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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저는 | 295호 돌아보면 발걸음마다 은총이었네 | 박경양 (우리회 고문, 목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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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부사무처 작성일17-08-09 14:12 조회1,036회 댓글0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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돌아보면 발걸음마다 은총이었네


몇 년 전 터키를 여행하던 중에 이스탄불에 있는 한 호텔 로비에서 전혀 안면이 없는 몇 명의 중년 여성들을 만났습니다. 그중 한 분 내게 다가와 “참교육이시죠?”하고
물었습니다. 의외의 질문에 “네?”하고 답했더니 그는 “언론을 통해서 교육을 위해서 열심히 활동하시는 모습을 보았습니다. 감사합니다.”하고 말했습니다. 나는 어색하게 “
아, 예. 고맙습니다.”하고 인사한 후 헤어졌습니다. 이 모습을 지켜보던 한 친구가 “박 목사는 유명해. 이런 데서도 알아보는 사람이 있다니” 하면서 농담을 던져 한바탕 웃은 일이 있습니다. 참교육학부모회 활동 일선에서 물러선 지 10년 가까이 되었고 그 후 적지 않은 일에 관여해 왔습니다. 하지만 아직도 사람들은 나를 참교육학부모회에서 활동하는 사람으로 기억합니다. 그만큼 참교육학부모회는 나를 특징짓는 단어이기도 합니다. 그래서 참교육학부모회가 없는 내 인생을 생각할 수 없습니다. 고마운 일입니다.

참교육학부모회 활동의 일선에서 물러선 후 나는 전국지역아동센터협의회 이사장으로 일하면서 80년대 중반 도시빈민 운동의 하나로 시작된 공부방을 지역아동센터로 법제화하고, 이를 전국적으로 확산하는 운동에 참여해 왔고, 3년 가까이 동덕여자대학교를 설치·운영하는 학교법인 동덕여학단 운영과 대학 정상화를 책임졌으며, 2013년부터는
진보적인 개신교회 성직자 모임인 전국정의평화목회자협의회 공동의장과 한국기독교교회협의회(NCCK) 교육위원회 부위원장, 그리고 소속교단인 감리회개혁특별위원회를 총괄하면서 교회개혁과 관련된 일에 관여해 왔습니다. 또 방과 후 나 홀로 아동을 돌보는 지역아동센터와 공동육아 어린이집, 어린이도서관, 생활협동조합을 운영하는 작은
교회에서 30년 가까이 담임하고 있습니다. 올해 소위 생의 원점으로 돌아간다는 회갑을 맞았기 때문인지 가끔은 지나온 삶을 반추할 때가 있습니다. 그때마다 떠오르는 문구 하나가 있습니다. 존경하는 선배의 에세이집 ‘돌아보면 발걸음마다 은총이었네’에 있는 구절인데 “이제는 좀 알겠다. 그 새벽 무심으로 드린 나의 기도를 그분은 한 마디도 놓치지 않았다는 사실을. 그러므로 나는 혼자 살아 온 게 아니었다. 그분이 내 인생 밑바닥에서 찰나 간의 단절도 없이 나의 길을 함께 걸어오신 것이다.” 라는 문구입니다.

생각해보면 지나온 내 삶의 시간 역시 은총이었습니다. 그리고 오늘의 나는 혼자가 아니라 그동안 함께 한 모든 사람이 같이 만든 것입니다. 그래서 나는 참교육학부모회가 고맙고, 함께 했던 참교육학부모회의 여러 회원들에게 감사합니다. 또 내 생의 가장 중요한 시간을 참교육학부모회와 함께했다는 사실이 내게는 더 없는 보람이자 긍지입니다. 나는 최근 앞으로의 10년을 어떻게 보낼까 고민하다가 30년째 살고 있고, 30년 째 담임하는 교회가 있는 서울의 변두리인 궁동에서 주민과 함께 문화가 있는 마을과 교육을 고민하는 공동체적 마을을 만드는 일을 시작하려고 합니다. 새로운 시작에는 늘 떨림이 있습니다. 그래서인지 요즈음 나의 하루하루는 설렘과 떨림으로 가득합니다.
                                                                          박경양 (우리회 고문, 목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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