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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육공공성 | 258호 우리학교 선생님은 생활지도 달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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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부사무처 작성일17-02-17 16:15 조회1,170회 댓글0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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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자 주>

 학생인권조례가 만들어지기 시작하면서 교육당국과 일부 교원단체에서는 이로 인해 학생의 생활지도가 어렵고 교권이 무너지고 있다고 합니다. 교과부는 ‘교권보호대책’을 내놓고 관련 법률과 지침의 개정을 추진하고 있습니다. 학생인권과 교권이 과연 상충되는 것인지, 학생이라는 이유만으로 인간으로서의 기본 권리를 제한 당하는 것이 합당한 것인지 의문입니다. 이번 호에서는 ‘생활지도’와 관련하여 교사와  학생의 글을 통해 ‘인권친화적인 학교 문화’를 만들기 위해 어떤 노력이 필요한지 알아보고자 합니다.
 
출발하기 전에
 지금 학교는 예전의 아이들의 꿈과 희망이 담긴 시끌시끌한 소리 대신 전혀 다른 소리로 골치가 아프다. 학교폭력이라는 이름 아래 법 적 절차로 학생을 지도하는 시대가 되었다.
 피해경험을 한 학생은 가해학생으로, 가해경 험을 한 학생은 피해학생으로 악순환을 지속 하는 경우가 많다. 권위적인 교육환경 속에서 권위자가 선망의 대상이 되기도 한다. 교사의 노력만으로 학교폭력 문제를 해결하기 어렵지 만, 그럼에도 교사의 지도방법은 변화해야 한 다. 우리 학교는 이러한 생각으로 새로운 시도 를 하고 있다.

‘학교폭력근절 다짐대회’ 및 ‘행복 이끔이’ 발대식
 지난 3월, ‘학교폭력근절다짐대회’가 학부모 와 지역인사, 교사들이 지켜보는 가운데 학생 회 주최로 진행됐다. ‘친구사랑, 학교사랑, 우리 는 하나’라는 구호 아래 전교생이 친구에게 보 내는 글을 낭독했다. 노란색 학교폭력예방 어깨 띠를 멘 학생들은 한마음으로 학교폭력근절서 약서에 서명했다. ‘행복 이끔이’는 학생들을 위한 자발적 학부 모 모임이다.
 ‘행복 이끔이’ 학부모들은 노란색 조끼와 이름표를 다는데, 이는 위험으로부터 학생을 보호하는 활동을 전개하고 있음을 나 타낸다. 학교는 발대식을 통해 ‘행복 이끔이’를 학생들에게 공식화했다. ‘행복 이끔이’ 대표는 이 자리에서 학교폭력예방에 학부모들이 앞장 설 것을 엄숙히 선포했다.
 
일회성 학교폭력근절다짐대회가 아닌 민주적 생활지도로
 학교폭력을 예방하기 위해서는 배려와 존중, 소통과 협력의 교육공동체를 형성해야 한다. 우 리는 ‘친구사랑, 학교사랑, 우리는 하나’가 구호 에 끝나지 않도록 교사와 학생 간의 신뢰 회복 방안을 모색했다. 교육정책은 뒤로하더라도 우 선 교사의 몫으로 던져진 교육현실을 고민했다. 권위적인 방식에서 민주적인 생활지도로 패러 다임을 바꾸기 위해 학생과 교사가 수평적 대우 를 받는 학급문화 만들기에 초점을 두었다.

생활지도 달인교사 되기
 교사가 건강해야 학생도 건강하게 지도할 수 있다. 학교는 교사들이 청소년 발달과정을 이 해하고 교육철학을 재고할 수 있도록 전문 강 사를 초빙하는 한편, 교사의 사명감을 회복하 기 위한 각종 연수를 지원했다. 또한 교사동아 리모임을 활성화하고 물적 지원을 통해 학생지 도에서 발생하는 스트레스를 해소할 수 있도록 배려했다.
 학급담임교사는 쑥스럽더라도 학생들 앞에 서 비폭력 교사임을 선언했다. 어떤 교사는 선 언하고 나니 속이 시원한 느낌이라며, 학생들 의 박수소리가 지속적인 감정 통제에 도움이 된다고 했다.
 학교폭력근절다짐대회가 일회성 행사에 그 치지 않으려면 학급활동이 이어져야 한다. 대 회 때 서약한 내용을 포함한 새로운 학급규칙 을 정하는 것이다. 학교는 학급회가 원활하게 진행될 수 있도록 자치활동시간을 1학기 동안 월 1회씩 배정했다. 학생들이 학급규칙의 소중 함을 느끼고 지킬 수 있도록 이를 준수하지 않 을 시 긍정적 책임을 질 수 있는 기회를 주고, 실천에 옮겼을 땐 칭찬과 격려를 아끼지 않았 다. 학급 내 갈등 문제는 학급에서 해결한다는 기조아래 생활지도 달인교사인 담임은 문제 발 생 시 학급회의를 소집, 토의와 협의로 해결하 도록 했다.
 한편, 폭력으로부터 학생들이 스스로를 지킬 수 있도록 “멈춰!”, “하지 마!”라고 정확히 의사 표현하는 교육 홍보활동을 했다. 학급폭력예방 단 구성을 통해 학급 내 서열화 구조를 파악하 고, 특정학생이 힘으로 학급을 지배할 수 없도 록 학생들에게 신고자 및 예방자 역할을 부여 했다.
 학교폭력과 관련된 많은 학생들이 사랑결핍 을 느끼고 있는데, 이들은 교사에게 의존하는 경향이 있어 말 한마디에 고무되기도 하고 크게 상처를 받기도 한다. 이 점을 고려하여 긍정언 어 사용과 기적질문을 권하고 지시적인 발언은 억제하도록 노력하고 있다. 또, 서로의 마음을 전하기 위해 ‘빨간 우체통’을 설치했다. 빨간 우 체통은 고마움과 감사, 화해의 표현 등 친구 및 사제관계의 교량 역할을 하고 있다. 이러한 느림 의 의사소통은 언어를 순화하는 계기가 됐다.
 ‘생활지도 달인 교사’를 통해 학생들은 교사 를 공격의 대상이 아닌 어려움을 함께 해결하 는 사람으로 인식하게 됐다. 학생인권을 존중 하는 학급경영은 학생, 학부모의 신뢰를 회복 하는데 도움이 됐다. 학교폭력문제로 고민하는 학생들이 자발적으로 도움을 요청하는 것 역 시 큰 효과다.

마무리
아수라장처럼 비추어지는 학교에 대한 보도 는 다소 씁쓸하지만, 꿋꿋하게 교육적 소신을 실천하는 교사가 있기에 우리나라 미래는 밝다 고 믿는다. 이 글을 쓰면서 스스로 석연찮은 부 분이 적지 않음을 느낀다. 그러나 고인 물이 썩 는 것처럼 시대에 맞는 교육 패러다임을 이해하 고 이에 맞는 지도방법을 찾도록 노력해야 한 다. 어떤 경우에도 교육이 정치적 다툼의 희생 양이 돼서는 안 된다. 일관성 있는 정책으로 교 육현장에서의 노력이 헛되지 않기를 기대한다. 

 조경희 (안양중학교 학생부장)


상·벌점제, 선도부 대신 교사와 학생 간 신뢰와 소통으로 교육하는 학교
 가산중학교는 2010년 가을 학생, 교사, 학부모가 3차에 걸친 설문조사와 토론회를 거쳐 학생생활규정을 개정했다. 이 때 과반 수 이상의 학생과 학부모가 상·벌점제도의 폐지를 원한다는 것을 확인할 수 있었다. 교사와 학생 간 신뢰와 소통을 바탕으로 한 교육을 위해 2011년에는 선도부를, 2012년에는 사실상 유명무실했던 상·벌점 제도를 폐지했다. 올해 2월 가산중학교를 졸업한 학생의 글을 통해 상·벌점제도가 가진 모순을 함께 살펴보면 좋겠다. 

너, 벌점 2점이다!
“너, 벌점 2점이다!” 우리 반에는 벌점을 유독 많이 주시는 K선생님 흉내를 잘 내는 친구가 있었다. 그 친구가 K선생님 처럼 벌점을 주겠다며 친구들 앞에서 흉내를 내면, 반 친구들은 모두 배꼽을 잡으며 자지러졌다. 하지 만 웃음 끝에는 꼭 몇몇 친구들의 한숨어린 목소리 가 들려왔다.
 “나 벌써 벌점 00점이다. 어떻게 하냐.” “나 어제랑 오늘도 벌점 먹었어.” 옆에서 듣기만 해도 벌점 때문에 한 숨 쉬는 친구 들의 속상함과 갑갑함이 느껴진다.

 상벌점제를 직접 체험해 본 많은 학생들의 한결 같은 목소리는 상벌점제가 있는 학교를 다니면 너 무나도 답답하다는 것이다. 행동 하나하나에 상점 을 주고 벌점을 주는 것이 말이 되는가? 또, 상·벌 점 항목은 왜 그렇게 많은지. 상·벌점을 주는 선생 님이나 상·벌점을 받는 학생들이나 그 많은 항목을 모두 다 외우고 있는 사람이 과연 몇 명이나 될까? 적으면 몇 가지부터 많으면 수십 가지 행동이 상점 혹은 벌점을 받는 행동으로 구분되어 우리의 목을 조여 온다.

 ‘이 행동은 벌점을 받아. 그러니까 절대 하면 안 돼! 이 행동은 상점을 받을 수 있는 것이니, 반드시 선생님이 보는 앞에서 상점 받을 행동을 해야 해!’ 라는 생각으로 학교생활을 해야 하는 학생들의 갑 갑함을 어른들은 알까? 수업시간도 마찬가지다. 벌점을 받지 않으려고 공 부하고 숙제를 한다. 벌점 때문에 그나마 공부도 하 고 숙제도 하니 다행이라고 생각할 수도 있을 것이 다. 하지만 요즘 유행하는 자기주도학습에서 말하는 것처럼 공부는 스스로 꿈을 향해 노력해가는 과정 이어야 하는 것 아닌가? 무엇이 싫어서 하는 공부, 누가 강요해서 하는 공부는 정말 재미도 없고 머릿 속에 잘 들어오지도 않는다.
 
 내가 어떠한 행동을 했을 때 잘 했다고 칭찬을 받 거나 누군가로부터 격려를 받을 때 나도 모르게 으 쓱해지기도 하고 기분이 매우 좋다. 하지만 상점을 받을 때는 왠지 내가 상점을 받기 위해 일부러 착 한 척 한 것 같은 느낌이 들기도 하고 선생님의 칭 찬이 진심으로 느껴지기 보다는 딱딱하고 사무적 으로 느껴지기도 한다.

벌점도 마찬가지다. 내가 벌을 받을 만한 행동을 했다면 내 잘못을 깨닫고 다음부터는 그 행동을 하 지 않을 수 있도록 누군가 지도해줘야 하는데 그저 벌점 몇 점 받거나, 벌점이 쌓여서 다른 형태의 벌 을 받는 것으로 끝나다보니 학생들은 잘못된 행동 을 했을 때 자신의 잘못을 생각하지 않고 그저 벌 점과 벌을 피할 수 있는 방법만 생각한다.

 학교는 학생들이 사회를 나가기 전에 공동체 생 활을 배우는 곳이라고 생각한다. 그런데 학생들이 자신의 잘못을 진심으로 뉘우치거나 순전히 선의 에 의해서 행동하는 것이 아니라 상점을 받기 위 해, 또는 벌점을 피하기 위해 요리조리 눈치만 살피 는 요령만 배운다면 올바른 가치관을 가지고 밝은 대한민국을 만들어갈 수 있을까?
 학교는 단지 지식만을 배우는 곳이 아니라 작은 사회인 것이다. 그 작은 사회가 건강하게 유지 되려 면 학생들이 행복해야 한다. 제일 좋은 방법인 ‘대 화와 소통’을 두고 왜 굳이 상·벌점 제도를 만들어 실행하는 것일까? 학생들도 어른들이 우리의 눈을 바라보고 얘기를 하면 진심으로 귀 기울여 듣고 같 이 대화할 수 있다. 선생님들이 상점과 벌점을 주기 전에 우리 눈을 보고 얘기했으면 좋겠다.

 다행히 내가 다녔던 가산중학교는 재작년(2011 년) 교문 앞에서 상·벌점을 주던 선도부가 없어지고 교장선생님이 교문에서 아침인사를 해 주신다. 작 년(2012년)에는 상·벌점제도도 없어졌다. 우리의 꿈이 현실이 된 것이다. 처음엔 나도 제멋대로 행동 하는 친구들이 늘어나지 않을까 조금 걱정도 했다. 그러나 내 걱정을 비웃기라도 하듯 제멋대로 행동 하는 친구들이 오히려 줄어들었다. 학교생활에서 우리들을 답답하게 조이던 끈이 풀리고 마음이 편 안해져서인지 많은 친구들이 더 밝아지고 활기차 고 공부를 잘하는 친구는 공부를, 운동을 잘하는 친구는 운동을, 춤을 잘 추는 친구는 춤을, 음악을 잘하는 친구는 음악을……. 매사 적극적으로 생활 하려는 친구들이 더 많이 늘어나는 것을 느꼈다. 이 글을 빌어 상·벌점이 없어진 자리에 우리 눈높 이에 맞춰서 열심히 칭찬과 격려와 때론 따끔한 꾸 지람을 아끼지 않으셨던 선생님들께 진심으로 감사 를 드리고 싶다. 하지만 지금 내가 입학할 고등학교는 선도부도 있고 상·벌점제도도 있고……. ㅠㅠ

 신예진 (가산중학교 2012년 졸업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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