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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획특집 | 254호 문화현상으로서의 사교육과 사회적 탈출구 찾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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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부사무처 작성일17-07-07 17:42 조회916회 댓글0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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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현상으로서의 사교육과 시회적 탈출구 찾기

 

공교육을 위협하는 사교육


  사교육은 이제 거역할 수 없는 대세가 되고 말았다. 언제부터 그렇게 되었고 누가 책임을 져야 하는지, 궁금하나 중요하지 않다. 이미 돌이킬 수 없는 상황에서 탈출구를 찾는 게 급선무다. 38년 사이에 학원 수는 무려 50배, 수강생 수는 40배 증가한 통계는 ‘사교육 공화국’을 실증한다. 교육이라는 공적 영역의 막중한 책임을 수익을 목적으로 하는 사교육이 침투하여 이제는 오히려 공교육의 영역을 취약하게 만드는 사교육의 폐해는 특히 ‘선행학습’에서 극에 달하고 있다.

 

  잠시 글로벌 마인드를 들먹인다. 아래 나라별 비교를 어떻게 이해할 수 있을까? 많은 나라에 사교육은 존재한다. 공교육 시간이 길수록 성적이 높고 사교육 시간은 반대인 나라가 대부분이다. 공교육을 대체하는 것이 아니라 공교육 차원에서 학업 성취가 어려운 학생들에게 도움을 주는, 공교육을 보완하는 사교육이 대부분인데 한국은 정말 도드라진다. 우리에게는 정상처럼 여겨지지만 글로벌 마인드를 적용하면 정말 기형적이다. 사교육도 교육이고 그래서 자신의 학업성취를 높이기 위한 방편으로 활용하는 사교육이 왜 문제가 되느냐는 시각은 공적 영역의 교육을 개인의 수준에서 왜곡하는 것에 지나지 않는다.

 

문화현상으로서의 선행학습

 

  선행학습이 대세를 장악하게 된 배경에는 입시제도가 자리 잡고 있다. 결정적인 기폭제는 특히 수학선행학습을 한 학생들이 특목고 합격에 유리한 입시제도에 있었다. 분명 공교육 기관인 특목고를 들
어가기 위해 사교육에서 선행학습을 하지 않을 수 없는 상황은 정말 어처구니가 없다. 다행히 지금은
자기주도학습전형이 정착되면서 선행학습 유발요인이 사라졌지만 잘못된 제도로 인해 뿌리를 내린
문화현상은 여전히 극성을 부리고 있다.

 

  한국교육개발원에서 발간한 '학부모 문화연구'라는 제목의 논문에 나오는 대목이다.

 

학부모문화의 주제는 ‘사교육 지향성’, ‘엄마 주도성’, ‘성적 지향성’ ‘정보 의존성’의 네 가지로 분류 할 수 있다. ‘사교육 지향성’은 ‘학교교육보다는 사교육이 더 낫다’, ‘엄마 주도성’은 ‘아이들은 모른다’, ‘성적 지향성’은 ‘성적에 따라서 교육활동의 지원방식이 달라진다’, ‘정보 의존성’은 ‘정보의 질이 성적을 좌우한다’는 원리를 내포한다.

 

학부모문화란 학부모들이 자녀교육과 관련하여 갖고 있는 일상적 교육론으로서, 개인적 사회적 경험을 통하여 형성된 것이며, 이는 그들의 실제 삶의 과정에서 표출되어지는 것이라고 정의할 수 있다. 즉 학부모문화는 학부모들이 자녀교육과 관련하여 마음에 품고 있는 자녀교육의 형식이며, 자녀교육을 지각하고 관계 짓고 해석하는 모델이다. 학부모의 교육문화는 자녀교육과 관련된 관습의 단순한 집합이 아니라 자녀교육과 관련된 전체적인 생활양식이다. 따라서 학부모문화는 학부모들이 주어진 교육환경에 적응하면서 어떻게 느끼고 행동하며, 지각할 것인지의 대강을 포함하고 있다. 즉 학부모문화는 자녀교육의 과정과 행동에 관한 의미해석의 표준이다.

 

 ‘자녀교육의 과정과 행동에 관한 의미해석의 표준’, 바로 문화적 현상으로 자리 잡는 순간 개인적 결단으로 벗어나기 어려운 상황이 전개된다. 개인적인 차원에서는 다소 거부감을 갖고 있다 하더라도 문화에 위배되는 다른 선택을 하기가 극히 어려워진 다는 점에 주목해야 한다. 선행학습은 ‘성적에 굴복한, 정보 사냥에 혈안이 된, 사교육을 맹신하는 학부모들이 주도하는 문화현상임이 분명하다. 특히 수학 과목의 경우 선행학습은 선택이 아니라 필수가 되어버렸다.


사교육을 위한 선행학습


선행학습형 사교육은 사교육 기관의 이해관계와 잘 맞아떨어진다. 당장 시험을 보지 않는 선행진도를 나가는 것은 사교육 입장에서 면책이 가장 용이하다. 또한 학교마다 교과서와 진도가 모두 다른 상황에서 선행 진도를 나가야 다수 학생을 묶어 반구성을 하기가 용이하다. 사교육의 존재이유인 수익에 가장 유리한 선택인데 그렇다면 학생 입장에서 선행학습은 어떤 의미를 가질까?

 

 학생들은 사교육 의존이 불가피하게 학교 수업을 무시하게 만들었고 그 결과 자신의 공부가 어려운 지경에 빠졌다는 사실을 잘 이해한다. 학교 진도와 학원 시간표는 대부분 따로 논다. 사교육에는 유리하지만 자신에게는 불리한 시간표를 가지고 공부를 한다. 말 그대로 수업 과잉, 자습 부족 상태에 대부분 빠져있다. 선행학습의 가장 큰 부작용, 역효과는 바로 학생들을 착각에 빠지도록 한다는 점이다. 학교에서 보내는 시간과 학교수업에서 나가는 진도의 소중함을 깨닫지 못하도록, 판단을 흐리게 만드는 주범이 바로 선행학습이다.

 

선행학습에 대한 사회적 탈출구 찾기

 

결론은 사교육의 선행 진도가 아니라 학교 진도에
대한 신뢰 회복임이 분명하다. 학교 진도를 통해 해결할 수 있다는 믿음이 있으면 굳이 사교육에서 선
행학습을 받을 이유가 사라진다는 말이다. 다양한 방법으로 사교육을 억제하려고 해도 본질적으로 학교 공부를 통한 학업 성취에 거는 기대가 회복되고 학교 수업에 대한 만족도가 높아지지 않으면 상황은 달라지지 않을 것이다. 그런데 문제는 문화현상으로 자리 잡은 선행학습이 학교 교육의 신뢰 회복과 모순관계에 있다는 사실이다. 쉽게 말해 아무리 학교 수업이 좋아져도 사교육에서 선행학습을 한 학생들에게 무용지물일 뿐이다.

 

 야구장 패러독스란 말이 있다. 경기장면을 제대로 보기 위해 앞줄에는 사람이 일어서면 뒤에 있는 사람도 일어나야 하고 결국 모두가 일어서지 않으면 경기를 관람할 수없는 상황이 된다. 지금의 선행학습이 바로 그런 형국이다. 효과를 떠나서 모두가 하기 때문에 혼자만 하지 않으면 불안해서 참을 수 없는 심리적 압박감에 시달린다. ‘사교육을 시키지 않으면 아이의 미래가 없을 것 같다’는 어떤 부모의 하소연은 과장이 아니라 솔직한 심정이다. 그렇다면 모두가 안심하고 자리에 앉을 수 있도록 특단의 조치가 필요하다. 바로 법률로, 사교육 전체는 아니더라도 선행학습만큼은 금지시켜야 그래도 안심하고 하나둘 자리에 앉는 사람들이 나오지 않겠는가? 선행학습을 포기한 학생들이 하나둘 학교수업에 열심히 참여해야 비로소 학교 교육의 정상화도 가능하지 않겠는가?


박재원
(비상교육 공부연구소 소장, 사교육걱정없는세상 노워리 상담넷 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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