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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육공공성 | 306호 노래하는 교장의 마음 반창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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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부사무처 작성일17-04-20 16:41 조회1,078회 댓글0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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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래하는 교장의 마음 반창고
아현산업정보학교 방승호 교장 선생님

 
상담 책상 위에 새로 발표할 악보가 있습니다. 교장실 한쪽에 놓여 있는 기타를 잡고 천천히 불러 봅니다. 4월 초 발표 예정인 여섯 번째 싱글앨범 ‘아현고 아이들’입니다. 작년 12월 말에 출간된 ‘마음의 반창고(창비)’ 책을 노래로 만든 OST입니다. 연속극이나 영화도 노래가 있으니 책도 OST가 있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순간 한 아이가 떠올랐습니다. 다음 날 전공이 기타인 제일이를 만났습니다. 제일이는 최고의 기타리스트 박주원 선생님이 칭찬하는 제자이기도합니다. 제일이에게 너희들의 이야기를 담은 책을 출간하는데, 책 내용으로 네가 곡을 쓸 수 있는지 한번 읽어보라고 했습니다. 제일이는 하루 만에 책을 읽더니 한 달 후 곡을 만들었습니다. 그리고 노래를 듣고 만화과 학생 두 명이 만화 애니메이션을 만들기
까지 했습니다.

 참 신기한 일이죠. 제 인생이 완전히 바뀌었습니다. 인생이 바뀌게 된 10년 전으로 돌아가 보겠습니다. 10년 전, 저는 교육청에서 대안학교와 상담 일을 했습니다. 그때 직업학교를
알게 되었습니다. 막연하게 이 학교에서 근무하면 재미있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런데 정말 아현산업정보학교 교감으로 발령을 받은 것입니다.
운명인 거죠.
 저는 농담 삼아서 아현산업정보학교를 “인문계 고등학교에서 하루에 다섯 번 이상 엎어져 잘 수 있는 능력을 갖춘 사람만이 입학할 수 있는 학교”라고 소개합니다. 그것도 3년 이상 지속해서 자야 합니다. 사실 우리 학교는 공부보다 다른 것에 관심 있는 아이들이 다니는 곳입니다. 자는 아이들만 있다고 하니 혹시 문제 학교로 오해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우리 학교를 졸업한 이들 중에서는 유명한 사람들이 많습니다. 대중적으로 잘 알려진 가수로는 휘성, 환희, 박효신 등이 우리 학교 졸업생입니다. 최
근에는 작년 K-POP에서 준우승을한 안예은이 있습니다. 천재들이 다니는 학교죠.
 지금은 경쟁률이 높아 들어오기 힘들지만, 10여 년 전에는 일부 학과 외에는 졸업이 목표인 아이들이 많았습니다. 발령받고 근무하면서 여러 가지 궁금증이 생겼습니다. 제일 궁금한 것은 아이들이 공부를 포기한 이유였습니다.

 그래서 시작한 것이 전교생 상담이었습니다. 100여 명 넘게 상담하면서 아이들이 공부를 포기한 공통점을 발견했습니다. 아이들은 교과로는 수학, 과학을 힘들어했으며, 더 중요한 요소로 가정 불화가 있었습니다. 아이들은 엄마와 아빠가 자주 싸우면 불안하다고 합니다. 그래서 친구를 찾게 되고, 부모에게 받아야 할 사랑을 친구에게 의존하게 됩니다. 서로를 이해한다고 느끼고, 더욱 친해지면 불안감을 잊으려 무기력, 흡연, 폭력 등 공격성 있는 행동을 하게 되는 것 입니다.

 저는 이런 불안한 아이들의 마음을 해결하기 위해 여러 가지 방법을 적용했습니다. 그중에 가장 아이들의 마음을 여는데 탁월했던 것은 놀이였습니다, 모험놀이 상담인데요, 구조적으로 짜인 놀이로 몸을 사용해서 재미있게 문제를 해결하는 상담법입니다. 아이들이 놀고 나면 마치 어린 아이들처럼 자기의 속 깊은 과거 이야기를 털어 놓았습니다. 그리고 마음이 편안하다고 했습니다. 행동을 통해 마음으로 소통을 하는 것입니다.

 그런 다음 아이들에게 매일 꿈을 물었습니다. 만나는 아이마다 꿈을 묻던 어느 날, 문득 ‘내 꿈은 뭐지?’ 하는 궁금증이 들었습니다. 이 질문을 가지고 몇 날 며칠을 생각했습니다. 아이들에게 꿈을 물으면서 나도 같이 내 꿈을 생각해 보았습니다. ‘그래 어린 시절부터 노래를 참 좋아했지.’ ‘가수가 되자. 음반을 한 번 내보자’고 마음을 먹었습니다. 그 이후 보는 아이들마다 “나, 음반 낼 거야.” “가수 할 거다.”라고 아이들에게 뻥을 치기 시작했습니다.

 그때 이후 제 좌우명이 ‘선뻥 후 조치’가 되었습니다. 일단 뻥을 치고 그것을 하기 위해서 노력하는 것입니다. ‘구하라 얻을지어다’라는 성경 구절과 같은 의미로 해석했습니다. 얼마 지나지 않아서 내 뻥은 현실이 되었습니다. 지인의 소개로 곡을 받아서 ‘다시 시작’이라는 노래를 타이틀곡으로 10곡을 발표했습니다. ‘다시 시작’은 아현산업정보학교 아이들의 꿈에 대한 노래입니다.

 2집을 내고, 운 좋게도 3집에 있는 ‘노타바코(금연송)’가 대중적으로 알려졌습니다. 담배 피우는 아이들을 상담한 내용으로 가사를 만들고 요즘 가장 핫한 ‘도깨비’ 작곡가 안영민 선생님이 작곡을, 슈퍼스타K 출신 가수 김그림이 함께 노래를 불렀습니다. 3집에는 학부모를 위한 노래인 ‘사랑하리오’ 부부송도 있었는데, 안영민 선생님 곡으로 함께 발표했습니다.

 1집에는 드림송(다시 시작), 2집에는 행복송(행복을 빌어요), 상담송(나에게 오세요), 3집에는 금연송(노타바코), 학부모 부부송(사랑하리오), 4집에는 지각송(교문에서), 5집에는 게임송(Don't worry), 6집에는 위로송(마음에 반창고)을 발표하였습니다. 어느새 제가 학교의 이야기를 노래로 풀어가고 있었습니다.

 초반에는 아이들을 일단 혼내지 말고 쫓아가지 말자는 것으로부터 시작했습니다. 해방 이후 계속된 규율과 혼내던 것을 조금 바꾸어 보자고, 다른 방법이 분명히 있을 거라고 생각했습니다. 처음에는 아이들과 선생님, 학부모 모두 반신반의했습니다. 하지만 교장이 탈을 쓰고 노래하는 재밌는 모습이 아이들의 입에서 입으로 건너가면서 학교를 자랑스럽게 생각하는 자존감이 형성되었습니다. “우리 학교는 학교에서 버스킹도 해.” “아무나 오는 학교가 아니에요.” “우리 학교는 정말 재미있지 않니?” 등등 긍정적인 말들이 나오기 시작했습니다. 그 결과 작년에는 흡연 예방 우수학교로 ‘보건복지부 장관상’을 받았습니다. 특히 올해는 3월부터 학교 안에서 담배꽁초가 발견되지 않은 기적이 일어났습니다. 학교에선 아이들이 노타바코 금연송을 흥얼대며 부르고 있습니다.

 많은 사람들이 노래의 효과에 대해 궁금해합니다. 저는 조금 뻥쳐서 문제가 ‘0’으로 줄었다고 말합니다. 학교 구성원 모두가 함께하는 소통의 힘입니다. 문화와 재미가 엮어 주는 신비로운 힘입니다. 부족한 것을 책망하지 않고 서로 채워주는분위기입니다.

 이 지면을 통해 B급 교장, B급 가수의 엉뚱한 행동을 이해해 주고 따뜻한 시선으로 바라봐 주는 선생님들과 학부모님들께 진심으로 감사드립니다. 탈을 쓰고 돌아다니는 저를 사진 찍는 아이들의 천진스러움이 ‘이것’을 지속할 힘이 된다고 전해 주고 싶습니다. 앞으로도 꾸준히 학교의 모든 것을 노래와 글로 풀어내고 싶습니다, 그리고 이번에 발표한 ‘아현고 아이들’ 노래가 음원 차트에서 1위를 해서 아이들과 신기해하며 ‘인생은 재능이 아니라 용기’라고 수다를 떨고 싶습니다.

방승호 (아현산업정보학교 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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