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담실 QA | 240호 중3 아들과 공부 얘기하기 힘들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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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부사무처 작성일17-07-25 15:48 조회940회 댓글0건관련링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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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3 아들과 공부 얘기하기 힘들어요
Q 중3 남자 아이를 키우고 있다. 중1까지는 공부를 상당히 잘 했다. 그런데 중2 때부터 공부를 안 하기 시작해서 지금은 말로는 잘 해보고 싶다고 하면서도 공부를 열심히 하지는 않는다. 요즘 시험기간인데도 학원문제집을 전혀 풀지 않아 너무 속상하다. 밤 12시까지 공부하고 온다기에 당연히 문제집은 풀었으려니 생각했다.
원래 잘하던 아이여서 아주 성적이 바닥으로 떨어지진 않았지만 그래도 걱정스럽고, 학원 숙제도 하지 않는 등 공부를 성실하게 하지 않는 태도가 더 걱정이다. 이런 얘기를 하고 싶은데 간섭한다고 싫어할까봐 어떻게 말을 꺼내야 할지 모르겠다. 얘기를 하다보면 나는 계속해서 같은 말을 반복해서 하게 되고 아이는 짜증을 내는 것으로 끝나게 되니, 말을 하고 나면 내 자신이 비참해지고 무안해지는 느낌을 받는다.
아이가 공부를 안 하는 것뿐이지 나쁜 짓을 하지도 않고 친구들과도 잘 지낸다. 그동안 아이에게 공부를 많이 시켰고 아이도 잘 따라주었기 때문에 칭찬하면 나
태해질까 봐 칭찬보다는 훈계나 잔소리를 많이 했다. 더구나 남편도 나와 비슷한 성격이라 아이를 닦달하는 편이다. 중1 후반기부터 아이가 부쩍 우울해 하더니 중2 때부터는 종종 나를 경멸하는 듯한 눈빛을 보였고 나와 싸울 때면 복받쳐 우는 모습도 자주 보였다. 그 뒤로는 더 이상 간섭하고 채근하는 것을 삼갔다. 2학년 말경에 아이에게 하고 싶은 게 뭐냐고 물었더니 자기는 무엇을 해야 할지 모르겠고 잘하는 것도 없다고 했다. 마음이 너무 아팠다. 우울감도 큰 것 같아 그 무렵 상담을 받게 했다. 아이가 우울하기는 하지만 워낙 건강해서 빨리 치료가 되었다기에 상담을 마쳤는데 오히려 나는 우울해져서 마음을 못 잡고 있다.
요즘 남편이 나에게 아이에 대해 너무 방관하는 거 아니냐며 불만스러워하는데 오히려 나는 남편의 장황한 잔소리가 너무 싫어 말을 끊기도 한다. 아이에게는 이제 다그치는 말보다 “네가 세상에서 가장 소중하다.” “네가 살아가는 힘이다.” 라는 얘기를 자주 해준다. 그래서인지 최근에 아이가 “엄마가 나의 버팀목이 되어주었던 것 같다”라는 문자를 보냈다. 많이 좋아진 것 같긴 한데 공부를 안 하는 게 걱정이고 그 얘기를 어떻게 꺼내야 할지 고민스럽다.
A 사춘기 아이를 키우시며 어머니가 많이 힘들어 보이십니다. 그래도 아이가 엄마에게 보낸 문자 내용을 보니 안심이 됩니다. 어머니가 노력하신 보람이 있으신 것 같아서요. 아이가 엄마에게 ‘버팀목’이
라는 말을 했다는 것은 요즘 뭔가 힘든 일이 있다는 뜻이기도 하고 엄마가 큰 힘이 되어주고 있다는 뜻이기도 한 것 같습니다. 감사하는 마음과 계속 도와주기를 바라는 마음이기도 한 것 같고요. 공부를 그전처럼 잘하고 싶은 마음은 있는데 뜻대로 되지 않는 것에 대해 아이 자신도 많이 힘들 거라 생각됩니다. 어쩌면 아이도 엄마와 같은 고민을 하고 있는 것 같네요.
일방적으로 밀어붙였던 것에 대해 반성하고 멈추긴 하셨는데 대안을 못 찾은 채로 일 년 정도를 보내신 듯합니다. 적절한 개입의 수위를 찾아 실천해보셔야 할 때입니다. 이번 시험 끝나면 아이와 편안하게 대화해보세요. 요즘 힘든 일이 무엇인지 또 엄마가 도와주길 바라는 것은 무엇인지 물어보세요. 한편, 상담이후에 아이는 많이 나아졌는데 어머니는 오히려 우울한 마음이 커졌다고 하셨습니다. 이것은 어머니 마음에서 우러나와 아이에 대한 간섭을 멈춘 게 아니라 아이가 힘들어 하니까 어머님의 욕구를 꾹 눌렀기 때문입니다. 그러므로 솔직한 어머님의 걱정과 고민을 털어 놓을 시간 또한 꼭 필요해 보입니다. ‘네가 어떻게 했으면 좋겠다’가 아니라 ‘엄마의 바람은 이거다’라고요. 이런 과정을
선행해서 서로의 마음을 잘 이해해야 결정한 것들에 대해 흔쾌하게 받아들일 수 있고, 새롭게 생활할 의욕도 생기게 될 것 입니다. 남편께서 아이의 생활에 대한 불만이 많은 것 같은데 아이를 이해할 시간이 필요한 것 같습니다. 함께 운동을 한다거나 산책을 하는 등 아이와 허심탄회하게 얘기할 시간을 마련하시라고 권해보세요.
부모가 자식과 자신을 동일시하고 자식의 공부에 너무 집착하거나 아이의 성적에 따라 감정이 오락가락 한다면 아이나 부모 모두 힘겨운 생활을 하게 됩니다. 자식에 대한 관심을 적절하게 유지하면서 한편으로는 아이에게 조금은 거리를 두고 자신만의 일을 찾아보세요. 거기에 에너지를 쏟고 활기차게 살아간다면 그 어떤 근엄한 훈계나 지시보다 훨씬 좋은 영향을 아이에게 미치게 될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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