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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책 | 241호 고교선택제는 꼼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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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부사무처 작성일17-07-25 16:48 조회792회 댓글0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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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교선택제는 꼼수다

  ‘고교선택제’가 도입된 뒤 서울의 고교진학이 복잡해졌다. 웬만큼 아는 학부모도 헛갈린다. 고교진학은 크게 전기-후기로 나눠서 한다. 전기는 외고·과고·자사고·특성화고 선발이다. 주로 내신·추천서· 면접으로 선발한다. 성적으론 안 뽑는다지만 ‘특목고대비 과외’니 ‘맞춤형 컨설팅’이 성업중이다. 후기는 일반계고 배정인데 고교선택제는 여기에 적용된다. 


  고교선택제는 3단계로 나눠 학생을 배정한다. 1단계로 학군과 상관없이 서울 전체에서 2개 학교를 지원하면 교육청이 추첨해서 정원의 20%를 배정한다. 여기서 탈락하면 2단계로 거주지 학군에서 다시 2개 학교를 지원하고 교육청이 정원의 40%를 배정한다. 여기서도 탈락한 나머지 40%는 통학거리·종교 등을 감안해서 인근학교에 강제로 배정한다. 그학교도 싫으면? 자퇴하고 내년에 다시 운명에 맡기면 된다.

  어쩌자고 이 지경을 만들었을까? 원흉은 공정택 전 서울시교육감이다. 그의 신조는 ‘학부모의 선택권’이다. 교육소비자인 학부모는 교육이란 상품을 선택할 수 있어야 하고, 공급자인 학교는 경쟁으로 교육의 질을 높여야 한다는 것이다. 전형적인 시장논리, 신자유주의의 공교육 버전이다. 그것은 이명박 대통령의 생각과 맞아 떨어졌다.


  고교선택제 시행 2년, 정치권과 언론이 떠드는 문제점은 당시 이미 예견했었다. 마르고 닳도록 얘기할 때는 딴짓 하다가 새삼 호들갑떠는 언론이 가증스럽다. 서울교육청이 민주당 안민석 의원에게 제출한 국감자료를 보자. 동일학군 안에서도 상위 10% 학생의 비율이 최대 4배까지 차이난다. 하위 10%인 학생의 비율은 무려 7배다. 실감나게 말하면, 한 학급 30명 중 상위 10% 학생이 ‘좋은학교’는 6명, ‘똥통학교’는 1명이란 얘기다. 또 하위 10% 학생은 ‘좋은학교’는 1명, ‘똥통학교’는 무려 4~5명이란 얘기다.

  어쩌다가 이런… 선호학교는 대개 대입성적이 좋거나 생활지도가 똑 부러지는 학교다. 대개 명문사학이거나 강남8학군이고 우등생과 강남학생이 주로 온다. 공부 욕심도 많고 사교육을 많이 받아 성적도 좋다. 반대로 비선호학교는 영세사학이거나 변두리 빈곤층 학교다. 입시성적도 형편없어 ‘구제불능’ 낙인이 찍혔거나 ‘터치 안하는’ 만만한 학교로 통한다. 공부에 관심없고 있어도 성적이 안되는 학생, 자유분방한 학창생활을 보내기로 작정한 학생들이 주로 온다. 공부의 신이 강림하지 않는 한 ‘똥통학교’ 오명을 벗기 힘들다. 경쟁에서 처지고 싶은 사람은 없다. 배정되든 안되든 지원부터 해놓고 본다. 공평하게 추첨해도 ‘좋은학교’는 범생이가 채우고 ‘똥통학교’는 부진아·문제아가 채운다. 학교간 학력격차는 이미 예정돼 있었다.

  고교선택제는 고교서열화다. 서울에서 서너개의 1류고가 등장하고, 지역별로 한두개의 2류고가 학군 내에서 ‘나와바리’를 지킨다. 거기에도 못낀 3류고는 ‘똥통학교’ 낙인이 찍힌다. SKY 합격자 이름을 플래카드로 내걸어도 한번 찍힌 낙인은 지워지지 않는다. 한번 해병이면 영원한 해병이다. 그래도 경쟁은 여전하다. 3류고는 2류고를 목표로, 2류고는 1류고를 목표로 뛰어야 한다. 반대로 1류고는 2류고로 떨어질까봐, 2류고는 3류고로 떨어질까봐 피를 말린다. ‘만인의 만인에 대한 투쟁’이다. 그 와중에 학생과 학부모들은 죽을 맛이다. 소비자의 선택권이 부메랑처럼 돌아와 소비자의 뒤통수를 친다.

  고교선택제는 사실상 평준화 해체다. ‘특목고-1류고-2류고-3류고’로 이어지는 사다리에 평등은 없다. 학교양극화, 교육의 빈익빈 부익부는 갈수록 심해진다. 관심과 지원은 선호학교로 쏠리고 비선호학교는 얼마 못가 슬럼이 된다. ‘날라리학교’로 소문나면 더 많은 날라리가 모여든다. 수업분위기가 어수선하니 교사들은 몇 배 힘들다. 예습을 해오면 뽀뽀라도 해주련만 교과서도 없는 학생이 태반이다. 지각·조퇴·결석을 밥먹듯하는 학생에게 숙제는 달나라 옥토끼 얘기다. 진도를 나가려면 격렬한 저항에 부딪친다. 인내력이 바닥나면 사고치고 졸지에 인터넷 저명인사가 된다. 수업이 성립해야 참교육을 하든 말든 할 게 아닌가?

  생활지도를 포기할 순 없으니 벌점제를 강화해서 ‘군기잡기’에 나선다. 담배 피우다 걸리면 즉각 퇴학시키는 학교도 생겼다. 힘들긴 학생도 마찬가지다. 학습결손이 너무 오래 쌓이다보니 수업을 따라가기 벅차다. 모처럼 마음잡고 공부하고 싶어도 어디부터 손을 댈지 막막하다. 그래서 하위권 학생에겐 교사의 손길이 더 필요하다. 하지만 이명박이 자사고를 많이 만들면서 학생정원을 줄이는 바람에 일반고 학생수는 더 늘었다. 성적과 가정환경이 다른 학생을 한 교실에 모아놓고 함께 소통하고 이해를 넓힌다는 공교육의 정신은 이미 죽었다. 부유층-상위층 학생은 자기만의 왕국을 세워 세상과 담 쌓았고, 빈곤층-하위층 학생은 ‘똥통학교’에 수용된 채 꿈과 희망을 갉아먹으며 자신의 삶을 망가뜨리고 있다.

  고교선택제는 평준화를 직접 건드리지 않고 ‘귀족학교’를 만들려는 꼼수다. ‘평준화 우회전략’이다. 폐해가 드러난 이상 존속시킬 이유가 없다. 당장 폐지하는 게 정답이다.
송원재(회원. 고척고 교사)

 

대화의 기본은 배려인데… 말 잘하는 사람 ‘부러워?’ 혼자만 떠들면 ‘지루해!’

​“어디 가는 중이에요?”
“네 회의가 있어서요.”
“선생도 회의주의자이로군요! 하하”
“네?”
  조직에 속한 사람이면 회의를 피할 수 없다. 모여서 일을 계획하고 점검하는 절차가 필요하지만 많은 사람들은 회의를 재미없어 한다. 우선 낮고 일정한 톤으로 말을 하니 분위기가 가라앉고 회의는 신중하고 심각해야 어울린다는 불문율이 있다.

 

  돈은 되지 않지만 해야 할 일이 산더민데 하겠다고 달려드는 사람이 없는 게 NGO 현실이다. 거절을 못하는 캐릭터인지라 감당도 못하면서 몇 개 단체에 이름을 걸고 있어서 회의 참석할 곳이 자꾸 늘고 있다. 근래 구성된 위원회가 있는데 모인 분들이 처음 보는 얼굴이고 한 달에 한 번 가량 모이므로 서로 잘 알지 못하는 사이다. 그러나 중요한 목표아래 모였고 주관하는 기관에서 적합한 인물이라고 생각하여 선정됐을 것이다.

  회의는 낮은 차원의 경연대회인양 참석자는 나를 드러내야 한다는 의무감을 갖게 된다. 무언가 발언을 해야 내 몫을 했다고 자타에게 인정받는 기분. “저요! 저요!” 수업 시간에 손 드는 초등학생처럼......

  나는 남 앞에 나서기를 싫어해서 말할 기회가 오는 게 달갑지 않다. 때로는 할 얘기가 없어서 때로는 이것저것 주저되는 게 있어서 그리고 때로는 내 의견이 여러 사람이 경청할 만큼 가치가 있는지 미리 검열을 하는 편인데 검열결과가 ‘신통찮다’로 나올 때가 허다하다. 그러다 보면 어떤 사람이 나와 거의 같은 견해를 피력해 타이밍을 놓치지도 한다. 그러나 개인의 이해를 넘어 기꺼이 관여한 위원들이 ‘날 좀 보소’만 하는 인상은 씁쓸하다. 어쨌든 힘을 모아 성과를 내자고 모였으니 어떻게 굴러가야 되는지 반추가 필요하다.

  남 앞에서 목청껏 말을 해야 속이 개운하고 잠이 잘 오는 사람도 있고 ‘내가 헛말을 했나?’ 종일 찜찜해 하는 사람도 있다. 논리가 바르고 알맹이가 있어야 하는데 종종 입에서 줄줄 나온다고 말 잘하는 것으로 여기기도 한다. 언변이 좋음은 부러운 재능이다. 그러나 말로 상대를 제압했다고 의기양양해 하는 모습은 젊은이의 치기 정도로 보인다. 이런 사람과는 만남을 꺼리게 된다. ‘듣는 사람이 말 잘한다고 부러워할 줄 아는가?’ 말만 번드르르하다고 평가하거나 진실하지 않다고 단정 지을 뿐이다. 본인이 좌중의 분위기를 바꿀 수 있거나, 예술을 감상하듯 말솜씨도 감상의 단계로 끌어올리는 수준이 아니라면, 혼자 떠들지 말고 골고루 발언할 기회를 줘야한다. 모두가 충분히 자신의 생각을 이야기함으로써 서로 얘기를 들어주고 말하게 하려는 마음이 포개질 때 회의는 그 진가를 찾아내게 될 것이다.
                                                                                                           이정심 (안양지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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