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육공공성 | 266호 언제나 기다려 주는 작은 대안학교, 도담학교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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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부사무처 작성일17-01-19 16:18 조회1,309회 댓글0건관련링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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Q도담학교는 어떻게 만들어지게 되었나요
천주교 의정부교구 서기원 비오 신부님께서 경기 도 남양주시에 있는 진접성당에 도담도담 공부방 을 만드셨는데, 그곳에서 제가 교사로 5년간 봉사 를 하다가 공부방 학생들이 자퇴하고 무기력한 모 습을 보이는 것을 보게 되었습니다. 신부님께서 “공 부방 출신 자퇴학생들을 데리고 대안학교를 하면 어떻겠냐”는 말씀을 하셨고, 저도 늘 걱정을 하고 있었던 터라 “그럴까요?” 하고 대답했던 것이 도담 학교의 시작입니다. 신부님의 말씀을 듣고 검정고 시라도 합격하게 하고 싶었고, 밥이라도 먹이고 싶 은 마음에 시작하게 되었습니다. 큰 뜻이나 포부가 있었다기보다는 정말 당장 밥 먹이고 공부시켜야겠 다는 현실적인 이유로 시작했습니다.
Q운영은 어떻게 하나요
천주교 의정부교구 지역아동 사목위원회에서 운 영하는 학교이고 2011년 3월에 문을 열었습니다. 월세 40만원은 천주교 의정부교구 지역아동 사목 위원회에서 주시고, 저를 포함한 봉사자 선생님들 이 학교를 운영하고 있습니다. 얼마 전 지역아동 사 목위원회에서 직원 한명을 채용해주셨고, 학생들 은 무료로 학교에 다닙니다. 학부모님 중 형편이 되 시는 분들은 한 달에 5만 원 정도의 후원금을 보내 주시는 분도 있고, 나머지는 후원자들의 도움으로 운영되고 있습니다. 가끔 학교에서 학생들과 함께 만든 물건을 팔게 되면, 학생들 용돈이나 차비로 지급하고 있습니다.
Q교육에 있어서 중요하게 생각하는 것은
'기다림’입니다. 도담학교는 기다려주는 학교입니 다. 그래서 등교시간이 오후 12시입니다. 처음 학 교가 만들어졌을 때는 오전 10시였지만, 텅 빈 교 실에서 2시까지 기다리기를 몇 달 하고 나서 학생 들과 협의 하에 오후 12시로 바꾸었습니다. 바꾸고 나니 서로 스트레스가 없어졌고 지금은 잘 정착이 되어 지각이 없어지는 결과를 가져오게 되었습니 다. 그러면서 지각했을 때 가졌던 죄책감 같은 것도 없어진 것 같아 좋습니다.
많은 분들이 나중에 직장을 가지게 되었을 때, 12시 등교에 익숙한 아이들이 9시 출근을 잘 할 수 있겠냐고 걱정하시는데, 졸업생들을 보면서 그런 걱정은 하지 않기로 했습니다. 대형마트 물류 일을 하게 된 지각대장 1회 졸업생 녀석이, 1년 내내 오 전 7시 출근시간을 지각없이 잘 지켰습니다. 그렇 게 번 돈을 부모님과 동생들 생활비로 보태고, 저 축한 돈은 모두 어머니께 드리고 군대에 갔습니다.
2회 졸업생도 진접에서 인천까지 지각없이 아침 9 시에 출근하며 자신의 꿈을 이루어가고 있습니다.
다그치지 않고 기다려주면 제 자리로 올 준비를 하는 것이 아이들인 것 같습니다.
Q진행하는 교육들을 소개해 주세요
기본적으로는 영어와 검정고시 공부와 기초 공 부, 독서와 운동, 만들기를 하고 집단상담 프로그램 과 체험학습을 하고 있습니다. 시간표는 아이들이 원하는 것 위주로 짭니다. 예를 들어 재봉틀을 하 고 싶으면 그 수업을 추가로 넣고, 같이 배우거나 제가 할 수 있는 것을 가르칩니다. 초 만들기, 연극 치료, 비폭력대화, 일러스트 다이어리 같은 다양한 수업이 이루어지고 있습니다. 도담학교에서는 ‘자기 사용설명서’를 꼭 쓰는데 나를 이렇게 다뤄달라는 형식의 글을 쓰게 되면 학교생활을 함께 하는 데 도움이 됩니다. 선생님들도 아이들도 서로를 알게 되지요. ‘거짓말을 찾아라!’라는 프로그램도 마찬가 지고요.
Q선생님들의 힘든 점과 보람은 무엇인지
너무나 다양한 문제를 가지고 있는 아이들이 모 여 있기 때문에 수업의 방향이나 진행, 원하는 것 이 다른 것이 제일 힘이 듭니다. 오로지 음악만 하 려는 학생과 그림만 그리려는 학생, 공부만 하려는 학생, 아무것도 안하려는 학생 등등이 모여 있기 때문에 모두 개별적으로 지도하기가 힘들지요.
그러나 학생들이 변화하는 모습을 보는 것은 가 장 큰 보람입니다. 무거운 갑옷을 벗어놓는 듯 청소 년으로서의 모습을 찾아가는 것을 보는 것도 보람 된 일입니다. 감사하는 마음을 가지게 되는 것을 보 는 것도 보람입니다.
Q앞으로의 방향과 계획은
우리는 그냥 지금처럼 이 자리에서 아이들을 기 다려주고 함께 하고 싶습니다. 욕심내지 않고 할 수 있는 것을 하는 것, 학생들이 원하는 것을 들어주 고 해주는 것, 기본에 충실한 것이 가장 좋은 것 같 습니다. 따뜻한 밥을 지어주고 학생들을 안아주고 늘 그 자리에서 기다려주는 학교가 되고 싶습니다.
화려한 건물도 멋진 프로젝트도 중요하지 않은 것 같습니다. 기회가 되면 아이들이 만든 물건을 팔 러 다니는 게 아니라, 늘 팔 수 있는 공간을 만들어 학교 운영에도, 어려운 학생들 지원에도 쓰면 좋겠 다는 생각에 ‘시장대안학교’를 꿈꾸고 있습니다. 청 년사업가로 성장하기 위한 준비도 하고 연습도 하 는 사회적기업 형식의 학교를 꿈꾸고 있습니다. 물 론 학생들이 원한다면요.
학생들도 여러 가지 빛깔인 듯 선생님들도 여러 가지 빛깔이 있습니다. 같은 색으로만 그림을 그릴 수는 없는 것 같습니다. 밝은 색도 어두운 색도 다 그림에서는 중요하듯 자기 색깔대로 빛을 내길 바 래봅니다. 그렇게 조화롭게 학교를 함께 만들어 가 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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