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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소년문화 | 281호 아이들의 상상은 현실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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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부사무처 작성일17-08-09 15:18 조회911회 댓글0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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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들의 상상은 현실이 된다


​놀고 싶어 하는 한 아이를 만났다. 공부에 그다지 흥미를 느끼지 못해서 학교에서도 밖에서도 놀고 있는 것처럼 보이는 아이다. 그 아이는 계속 놀고 싶다고 말한다. 도대체 이 아이는 얼마나 더 놀 수 있을까. 이 아이는 어떻게 놀고 싶은 걸까. 표현이 서툰 탓에 그것밖에 말할 수 없었던 아이의 ‘놀고 싶다’는 말을 나는 좀처럼 이해하지 못했다. 아이의 말을 곱씹어 본다. 아마도 아이는 더는 시간을 헛되게 보내고 싶지 않다는 말을 하려고 했을 것이다. 재미있는 일을 하며 즐겁게 시간을 보내고 싶다는 뜻이었을 것이다.

요즘 들어 부쩍 얼음땡과 술래잡기를 하며 뛰어놀던 어린 시절이 그립다. 아파트 단지에 놀 공간이 있기는 한 걸까. 우리 어렸을 적처럼 몰려다니며 작당하는 아이들 모습을 찾기 어렵다.

‘놀이’라는 것은 무엇일까. 요즘 아이들이 하는 놀이가 새삼 궁금해진다. 스마트 기기 안에서 채팅으로 낄낄거리며 대화하는 아이들, 컴퓨터 게임을 하면서 소유하고 차지하며 경쟁 속에서 재미있어하는 아이들이 보인다. 친구들과 카페에서 만나 차를 마시고, 맛집에 가고, 옷을 구경하고, 노래방을 가고, 영화를 본다. 돈을 주고 무엇인가를 소비하는 것을 즐기는 아이들도 있다. 어른들의 ‘소비놀이’가 고스란히 아이들에게 까지 전염되어 버린 것이다.

생각해 보면 놀이를 통해 많은 것을 배웠던 것같다. 즐거운 놀이를 통해 협동하는 법을 자연스럽게 배우며 더불어 살아가는 가치가 내면화된다. 놀이 안에는 언제나 배움이 들어 있었다. 그런데 어느 사이엔가 이것이 중요하지 않은 것이 되었다. 놀이는 엄마 손을 잡고 놀이방에 가서야 놀 수 있는 소비적인 것이 되어 버렸다. 이제는 아이들도 돈이 없으면 놀 수조차 없는 사회가 되었다. 아이들에게 물어보고 싶다. 지금 하고 있는 ‘놀이’가 정말 서로를 즐겁고 행복하게 해주니? 마음껏 놀수 있는 시간이 주어진다면 지금처럼 보내겠니?

이러한 질문에서 출발한 토론회가 지난 11월 21일 의정부중학교 강당에서 열린 ‘비몽사몽 토론회’이다. 초등학교 5학년부터 고등학교 2학년까지의 친구들, 학교에 다니지 않는 홈스쿨러, 대안학교의 친구들까지 경기북부의 청소년 200여 명이 자발적으로 한자리에 모였다. 이들은 <나에게 1년의 시간이 주어진다면 – 마을에서 놀고 만들고 배우고 꿈꾸는우리만의 방식 상상하기>라는 주제로 토론을 진행하였다. 만약 학교를 다니지 않고 놀면서 시간을 보낼 수 있다면, 또 다른 배움을 꿈꿀 수 있다면 무엇을 하겠느냐고 질문하였다. 음악, 미술, 여행, 공연, 운동, 외국어공부, 독서 등 수많은 답변들이 나왔다. 이것들을 하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두 번째 질문이었다. 처음에는 돈이 없으면 아무것도 못한다고 아이들은 생각했다. 돈을 벌려면 일을 해야 하는데 그러다보면 결국은 하고 싶은 것들을 할 수 없게 된다고 답변했다. 결국 상상으로 그치는 것일까. 하고 싶은 것을 하면서 돈을 벌수는 없을까. 친구들과 함께 돈을 벌 수 있는 방법을 상상해보자고 제안했다. 글쓰기를 좋아하는 친구가 단편 소설을 써서 어른들에게 판매하고 싶다고 말했다. 그러자 다른 친구가 우리끼리 프리마켓을 열어보자고 제안했다. 판매 품목부터 판매 전략까지 수많은 말들이 오고 갔다. 아이들은 상상이 현실이 되는 것 마냥 신이 나서 아이디어들을 쏟아냈다. 내가 맡았던 토론 테이블은 여행을 가고 싶어 하는 아이들이 모여 있었다. “돈만 있으면 될까?”라는 질문에 외국어도 할 줄 알아야 하고 사진도 잘 찍어야 한다고 했다. 아이들은 자연스럽게 함께 공부할 수 있는 방법들을 고민하기 시작했다. 이 자리는 청소년뿐만 아니라 ‘소비 놀이’에 지친 청년들과 교사, 학부모, 지자체, 시민단체 등 자발적으로 모인 200명의 청소년들과 아이들 작당이 궁금한 많은 어른들이 함께했다. 나는 눈을 반짝이며 토론하는 아이들을 지켜보면서 상상만으로 끝나게 하면 안 된다고 생각했다. 어른들은 아이들에게 상상하게 한 책임(?)을 져야 한다. 상상을 실현 가능하게 해주어야 한다. 그러기 위해선 마을의 회복이 절실하다고 하나같이 입을 모았다. 아이들이 놀고 만들고 배우고 꿈꾸고 싶어할 때 지역의 어른들이 아끼지 않는 지원과 따뜻한 시선을 보내려면 함께 어우러질 수 있는 인프라가 구축되어야 한다. 이제부터 어른들의 고민이 시작되었다.

아이들이 꾸는 꿈을 궁금해 했던 것은 어른이었지만, 놀고 싶어 하는 아이들을 한데 모이게 한 것은 토론회 기획단 아이들이었다. 나와 같은 생각을 하는 아이들이 더 많을 거라 여기고 3개월 전부터 내 꿈과 시간을 기꺼이 내어놓았고 친구들을 토론회 자리로 불러 모아 그들의 생각을 듣고 공유하고 확인했다.

2015년, 기획단 아이들은 토론 내용을 현실로 만들기 위해 또 다른 프로젝트를 준비하고 있다. 그 뒤에 마을교육공동체를 만들어 가는 어른들이 있다.

“한 아이를 키우려면 온 마을이 필요하다.”
                                                                        이서라 (의정부 청년다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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