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육자치 | 253호 무늬만 공동구매는 안 돼요! 독산고등학교 생활복 공동구매 추진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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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부사무처 작성일17-07-21 16:28 조회1,290회 댓글0건관련링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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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자주>
학부모의 교육비 부담을 줄이기 위한 목적으로 추진되어온 교복공동구매는 이제 보편화되었다. 하지만 무늬만 공동구매이지 실효성이 없다는 비판의 목소리도 높다. 우리회 강혜승 남부지회장을 만나 독산고등학교에서 생활복 공동구매를 추진한 이야기를 인터뷰해 정리했다.
강혜승 남부지회장은 올해 딸아이를 고등학교에 입학시키면서 학부모회 활동을 재개했다. 초등 학부모일 때 학부모회 활동을 시작했고, 중학교에서는 학교운영위원을 했다. 다시 고등학교 학부모회 회장을 하면서 지회장 역할까지 하다보니 여간 일이 아니라고 한다. 학기 초 체육복 공동구매에 참여하면서 좌충우돌 경험한 이야기를 풀어 놓는다.
이미 업체 선정이 끝난 체육복 공동구매추진위원회에 들어가다
3월 말 학부모총회에서 학부모회장에 당선되자마자 바로 체육복 공동구매추진위원회(이하 ‘추진위원회’) 에 참여했다. 4월 첫 모임에 가보니 이미 업체는 선정된 상태였고, 디자인만 결정하면 될 시기였다. 디자인을 결정하지 못한 채 여름 체육복 하의를 긴 바지로 할 계획인 것을 알게 되었다. 처음 해보는 일이라 별 고민 없이 “그런가보다” 생각했는데 한 여름 더운 날씨에 긴 바지를 입고 운동장을 뛰어다닐 아이들을 생각하니 “이건 아니지…” 싶었다고 한다. 며칠 뒤 1학년 학부모들과 만날 자리가 있어 공동구매에 대해 이런저런 이야기를 하다 보니 학부모들도 반바지를 선호한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다음 추진위원회 회의 때 학생들 의견을 수렴했는지 담당교사에게 물으니 잘 모르겠다고 했다. 1학년 학부모들의 의견을 전달하면서 먼저 1학년 두 반 학생들에게 표집조사를 실시했다. 그 결과 반바지를 선호하는 것으로 조사되었다. 디자인 샘플을 받아 최종적으로 학생들의 의견을 수렴해 결정했다. 처음엔 구매 의사를 밝힌 학생들이 25~30% 정도였지만, 가정통신문이 나가면서 더 많은 학생들이 구입했다.
교복 대신 생활복 공동구매 추진하다
교복도 공동구매를 하려고 했는데 하복 구입 시기를 놓쳐 협의구매를 하려고 했다. 몇몇 지역 업체에 연락을 해 가격을 조정을 해보려했는데 교육청 지침이 공동구매이기 때문에 협의구매를 하면 안 된다며 학교장이 반대했다. 그래서 학생들 의견 수렴을 거쳐 교복 대신 생활복 공동구매를 추진하기로 했다. 우선 체육복을 구매했던 업체의 샘플을 보고 인터넷과 타 학교 홈페이지 등을 살펴보며 비교해보고, 문서를 만들어 입찰 공고를 냈다. 체육복 공동구매 할 때 신청했던 업체와 지역에서 추천받은 업체들에게 일일이 전화해 입찰에 응해줄 것을 요청했다. 그 결과 5군데 업체에서 입찰했고, 설명회를 가졌다. 최종적으로 두 업체가 선정돼 실사를 나가 가격을 협의했다. 그리고 설명회 점수와 실사 점수를 합쳐 가격 대비 질 좋은 업체를 선정했다. 디자인과 색상도 학생들과 학부모들의 의견을 수렴해 체크카라 티와 반바지로 결정했다. 금천구 관내에서 생활복 반바지를 입게 된 것은 처음 있는 사례라 강혜승 지회장은 자부심이 대단했다. 체육복과 마찬가지로 학생들은 생활복도 반바지를 입어야한다는 생각을 하지 못했다. 우리가 아이들에게 심어놓은 고정관념, 획일화된 학교 교육이 아이들에게 자연스럽게 스며든 것 같아 안타까웠다. 이틀 동안 판매하는 동안 호응이 좋아 사전조사와 달리 생활복을 구입하겠다는 학생들이 늘어났다. 생활복을 입으면 청소년기 학생들이 좀 더 자유롭고 편안하게 학교생활을 할 수 있고, 가격도 저렴해 교복보다 인기가 높았던 것이다.
학부모가 나서지 않으면 무늬만 공동구매
학부모들의 부담을 덜어주기 위해 시작된 공동구매이지만, 실효성이 의심스러운 것도 사실이다. 학생들은 브랜드 교복을 선호하고, 학부모들도 공동구매 교복과 크게 가격이 차이 나지 않으면 아이가 원하는 대로 하는 것이 일반적이다. 교육청에서는 공동구매 여부를 두고 학교평가를 해 한 학교에 50~60 명 정도만 공동구매를 원해도 실행해야 하는 입장이다. 하지만 공동구매를 추진하는 과정에서 학부모들만 힘을 빼고 있다. 제대로 된 공동구매를 하기 위해서는 원단, 자재부터 일일이 발로 뛰며 조사를 해야 한다. 교복의 표준가격은 있지만 하나하나의 단가는 없는 상황에서 학부모가 알아서 하기엔 너무 막막한 것이 현실이다. 학교에서는 도와주지도 않고, 담당교사나 행정실도 모르쇠로 일관하고, 매뉴얼만 들이대니 공동구매 시스템을 잘 모르는 학부모들은 ‘맨땅에 헤딩’하는 심정일 수밖에 없다. 그나마 공동구매 경험이 있는 선배 학부모가 있으면 다행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공동구매를 할 수밖에 없는 것은 학부모들의 경제적 부담을 조금이라도 덜어주고, 아이들의 의견이 반영되기 때문이다. 강혜승 지회장은 “우리 지역에서 생활복을 반바지로 선정한 것은 처음이었다. 힘들게 쫓아다녔지만 잘 했다는 생각이든다. 점차적으로 교복을 활동성이 편한 생활복으로추구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그래서 내년에도 교복과 생활복 중 선택해서 입을 수 있도록 할 계획이다”며 뿌듯해 했다. 그리고 “더 많은 아이들이 학교에서 좀더 편안한 차림으로 지낼 수 있을 것 같다”며 내년 준비를 지금부터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정리 : 강인수(상근활동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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