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특집 | 268호 어린이 발달을 알면 교육과정 개정, 두렵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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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부사무처 작성일17-01-19 15:50 조회1,125회 댓글0건관련링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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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린 생명을 낳아 기르면서 그들의 생명력에 경 탄한 적이 많이 있습니다. 놀라운, 아니 맹렬한 속 도로 자라는 아이들, 끊임없는 소통의 눈빛으로 모 든 것을 흡수해버리려는 저 놀라운 언어와 생각의 발달. 자고 일어나면 달리진 것 같은 아이들을 보면 서 배운 것은 모든 생명, 모든 인간에 대한 경의입 니다. 그런 생명을 지닌 아이들을 만나는 일은 결 코 가볍지 않습니다.
일곱 살의 위기와 1학년
초등학교 1학년, 여덟 살 아이들은 삶에서 네 번 째 위기를 맞게 됩니다. 위기는 위험한 순간이 아니 라 단절을 통한 도약과 굴절의 계기입니다. 생존이 걸린 신생아의 위기, 잡고, 만지고, 기고, 걷게 되면 서 만나는 한 살에서의 위기, 생각 발달과 말 발달 의 노선이 만나면서 나타나는 세 살에서의 위기와 비약적 언어 발달, 그리고 일곱 살의 위기입니다.
일곱 살의 위기는 ‘학령기’와 관련되어 있습니다. 즉 학교에서 ‘학습’을 시작하는 것과 관련된다는 것 입니다. 흔히 말하듯 자기중심적인 속성이 강하다 는 유아기를 넘어서는 강력한 과업이 요구되는 시 기가 초등학교 학령기입니다. 우리는 대체로 이 시 기를 초등학교 3학년, 열 살 정도로 보고 있습니다. 즉, 주관적 세계 인식이 제 3자, 타자, 세계에 대한 인식으로 확장되면서 어느 정도의 객관적 세계 인 식이 가능해지는 연령으로 보는 것입니다. 물론 모 든 아이들이 똑같지 않습니다. 똑같을 수도 없습니 다. 다만, 일반화해서 그렇게 볼 뿐입니다. 그래서 초등학교 교사들은 초등학교 3학년이면 그나마 말 귀를 알아듣는다고 말합니다. 경험적 지식입니다.
<표 1>은 비고츠키를 공부하면서 비고츠키의 발 달 이론을 어떻게 쉽게 설명할 수 있을지 고민하고
궁리하면서, 천보선(2013), 배희철(2011) 선생님이 작업하신 내용에 제가 얼마를 빼고 보태서 만들어 낸 것입니다.
초등학교 학령기는 신체적으로나 정신적으로나 발달의 스펙트럼이 넓은 시기입니다. 발달의 속도 가 영아기보다 빠르지는 않지만, 6년이라는 시간 동안 아이들이 통과해 가야할 길은 길고 멀다고 할 수 있습니다. 초등 이전의 시기는 주로 생물학적 발 달 노선을 따라 성장해 가거나 자연적인 지각이나 반응적인 주의 집중, 정서적인 유대감 등으로 ‘말’ 발달이 이루어지는 반면, 초등 학령기는 고등정신 기능, 즉 자발적 주의, 의식적 파악, 논리적 기억이 라는 핵심적인 고등정신기능의 첫 단추가 꿰어지는 시기이기 때문입니다. 물론 이런 고등정신기능은 그 이전의 저차적 정신기능 발달을 토대로 이루어 지는 것이고, 그것이 어떤 형태로든 위기를 맞게 되 고, 그 위기는 단절, 도약, 굴절을 이룬다는 것입니 다. 이런 과정 안에 발달이 담겨 있습니다.
혼합체와 복합체적 개념이 진개념의 형성으로
학령기 이전 어린이들의 개념은 개념의 맹아적 단계인 혼합체와 복합체의 형태입니다. ‘전파견문 록’이라는 텔레비전 프로그램을 보면 아이들의 혼 합체적이며 복합체적인 개념의 진면목을 확인할 수 있습니다. 아이들이 창조적이어서 혼합체, 복합 체적 개념을 창조해내는 것이 아니라, 개념 형성을 이룰 만한 자기 경험과 지식과 자기 숙달과 발달이 아직 이루어지지 않았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그것 은 또한 그것대로, 그 연령대의 최고·최선의 모습 을 보여주는 것이므로 긍정해주어야 합니다. 그리 고 초등학교에 들어와서 ‘학습’을 하게 되고 ‘글말’을 사용하게 되면서 비약적인 개념 발달이 이루어지고, 진개념은 아니지만 잠재적 개념과 의사개념 발달이 이루어지게 됩니다.
비고츠키는 개념은 직접 교수될 수 없다고 단언 합니다. 개념은 어린이들이 자발적으로 구성해가 는 것이지(미소발생), 교사나 부모가 앞에서 아무 리 떠들어도 그것이 아이들에게 개념으로 들어오 지 않는다는 것입니다. 교사나 부모는 아이들이 개 념을 자발적으로(의미 있는 것으로) 학습할 수 있도 록 여러 조건을 만들어주고 돕는 역할을 할 뿐입니 다. 그러기 위해서 ‘학습’이 이루어져야 하고, ‘배움’ 이 일어나도록 하기 위해 부단히 노력해야 합니다. 다만, 피아제가 말했던 것처럼, 개인이 내적으로 개 념을 구성해가는 것은 아닙니다. 잉태되는 순간부 터 이루어지는 끊임없는 소통, 그를 둘러싼 사회역 사문화적인 맥락들, 정서적 관계 이런 모든 것이 한 개인의 발달을 관계적으로 이루어간다는 것입니다 (개체발생).
핵심은 초등 학령기 어린이들이 개념 발달을 위 한 첫 걸음을 떼는 위기의 시기이자 도약의 시기이 며, 그것은 자발적인 주의집중 능력과 의식적인 파 악 능력의 숙달, 논리적인 기억 능력(고등정신기능) 의 발달로 이루어진다는 것입니다. 그리고 학교에 서의 학습은 모든 잡다한 지식의 내용이 아니라 그 런 정신 기능들을 숙달할 수 있도록 모아져야 한다 는 것입니다.
정신 내적 기능의 발달을 보여주는 외적 활동들
이런 고등정신기능은 모두 정신 내적 기능입니 다. 우리 눈에는 보이지 않습니다. 비고츠키는 이런 정신 내적 기능을 겉으로 드러나는 외적 행동 형 태, 즉 말, 그리기와 쓰기, 수세기와 셈하기를 통해 그것의 발달 과정을 자세히 상술했습니다. 간략하 게 정리한다면, 말 발달은 생각 발달과 만나면서 비약적인 생각 발달을 선도하는데 그런 과정은 어 린이가 외적 말을 하다가 혼잣말을 하고, 혼잣말을 소리를 내지 않는 내적말로 자기 자신과 대화하게 되면서 이루어진다는 것입니다.
또한 낙서에서 시작된 그리기, 다 그린 다음에 이 름을 붙이는 그리기에서 무얼 그릴지(의도, 의미) 정하고 그리는 그리기로, 그리고 그 그리기가 쓰기 로 이어진다는 것입니다. 쓰기의 발생적 뿌리는 읽 기에 있는 것이 아니라 그리기에 있다는 것입니다.
수를 세고 셈하는 활동 역시 어린이 정신발달을 외적으로 보여주는 활동입니다. 수를 세고 셈하는 과정에서 보조 장치를 도입하는 것, 그런 보조 장 치 없이 세고 셈하는 과정이 어떻게 고등정신기능 발달을 보여주는지 ‘어린이 자기행동숙달의 역사와 발달-2’에서 상술하고 있습니다.
일곱 살의 위기를 알면 초등학교 교육과정이 담 당해야 할 학습의 과정, 즉 교육과정의 내용은 분 명해집니다. 외적 말과 혼잣말의 상태에 있는 아이 들이 자기가 마음속으로 자기에게 말하는 내적 말 과 생각의 발달이 이루어지도록 도와야 하며(외적 말을 하지 못하도록 한다는 것이 절대 아닙니다), 그리기를 통해서 충분한 자기표현 능력과 의사를 숙달한 아이들이 글말 쓰기의 즐거움을 맛볼 수 있 도록 도와야 하며, 외적 보조 장치를 통해 수를 세 고 읽고 셈하던 아이들이 그런 보조 장치 없이 추 상화된 기호와 숫자로 세고 셈할 수 있도록 차근차 근 도와야 한다는 것입니다.
이러한 외적 활동을 통해 궁극적으로 우리가 도 와야 할 것은 자발적인 주의집중 능력, 논리적인 기 억 능력, 의식적인 파악의 숙달입니다. 이것이 초등 교육과정 전체를 관통하는 핵심입니다. 다만, 신체 적, 생물학적 성장의 과정도 함께 도울 수 있어야 하고, 신체적 성장과 아울러 이루어지는 한 존재의 개체적 발달을 전적으로 지원해줄 수 있어야 합니 다. 사족을 달자면, 신체적 성장이 이루어진다고 정신적 발달이 거저 이루어지는 것이 아닙니다. 신 체적 성장은 정신적 발달의 토대가 되는 것이 분명 하지만, 정신적 발달 노선과 생물학적 성장의 노선 은 같은 것이 아닙니다. 이 모든 것을 관장하는 것 은 비고츠키가 말한 제4의 지대, 정서와 의지의 발 달입니다. 본능, 습관, 지성의 단계를 넘어선 정서 와 의지를 통한 자발성입니다.
<표 3>을 보면 2014학년도 해당 학년의 어린이들 이 어떤 국가 교육과정과 교과서로 학습했는지 한 눈에 알 수 있습니다. 이리 복잡하게 다양한 교육 과정과 교과서를 거쳐서 아이들이 학교 공부를 하 고 있다는 것이 보여주는 단적인 사실은, 국가의 교 육과정 개정이나 교과서 개발이 ‘어린이’를 중심에 두지 않고, 여러 정치적인 이유로 이루어지고 있다 는 것입니다.
한 아이의 삶을 책임지려는 자세와 태도가 없습 니다. 그들만의 논리가 있을 뿐입니다. 2012년도에 6학년이 된 아이들이 사회과에서 ‘역사’ 내용이 5 학년으로 내려가게 되면서 전혀 배우지 못하고 6학 년이 되었는데도 당시 교과부는 사태 파악조차 하 지 못하고 있었고, 우리 모임 선생님들이 문제를 제 기하자 그때서야 부랴부랴 임시 역사 교과서를 만 들어 6학년 1학기에 배우게 한 것이 그 단적인 예입 니다.
이런 식으로 교육과정이 개정되는 한 이런 일은 계속 되풀이 될 것입니다. 학교 교사들도 잦은 교육 과정 개정과 교과서 개정에 정신이 없을 정도입니 다. 그래서 교사들은 경험적 지식을 토대로 학년이 나 학급 교육과정을 재구성해서 가르치려고 합니다.
정권이 바뀔 때마다 이루어지는 교육과정 개정, 환영할 일이 아닙니다. 그렇다고 두려워할 일도 아 닙니다. 모든 교육에서의 핵심은 인간의 전인적인 성장과 발달, 고등정신기능의 숙달입니다. 고등정 신기능을 숙달한 아이들은 언제 어디서 어떤 내용 을 공부하든 현재의 장벽을 뛰어넘을 수 있기 때문 입니다.
아이들 하나하나의 성장과 발달을 돕는 교육과 정의 실현, 사회적 교육과정 위원회를 통한 독립적 국가교육과정의 운영 등 가야할 길은 멀지만 아이 들은 여전히 성장하고 발달하며 자기 몫을 삶을 진 지하게 살아가고 있습니다.
바로 지금부터 그들의 이야기를 들어주면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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