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육공공성 | 250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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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부사무처 작성일17-07-25 14:09 조회737회 댓글0건관련링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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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학교요? 그야 말로 푸른 학교죠.
산
도 밭도 선생님도 아이
도 죄다 푸르거든요.”
언제든 찾아 안길 수
있는 숲을 곁에 둔 아이
들은 자연색을 그대로
빼닮아 가지요. 한겨울
앙상하던 가지가 봄이 되면 어김없이 연두 빛
물감을 터뜨려 우리들 맘을 설레게 합니다. 매
일 아침 수많은 나무와 꽃들이 풀어내는 비밀
스런 이야기에 귀를 기울여 주면 어느덧 숲은
푸른 녹음으로 우리를 물들이죠. 그래서 일
까? 우리 학교 아이들은 참 푸르러요. 깔깔대
는 웃음소리도 씽끗거리는 고 표정들도…. 1학
년 꼬맹이들부터 제법 듬직한 6학년까지 하나
로 어울려 공을 차는 학교가 어디 흔한가요. 형
들은 동생들이 공을 찰 수 있게 한 발 물러나
주고, 내가 찬 공이 골대 그물을 출렁이게 만들
때의 그 환희를 동생들에게 양보하는 학교가
또 있을까요? 치악산 자락에 위치한 우리 학
교는 푸른 숲으로 둘러싸인 푸른 학교입니다.
실개천 돌다리를 퐁당퐁당 건너가면 지척에
숲체험장이 있지요. 지난 가을에는 숲속 야외
무대에서 학예회도 열었어요. 청명한 바람이
나뭇잎 하나하나를 두드리고 그 사이사이 햇
빛을 채워 눈부시게 반짝이는 나무가 조명이
되는 무대에서 아이들은 저 마다의 실력을 뽐
냈지요. 뽐내는 사람이나 박수치는 사람 모두
같은 눈높이에서 즐길 수 있는 작고 낮은 무
대에서 우리 아이들은 더없이 큰 꿈을 꿀 수
있었답니다. 아! 마음으로 전해졌던 따뜻한
박수와 함성소리에 뺨을 붉히며 당당했던 우
리 아이들 모습이 지금도 눈앞에 선하네요.
일 년에 네 번 치악산 국립공원 홀씨학교 선
생님들께서 자원봉사를 오셔서 숲체험교실을
열기도 해요. 벌써 숲에 익숙한 우리들이지만
이날을 손꼽아 기다리는 녀석들도 꽤 있지요.
숲에 담긴 수많은 새 이
야기가 펼쳐지는 날이거
든요. 촉촉한 흙냄새를
더듬어 만나는 갖가지
식물과 동물들 이야기
는 옛날이야기 못지않게
흥미진진합니다. 때로는
직접 애벌레가 되어보
고 나비가 되어보고 뱀
도 되어보고, 층층나무
랑 키 재기도 해보고,
나무기둥을 양 팔 가득
담아보기도 해요. 그렇게 우리는 숲과 하나 되
고 숲과 같은 색으로 물들어 갑니다. 참, 우리
학교 옆 작은 실습지를 빼놓을 수 없겠네요.
고사리 손으로 씨앗 하나하나를 꼭꼭 눌러 심
던 때가 엊그제 인데 벌써 우리 실습지는 온통
푸르름으로 가득 차 있습니다. 이제 곧 바람과
햇빛과 아이들의 땀방울이 빗어낸 그 맛난 열
매들을 한 입 가득 베어 물고 깔깔거릴 아이
들의 모습이 그려져 나도 모르게 입가에 웃음
이 번지네요. “푸른빛으로 눈부신 학교 교정
에서 푸른 마음 한 켠에 저마다의 색깔로 예쁜
꽃을 피울 줄 아는 빛나는 아이들이 있는 우
리 학교, 어때요. 정말 푸르죠?”
장윤주 (교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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