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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획특집 | 307호 현장실습이 사람을 죽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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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부사무처 작성일17-05-12 16:08 조회978회 댓글0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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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장실습이 사람을 죽였다
LG 유플러스 고객센터 현장실습생 홍수연 님의 죽음을 추모하며

세월호 참사가 일어난 지 벌써 3년이 지났다. 배 안에 갇혀 강제로 수장되어야 했던 304명의 억울한 죽음, 그래서 304개의 우주가 사라진 사건에 대해 무슨 말을 보탤 수 있을까. 배가 가라앉던 시간에 울리던 “가만히 있으라”는 방송, 많은 생명을 살릴 수 있었을 골든 타임에 수 많은 사람의 발목을 잡았던 가만히 있으라던 그 말이 2017년에도 여전히 뼈아프게 다가온다.

 올해 1월 22일, LG 유플러스 고객센터에서 일하던 홍수연 님이 스스로 목숨을 끊는 사건이 발생했다. 홍수연 님은 현장실습생이었다. 현장실습은 말 그대로 배운 것을 실습해 본다는 취지로 시행되는 직업교육의 일부분이다. 그래서 현장실습을 나갈 때에는 현장실습 협약서를 반드시 작성해야 하고, 현장실습 협약서를 어기면 벌금 등 처벌을 받도록 되어 있다. 홍수연 님은 하루 7시간 실습을 하고 한 달에 160만 원을 받기로 협약서를 작성했지만, 9월 2일에 체결했던 협약은 1주일도 지나지 않아 깡그리 무시되었다. 기본급은 110만원으로 줄었고, 회사는 연장근무 동의서까지 별도로 받았다. 하지만 이런 현장실습의 실태를 학교도, 노동부도, 교육부도 제대로 지켜보지 않았다. 문제가 발생하니 이제야 실태를 점검하고 위반사항을 처벌하겠다고 한다. 이것도 말에 그칠 공산이 크다.

 현장실습생들의 노동환경은 문자 그대로 아무 보호망 없이 가시덤불에 던져지는 것과 같다. 현장실습생의 애통한 죽음은 홍수연 님이 처음이 아니다. 2011년 기아자동차 광주공장에서 하루 12시간씩 일하다 뇌출혈로 쓰러져 지금까지 병상에 누워있는 학생, 2012년 울산 한라건설 해상크레인 작업선이 전복되어 사망한 학생, 2014년 폭설주의보가 내린 날, 그래서 모든 노동자가 철수한 울산 현대 자동차 하청업체 공장에서 강제 야간 노동을 하다 지붕이 무너져 사망한 학생, 2016년 현장실습으로 하청업체 비정규직으로 취업했고 밥 먹을 시간도 없이 모멸감을 견디며 일하다 지하철 스크린 도어 틈에 끼어 사망한 노동자, 그리고 올해 홍수연 님의 죽음에 이르기까지 해마다 현장실습이라는 명목 아래 몇 명씩 목숨을 잃고 있다. 목숨을 잃는 학생들이 이 정도이니 크고 작게 다치는 사건은 셀 수도 없을 것이다. 문제는 몇 명이나 다치는지, 누가 어떤 부당한 대우를 받았는지, 업무가 적성에 맞는지 어떤지,아무도 모른다는 데 있다. 당장 교육부, 교육청은 홍수연 님이 일했던 LG 유플러스 고객센터에 특성화고등학교에서 몇 명이나 파견을 나갔는지를 끝내 파악하지 못했다. 교육청은 회사의 자료를 참고해서야 이 업체에 33명의 학생이 파견 나갔고, 이 중 22명이 중도 복귀했다는 걸 확인했다.

 안전망이 벗겨진 채 내던져진 학생들은, 특성화고 출신이라는 낙인 속에서, 말 잘 들어야 취업하고 먹고 살 수 있다는 꼬드김 속에서, 여기서 그만두면 세상의 낙오자가 될 거라는 겁박 속에서, 쓰다 버리는 일회용품처럼 소모되고 있다.

 가만히 있으라, 버텨라, 참아라, 견뎌라, 아프니까 청춘이다...... 모두 현실을 감추고 힘 없는 사람을 더 나락으로 내모는 나쁜 주문이다. 우리는 지난 겨울, 가만히 있으라는 말이 틀렸음을 직접 증명해 보였다. 가만히 있지 않았더니 정권이 내려오고, 세월호가 뭍으로 올라오지 않았던가. 더 이상 현장실습생들에게 가만히 있으라는 틀린 주문을 되풀이 해서는 안 된다. 가라앉는 배가 있다면 그곳에서 탈출하도록 안내하는 것이 사회의 역할이어야 한다. 그래서 애도로만 끝낼 수는 없다. 이 비극이 되풀이되지 않도록 더 많은 이들의 마음과힘이 모이길 간절히 바란다.
강문식 (LG 유플러스 실습생 사망사건공대위 집행위원장) 

건강하고 안전한 현장실습을 바라는 특성화고 학생과 졸업생 7대 선언 및 3대 요구 운동

[7대 선언]
​1. 우리는 취업률을 핑계로 전공과 무관하게 진행하는 현장실습을 거부할 권리가 있다.
2. 우리는 안전하고 건강한 교육환경과 실습환경에서 진로를 탐색하고 전문교과를 익힐 권리가 있다.
3. 우리는 정부와 교육청, 학교에 현장실습 관련 정보를 요청하고 들을 권리가 있다.
4. 우리는 여러 종류의 현장실습 중 선택하고 결정할 권리가 있다.
5. 우리는 현장실습 중 위험하다고 판단하면 즉시 하던 일을 멈추고 나와 동료를 스스로 보호할 권리가 있다.
6. 우리는 현장실습을 중도에 중단했을 때 두려움 없이 학교에 돌아갈 권리가 있다.
7. 우리는 현장실습노동 중 적절한 노동시간과 충분한 휴식을 보장받을 권리가 있다.

[3대 요구]
1. 교육부와 교육청, 학교는 특성화고 파견형 현장실습 제도의 문제를 근본적으로 해소할 방안을 제시하라.
2. 교육부와 교육청, 학교는 특성화고 파견형 현장실습을 당장 멈추고 대안적인 직업교육계획을 마련하라.
3. 산업체는 실습생, 훈련생, 인턴, 교육생 등의 이름으로 행하는 모든 노동자의 노동인권을 보장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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