주요 공적에 대해 서 현재 우리나라의 상훈법에 비추어 포상을 한다면 어떤 상을 수여하면 적절 할까?”라고 해 훈장을 주어야 한다고 학생들을 선동하고 있다. 친일파에게 훈장 을 주자는 이야기가 실린 교과서를 과연 대한민국 교과서라고 할 수 있을까?

 

 교학사 교과서는 독립운동의 역사도 왜곡한다. 겉으로는 독립운동사에 대해 많이 서술하고 있는 것처럼 보인다. 집필기준을 의식해서 그랬을 것이다. 그런 데 내용을 들여다보면 실제로는 이승만의 대미 외교활동이 독립운동사 서술 에서 유난히 강조된다. 한마디로 이승만에 의한 이승만의 독립운동사만을 학 생들이 배우도록 하겠다는 검은 속내가 Ⅴ단원에 깔려 있다. 심지어는 ‘국민적 영웅’이라는 비교육적 용어까지 써가면서 이승만을 띄운다. 역으로 이승만과 반대편에 서 있던 독립운동가 또는 외교활동과 다른 독립운동노선은 철저하게 무시되거나 폄하된다. 헌법에 명시되었듯이 대한민국은 대한민국임시정부의 법통을 이어받았다. 따라서 임시정부의 수립은 한국 근현대사에 빼놓을 수 없 는 중요한 사건이다. 그런데 교학사 교과서를 보면 학생들이 꼭 외워야 한다고 적어 놓은 일제강점기 주요 연표의 16개 항목 가운데 임시정부 수립이 빠져 있 다. 임시정부를 부정하는 뉴라이트의 인식이 여실히 드러난 대목이다. 임시정 부의 법통에는 다른 독립운동도 포함된다고 일반적으로 해석된다. 최근 법원 에서도 같은 취지의 판결을 여러 차례 내렸다. 따라서 임시정부와 독립운동의 역사를 특정 목적을 위해 악의적으로 왜곡하는 것은 헌법과 대한민국의 역사 를 부정하는 것과 마찬가지다.

 

 교학사 교과서의 검정 통과에 이어 뉴라이트의 대부가 국사편찬위원회 위원 장으로 취임했다. 일제 식민통치가 없었으면 정치적으로도 경제적으로도 오늘 날의 대한민국은 없었다는, 일본의 극우가 하는 것과 똑 같은 수준의 망언을 한 사람을 ‘한국 역사정보의 총본산’을 책임지는 자리에 임명한 것은 결국 교 학사 교과서의 검정 통과가 단순한 일회성 사건이 아니라 정권 차원에서 치밀 하게 준비된 역사왜곡의 일환이었음을 드러낸 셈이다. 교학사 교과서에 다시 수정의 기회를 주겠다는 교육부의 방침도 결국에는 역사왜곡 교과서가 교육 현장에서 쓰이게 하려는 꼼수에 지나지 않는다. 그러나 아무리 정권차원에서 뉴라이트 역사교육을 밀어붙여도 대한민국의 밝은 미래를 위해서는 이를 막 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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