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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부모참여 | 309호 학교폭력 예방 및 대책에 관한 법률 누구를 위한 법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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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부사무처 작성일17-07-07 15:02 조회1,025회 댓글0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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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교폭력 예방 및 대책에 관한 법률 누구를 위한 법인가? 

글을 쓰는 이 순간에도 연예인과 재벌 자녀들의 학교폭력 사건이 뉴스에서 왕왕거린다. 학교폭력이란 단어가 어느 순간부터 너무 흔하게 쓰인다.
 9~17세 학생 10명 중 3명이 학교폭력 피해 경험이 있을 만큼 학교폭력은 심각한 사회문제가 된지 오래다.
 예전부터 아이들의 세계는 늘 평화롭지만은 않았다. 말다툼, 주먹다짐도 종종 벌어진다. 옥신각신 아웅다웅도 하지만 아이들은 싸우면서 큰다고 하지 않았던가. 내 학창시절을 돌이켜보면 친구들과 싸우기도 하고 심지어 따돌림도 당하면서 서로의 심정을 헤아리기도 했다. 불과 한 세대 전만 해도 어쩌면 이런 생각이 상식적이었다.
 그러나 지금은 아니다. 처음 학교폭력대책자치위원회(이하 학폭위) 회의에 참석한 뒤 ‘이건 아니다.’ 싶었다. 그 누구를 위한 법률도 아니었기 때문이다. 그 때의 참담함은 뭐라 말할 수가 없었고, 법 조항을 하나하나 따질 수는 없지만 대대적으로 개정을 하거나 아예 없애는 게 맞다고 여겨졌다. 생활지원부장 선생님과 교장선생님께 의논을 드렸으나 법적 처벌을 하지 않았다가는 교사까지 징계를 받을
수 있다고 했다.
 폭력과 따돌림에 이제는 관용도, 배려도 없다.

 학교폭력 사안이 발생하면 학교는 「학교폭력 예방 및 대책에 관한 법률」과 「학교폭력 사안처리 가이드북」에 따라 학폭위를 열어서 학교폭력 여부를 판단한다. 나는 2016년부터 지금까지 중학교 학폭위에 네 명의 학부모 위원 중 한 명으로 참여하고 있다. 한 달에 한 두 번 학폭위 회의를 마치고 나올 때마다 마치 죄인이 된 느낌이 든다.
  학교폭력 사안으로 접수 되면 학폭 위에서는 가해학생에게 반드시 1~9호에 해당하는 처분을 내려야 하고 이를 학생부에 기재하게 되어 있다. 학생부가 상급학교 진학에 큰 영향을 미치고 학생의 성장과정을 담는 중요한 기록이다 보니, 가해자로 지목되면 진심 어린 사과나 화해보다는 가해사실을 부인하기에 급급하다. 학폭법 위반이라는 주홍글씨 때문이다. 또한 어떤 아들, 딸이 부모님 앞에서 법을위반한 가해자로 서 있고 싶겠는가?
 현실이 이렇다 보니 가해자와 피해자 학생 외에도 많은 갈등 구조가 만들어진다. 특히 부모·자식 간 신뢰에 오해와 흠집이 갈까 봐 무척 염려되었던 기억도 있다.
 어떤 이들은 학폭위에 참가하는 학부모 위원들이 학교폭력에 대한 이해도와 폭력에 대한 감수성이부족하여 전문성이 떨어진다고도 한다. 하지만 나는 엄마 마음으로 따뜻하게 품어주고 성장통을 이해해 주는 것이 바로 누구도 대신할 수 없는 학부모 위원의 전문성이라고 생각한다.

 그렇다면 「학교폭력 예방 및 대책에 관한 법률」은 왜 학생들 문제를 성장통 수준으로 이해하지 않고 학생과 교사와 부모의 발목을 잡는 도구로 전락하게 됐을까? 누구를 위한 누구의 법률일까? 왜 아이들 간의 다툼을 법과 제도 안에서 학교폭력이라는 이름으로 해결해야 할까?
 과거에 학교 폭력이 성장통으로 마무리 될 수 있었던 까닭은 바로 이런 것이라고 본다. 함께 아이를 키우는 입장에서 또래 아이의 흠을 잡지 않고 너그럽게 봐 넘겨주는 것, 아이들 역시 크면서 남부끄럽지 않게 제대로 제자리를 찾을 것이라는 희망이 있었기에 함부로 행동하지 않았을 것이다.
 요즘 중·고등학생은 치열한 스펙 경쟁 속에서 본인에게 쏠리는 기대치에 부담감도 백배일 것이다. 지금처럼 아이들이 자기 위치를 못 찾는다면 진학, 취업이 아득하게 느껴지는 게 당연하지 않을까? 그리고, 그 부담감을 어떻게 극복해 내겠는가?

 병을 고치려면 증상을 제대로 짚어내야 한다. 학교폭력도 마찬가지다. 무조건 엄하게 처벌한다고 해서 폭력이 사라질까?

동네 놀이터 어귀마다 아이들이 손잡고 뛰어다니며 깔깔깔 웃어댄다면 ‘폭력’이라는 단어는 점점 낯설게 느껴질 것이다. 이런 공동체 놀이로 친구와 맘껏 뛰어 노는 것이야말로 폭력을 줄이는 진정한 예방의 길이 아닐까 생각한다.
 또한, 학생들에게는 미래에 대한 비전을 보여주고 자신에게 맞는 위치를 갖게 되리라는 희망을 주는 것, 그것이 학교폭력을 치료하는 강력한 처방전이라고 본다.


송성남 (서울 가재울중 학교폭력대책자치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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