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육공공성 | 268호 우리 앞에 놓인 두 갈래 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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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부사무처 작성일17-01-19 15:24 조회962회 댓글0건관련링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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덕양중학교에서는 학생, 학부모 포함 총 여덟 분 을 모시고 회복적 생활지도 위원회를 서클 방식으 로 진행하였다. 한 쪽에선 부모님들까지 가세하면 갈등의 총량이 커지지 않겠느냐고 우려하는 목소 리도 있었지만 이 모임을 통해 또 한 번의 작은 마 법을 우리는 경험했다.
늘 느끼는 것이지만 학교폭력예방법은 정말 한계 가 많다. 학교폭력 예방 및 대책에 관한 법률은 그 한계가 분명하고 보완되어야하며 개별 학교에서 학 교폭력 규정에 대한 기계적이고 문자적인 해석과 적용에 집착할 경우 문제해결로 가는 길을 더 악화 시킬 수 있다.
아이들 스스로 정리하고 해결해
이번 회복적 써클은 세 명의 아이가 평소에 싫어 하던 아이를 대상으로 놀리는 와중에 한 아이는 주 먹으로 때리기까지 한 일이었다. 아이들 중에는 이 회복적 생활지도 위원회에 참석하는 것이 너무 두 렵고 떨려 밤새 잠을 자지 못한 아이가 있는가 하 면, 아침에 학교 오기 두려워하는 아이에게 어머니 가 ‘모든 것이 잘 될 거야!’라는 글을 써 준 종이를 마치 부적처럼 주머니에 넣어준 후에야 학교에 올 수 있었던 아이도 있었다.
아이들이 겉으로는 아무 생각 없이 그냥 되는대 로 사는 것 같아 보여도 마음속으론 그렇게 큰 두 려움이 자리 잡고 있고, 자신의 행동을 책임져야하 는 상황 앞에 서면 한없이 작아진다. 하지만 이 회 복적 서클이 끝나고 부모님과 함께 집으로 돌아가 는 아이들의 표정 속엔 그 전까지 잡고 있던 짙은 먹구름이 걷혀있었고, 부모님들 또한 서로를 깊이 이해하는 가운데 자신의 아이와 서로 좋지 않은 욕 을 주고받았던 상대방 아이를 안아 주시고 눈물까지 글썽이셨다.
처음엔 자기표현에 서툴고 한없이 긴장하던 학생 들도 마지막 동의된 행동, 자기 책임지기, 상대방에부탁하기까지의 과정을 부모님들과 교사들 앞에서 스스로 정리하고 해결해 나가는 모습을 보였다.
그런데 오늘의 일을 만일 학교폭력법이 규정하는 언어폭력(심한 욕설)과 신체적 폭행이라는 문자주 의적이고 율법주의적인 해석을 들이대며, 누가 가 해자고 누가 피해자인지를 밝혀내려는 패러다임으 로 진행했더라면 어떻게 됐을까? 생각만 해도 끔찍 하다.
결과적으로 너무 화가 나서 때린 아이, 놀린 아이 들이 집단적 가해자가 될 가능성이 십중팔구다. 하 지만 이 아이들은 평소에 상대방 아이에게 받았던 욕설을 언어폭력이라 걸고넘어질 것이다.
이렇게 되면 결국 가해자라는 딱지를 부여받게 된 아이는 용납될 수 없는 자신의 폭력적인 행동에 도 불구하고 자신을 피해자라고 여기게 되고, 심할 경우 학교의 결정에 대해 민원을 제기할 것이다.
결국 학교와 교사 또한 이 사안의 당사자로 굴비 엮이듯 엮이게 되고, 이 단계에 이르면 교사들이 아이들과 학부모에 대해 가지게 되는 적대적 이미 지는 돌이킬 수 없는 지경으로까지 치닫게 된다.
모든 관계들은 찢어지고, 교사가 아이들과 수업 에 쏟아야 할 에너지는 아주 진액이 빠지게 만드는 비생산적인 일들에 헛되이 쏠릴 수밖에 없다.
진정한 학교 공동체 회복 아이들은 배움과 성장
하지만 회복적 서클을 통해 아이들과 학부모, 교 사 모두는 갈등이란 놈이 크고 무서워 보이지만 사 실은 그리 대단한 놈이 되지 못한다는 것을 다시 한 번 배웠다. 그리고 앞으로 자신이 넘어서는 안 될 경계와 울타리가 무엇인지에 대해 배우고 책임 지는 모습을 보였다.
갈등 뒤에 숨어서 두려워하며 상대방에게 책임을 전가하는 것이 아니라 모두가 상대방의 말을 경청 하면서 깨어진 관계를 다시 회복하기 위한 지혜를 모을 때, 진정한 학교공동체가 회복되고 아이들에 게도 배움과 성장이 일어난다. 그리고 아이들에 대 한 애정이라는 전제 앞에서 교사들과 학부모들의 마음이 하나로 오버랩 되는 그 순간들은 덤으로 주 어지는 선물과도 같았다.
우리 어른들은 교사, 학부모 교육정책가들 할 것 없이 언론이 보도하는 학교폭력의 심각성에 지레 겁 을 먹고, 아이들이 대화와 서클이라는 방식을 통해 스스로 문제를 해결할 기회를 원천봉쇄하고 있다. 서클이라는 단어가 낯설다면 공동체적 대화모임 혹은 공동체적 중재모임이라고 이해하자. 그러면서 단 지 처벌에 대한 위협과 가해자, 피해자라는 지나치 게 문자적이고 비교육적인 방식으로 이 문제를 접근 하고 있는 것은 아닌지 성찰해 봐야할 것이다.
자! 우리 앞에 놓인 두 가지 길 중 어떤 길을 선택 할 것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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