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특집 | 245호 반장이 청소 감독을 해야 하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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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부사무처 작성일17-07-25 15:49 조회788회 댓글0건관련링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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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부모님의 문제의식에 동의합니다.
그렇군요. 선생님들이 반장한테 학급 일을 많이 맡기기도 하는데 그게 문제가 많군요. 단지 반장 아이를 힘들게 한다는 게 문제가 아니라 선생님이 자신의 권력을 너무나 쉽게 반장이나 부반장, 교과부장이나 생활부장 등소위 임원 학생들에게 많이 넘겨 버린 것 같네요. 반성해야겠습니다. 그 책임을 맡은 아이들은 우쭐해지고 그것을 따라야 하는 아이들에게는 굴욕감을 주어야 한다면 관리의 이름으로 행해지는 많은 권한이행을 선생님들께서 고려해 보셔야 할 것 같습니다. 어머니의 말씀처럼 청소 감독 뿐 아니라, 떠든 사람 이름 적기를 비롯해서, 자습시간 감독 등 자율이란 명목으로 이루어지지만 실제로는 그것이 아이들사이의 권력구조를 만드는 데 기여하고 있습니다.갈등의 파장을 만드는 행동
아이들 세계를 유심히 보시면 아시겠지만 아이들에게 이미 자연적으로 강약의 구조가 존재합니다.
물론 강약이 존재하는 자연 상태가 좋다는 것은 아닙니다. 그런데 청소 혹은 자율학습 감독 같은 것은
아이들의 자연적인 질서에 교사가 임의로 권위를 부여하는 방식인데 그러다 보니, 자연 상태의 강약과 인위적 질서 사이에 충돌이 발생합니다. 이 과정에서 교사의 질서와 아이들의 질서는 충돌과 혼란을 일으키게 되고 이 혼란이 잘못 해결 될 때에는 결과적으로 아이들에게서 질서나 규칙 자체에 대한 거부로 표현될 수 있습니다. 교사의 권력 이양 행위는 아이들 사이의 갈등을 조장하는 행위입니다. 무엇보다도 반장에게 그 역할을 맡기게 된다면 이 학부모님의 염려처럼 반장이 아이들의 표적이 될 수 있다는 점을 생각하지 않으면 안 됩니다.선생님들이 ‘엄석대’를 만들어서는 안 됩니다
또 반장이 아니더라도 학급에서 소위 ‘센 애’들을 시키기도 한다고 했죠? 이것은 더 위험해 보입니다.
비공식적인 영역에서 힘을 가진 아이들이 공식적인 영역에서도 힘을 갖게 되기 때문입니다. 평소 자기마음에 안 들던 애들에게 공식적으로 복수하기도하고, 자기가 원하는 방향으로 반을 이끌어 갈 수도 있습니다. ‘우리들의 일그러진 영웅’의 ‘엄석대’는 소설 속에서만 존재하는 인물이 아닙니다. 담임선생님의 무지와 무관심 속에서 언제든지 생겨날 수 있습니다. 특히 학교에서 운동부 아이들을 지도할 때, 그런 경우를 많이 봅니다. 육체적인 힘의 정도로 지위를 형성합니다. 그리고 모두들, 그것을 당연한 것으로 받아들입니다. 선생님들이 물리적인 방식으로 아이들을 지도하려고 했을 때, 아이들 사이에서도 당연히 물리적인 힘이 센 아이들이 권력을 잡게 됩니다. 말하지 않아도 아이들에게 그것을 가르치고 있는 것입니다. 힘이 진리라는 것을 말입니다.선생님들의 관리가 필요합니다
어른들 중에서는 이런 사례들을 많이 봅니다. 예전에 자기는 주먹에 의지하는 사람이었는데 담임선
생님이 자신을 믿어 주시고, 학교 일이나 학급 일을 맡겨 주셔서 그것을 수행하는 동안 공식적으로 인
정받게 되고 새 사람이 되었다고 말입니다. 흔히 노는 애들이라든지 아이들 사이에서는 인정받지만 공식적으로는 인정받지 못한 학생들이 선생님의 신뢰로 거듭나는 경우도 물론 있습니다. 아이들 중에는 인정욕망이 커서 공식적인 지위를 탐하는 경우도있고, 이 역할을 누구보다도 잘 수행해내는 애들도 있습니다. 교육이라는 것은 때로는 엄청난 변화를가져오는 것이기도 해서 이런 계기들을 아예 부정하라는 것은 아닙니다. 하지만 선생님들이 센 아이들에게 뭔가를 맡기실 때는 그 욕망이 왜곡된 방향으로 흘러가지 않도록 항상 관리가 필요합니다. 그렇지 않고 이루어지는 권력의 이양은 직무유기이며 무책임한 떠넘기기일 뿐입니다. 또한 교사의 교육적의도가 있다고 하더라도 실제의 교실에서는 교사의 교육적 의도와는 상관없이 학생들 간의 권력다툼으로 비화될 수 있다는 점을 염두에 두셔야 합니다. 학부모님의 문제제기로 시작된 논의지만 학부모님 보다는 선생님들께 당부를 드리게 되네요. 이것은 어른들의 반성 없이는 해결될 수 없는 측면이 있다 보니 결국 선생님들에 대한 이야기로 흘러 버렸네요. 요즘 스승이 없고, 교권이 사라져가고 있다고 말하지만, 그래도 아이들은 선생님의 교육 철학의 영향을 받습니다. 선생님들의 작은 행동이나 말에 아이들은 영향을 받는다는 사실을 인지하시고 교육활동을 해 나간다면 좋겠습니다.
백서윤 (인천 검단고등학교 교사, 따돌림사회연구모임 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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