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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육공공성 | 241호 경기도장애인종합복지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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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부사무처 작성일17-07-25 15:52 조회796회 댓글0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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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애인을 세상의 중심에 서게 하는 경기가온누리대학

  최근 장애인 평생교육과 고등교육에 대해 뜨겁게 논의되고 있다. 장애인복지 실무자의 시각에서 볼 때 장애인 고등교육은 전문인력양성이라는 사회적 요구와 개인의 보다 나은 삶의 기회확대라는 개인적 요구를 동시에 만족시키기 위해 매우 중요하다 생각되며, 특히 지속적인 반복학습이 필요한 장애인에게 있어 평생교육은 인간다운 삶의 기초를 제공한다는 점에 있어 반드시 국가적인 지원이 요구되는 사안이다. 그럼에도 실제 장애인 고등교육 현실은 너무나 암담한 수준이다.

  2008년 보건복지부 조사에 의하면 장애성인의 대졸이상 고등교육 이수정도는 국민 평균 31.4%에 비해 훨씬 낮은 12.4%이며, 전체 장애인 중 초등학교 이하 학력자가 48.9%, 중졸 15.6%, 고졸 24.9%, 대졸이상 10.6%다. 장애인차별금지법 개정이후에도 지적·자폐성 장애인(이하 ‘지·자장애인’)이 고등교육을 받기에는 열악한 교육환경이며, 그나마 고등학교까지는 교과부 관할 하에 특수교육을 받을 수 있으나, 그 이후 명확한 관할부처나 행정시스템이 없고 책임소재가 불분명한 것이 우리나라 지·자장애인 고등교육의 현실이다.

  지·자장애인에 대한 고등교육과 평생교육의 필요성과 의미에 대해 의문을 갖는 이도 있을 것이나, 교육만큼은 장애정도나 유형을 불문하고 누구나 평등하게 누려야할 권리다. 뿐만아니라 지·자장애인을 대상으로 한 고등교육의 의미는 장애인의 삶을 더욱 풍요롭게 할 뿐만 아니라 다양한 사람들과 함께 활동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해 줌으로써 인간적인 이해를 높이며 전반적인 삶의 질을 향상시킬 수 있도록 해 준다는 점에 있어서 무엇보다 중요하다.​

 

지적·자폐성장애인의 또 다른 선택
  경기가온누리대학(이하 '가온누리대학')은 2010년에 지·자장애인의 평생교육 및 고등교육 기반조성을 위해 기획되어 현재까지 2개학년(총3년 과정)으로 운영되고 있으며, 주5일 진행되는 교육프로그램이다. 가온누리대학을 시작하고 얼마되지 않아 교과부로부터 인가 받은 대학이 아니니 ‘대학’이라는 명칭을 쓰지말라는 통보를 받았다. 대학이라는 명칭이 부여하는 상징적 의미와 가치를 고려해 볼 때, 인가 받은 대학들의 입장에서 유쾌하지 않을 수도 있겠으나 실무자로서 참으로 수용하기 힘든 메시지였다. 어르신대학, 주부대학, 부모대학을 운영하는 기관이나 단체에서도 그런 메시지를 받았을까 하는 의문이 들기도 했다. 이왕이면 장애인을 위한 물리적 환경까지 제대로 갖춘 인가대학을 설립할 수 있으면 더없이 좋겠으나 현실적인 여건이 받쳐주지 못하니 그저 안타까울 따름이고, 이보다 앞서 장애인들에게 대학의 문턱이 조금만 낮았더라면 장애인복지관에서 이런 교육프로그램을 고민하지도 않았을 것이다.

  우리가 가온누리대학을 기획하며 목표로 삼았던 것은 지·자장애인이 선택할 수 있는 진로의 다양성을 확보하고, 자립생활을 할 수 있는 기반을 준비시키고자 함이었다. 대부분의 지·자장애학생은 고등학교를 졸업하면 선택의 여지없이 취업준비를 위해 인근 복지관이나 직업재활시설에 입소하여 직업적응훈련을 받는 게 당연한 절차인 것처럼 생각한다. 그들의 욕구도 다양할 터이나, 장애인이라는 범주로 묶어 사회가 정해놓은 획일화된 진로에 맞추어 천편일률적으로 이용하게 하는 것이 현실이다. 우리는 장애인의 진로결정에 있어 당연히 누려야할 ‘선택할 수 있는 권리’를 외면하고 있었던 것이다. 극히 일부이긴 하나 지체장애인을 비롯한 타 유형의 장애인 가운데 고등학교 졸업 후 취업과 진학에 대한 고민을 하기도 하고 선택하기도 한다. 하지만 지·자장애인에게는 그런 선택조차 쉽게 주어지지는 않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가온누리대학은 지·자장애인이 취업과 같은 사회통합에 앞서 사회적응능력을 향상시킬 수 있는 교육과정을 구성하여 1주당 10과목의 수업에 참여할 수 있도록 하고 있으며 보다 다양한 경험의 기회를 제공하기 위해 이론보다 체험활동 위주의 수업을 많이 진행하고 있다. 성인으로서의 자세와 역할을 익힐 수 있도록 성교육, 의사소통훈련, 직업적성과 진로탐색 등의 수업과 일상생활을 보다 풍요롭게 영위할 수 있도록 문화여가 및 예체능, 컴퓨터, 금전관리 등의 과목을 지도하고 있다. 이들 과목 중에는 학년별 필수과목이 있고, 모든 학년이 함께 참여하거나 본인이 선호하는 과목으로 선택할 수 있는 선택과목도 있다. 앞으로 가온누리대학은 일반대학에서 시행하고 있는 것처럼 학점제 도입과 학생들의 개인적인 재능을 고려한 전공과목 개설 등을 검토하고 있으며, 학생 스스로 시간표를 구성해 볼 수 있도록 하는 등 지·자장애인의 자기결정권을 존중하기 위한 다각적인 방법들을 모색하고 있다.

 

지적·자폐성장애인교육의 책임성과 공공성 확보를 고민하다.
  반드시 장애인복지관이 장애인평생교육과 고등교육을 담당하는 주체여야 한다고 주장한 적은 없지만, 장애인 특히 지·자장애인은단순한 교육프로그램 지원뿐 만 아니라 장애특성으로 인한 치료지원(심리/언어/인지치료 등)이 필요하며, 교육프로그램 이후에 진로 및 직업과 관련한 대안들이 함께 모색되어야 한다. 다양한 치료영역의 전문가와 직업재활사, 장애인복지 전문 사회복지사들로 구성된 장애인복지관은 지·자장애인을 지원함에 있어 더없이 좋은 자원과 다양한 지원 인프라를 이미 구축하고 있다. 따라서 이러한 지원을 한 번에 제공해 주는데 있어 장애인복지관만한 시스템이 없다고 생각한다. 교육계에서는 장애인 평생교육과 고등교육에 관해 논의 중이라고 하나, 정작 장애인 평생교육 프로그램으로 제시되고 있는 내용들이 장애인복지관 실무자의 입장에서 볼 때 새로운 것이 없다. 지·자장애인을 위한 보다 체계적인 고등교육프로그램을 운영하기 위해 누군가가 고민하고 준비해야하는 시점에 장애인복지 실무자들이 한걸음 내딛기 시작한 것이다. 이런 기관들이 잘 운영될 수 있도록 현황을 파악하고, 지원할 수 있는 체계를 구축하는 것이 더 바람직할 것이다. 더 나아가 지·자장애인들이 세상의 중심에 설 수 있게 다양한 교육프로그램이 개설되고, 보다 자유롭게 선택하여 이용할 수 있는 그런 날이 하루라도 빨리 와주었으면 하고 바란다.
                                                                                            유수기 (경기가온누리대학 담당)

 

경기가온누리대학-빛깔이 다른 사람들

  수요일 아침마다 나는 가온누리대학(이하 ‘대학’)에 간다. 서울에서 전철을 타고 수원역에서 내려 다시 버스를 타는데, 길이 멀다. 가는 길에 산도 나오고 들판도 나온다. 논과 밭, 거기서 자라나는 온갖생명들이 있다. 전철과 버스 창밖으로 세상을 바라보는 재미가 쏠쏠하다. 그래서 거리는 멀어도 마음으로는 그리 멀게 느껴지지 않는다. 작년 여름방학 특강부터 학생들과 함께 공부 했으니, 그동안 여름, 가을, 겨울, 봄, 여름이 지나갔다. 이제 가을. 계절이 바뀔 때마다 대학으로 가는 길, 눈에 보이는 모든 것들이 다양한 빛깔을 세상에 내뿜는다. 파릇한 빛이었다가 더 진한 푸른빛이었다가 노란빛이 되었다가 누르스름하다가, 그 다 른 세상 빛깔을 보는 것만으로도, 빛깔들 사이로 부는 바람 한 자락에 얼굴 내미는 것만으로도 기분이 좋아진다.

  학생들도 마찬가지다. 들판의 각기 다른 생명들처럼 다 다른 학생들. 그동안 내가 보지 못한 빛깔을 만난다. 지난해 함께 공부한 학생들과 올해 1학년으로 들어온 학생들이 일 년 차이인데(물론 나이는 다 다르다) 느낌이 사뭇 다르다. 2학년 학생들이 좀 더 차분하고 조용하다면 1학년 학생들은 좀 더 통통 튄다. 2학년 친구들은 잠시 조용할 때가 있지만 1학년 친구들은 잠시도 조용한 때가 없다. 그렇게 학년별로 다르고, 한 사람 한 사람 놓고 보면 마찬가지로 다 다르다. 계절이 바뀌면서 들에 피어있는 것들이 빛깔이 변하듯 한 학기가 지날 때면 학생들도 변한다. 그 변화는 아주 작아 눈여겨 바라보지 않으면, 귀 기울여 듣지 않으면 모르고 지나칠 수도 있다. 수업을 시작하기 전에 지난 일주일을 어떻게 지냈는지 이야기하고, 읽을거리가 있으면 조금씩 나누어 읽고, 글을 쓰면 앞에 나와서 발표한다. 한 사람씩 돌아가며 읽고 발표하고 말하다 보면 시간이 꽤 걸린다. 그래도 우리는 어느 누구도 빠뜨리지 않는다.

  학기초에는 어깨를 움츠리고 똑바로 서지 않은 채 발표하거나, 자신감 없는 눈빛을 보이거나, 아주 작은 목소리로 자기만 알아듣게 이야기하거나, 글을 잘 써놓고도 헛웃음을 먼저 터뜨려 스스로 발표를 방해하던 친구들이 한 학기를 마칠 무렵에는 조금씩 달라진 모습을 보인다. 목소리가 조금 더 커지거나 정확해지고, 얼굴을 바로 들거나 여유 있게 말한다. 늘 똑같은 이야기만 하던 친구가 다른 주제로 이야기를 하고, “못 한다”는 말을 입에 달고 지내던 친구가 숙제를 열심히 해 와서 자랑스럽게 내놓고, 세상살이에 관심과 호기심이 부쩍 늘어나 하고 싶은 이야기들이 많아지고, 한 가지만 해도 되는데 두세 가지 더 시도해 보는 모습을 볼 때면 속으로 깜짝 놀란다. 나름대로 얼마나 많이 애썼을까, 가만히 그 마음을 헤아려 본다.

  대학 친구들과 공부하면서 ‘더 많은 기회가 주어진다면 이 친구들은 더 많이 변할 것’이라는 생각을 했다. 한 학생이 지난 1학기 마지막 시간에, “초등학교부터 고등학교 때까지 한 번도 발표를 해 본 적이 없다. 대학에 와서 처음으로 발표를 해 보았다. 그래서 참 좋았다.” 얼마든지 잘할 수 있는데 지금까지 이 학생에게 아무도 기회를 주지 않았다. 한사람이 가진 참 아름다운 빛깔을, 그 독특한 빛깔을 그대로 봐주지 않았던 것이리라. 어쩌면 빛깔을 지닌 존재라는 걸 인정하지 않으려 했을지도…. 대학에서 참 다양한 빛깔을 지닌 사람들을 만나 함께 공부하며 도리어 내가 삶을 배운다. 거기까지 가는 길은 멀지만 오늘도 그 길을 나선다.
                                                                              박수정 (경기가온누리대학 강사, 르포작가)

 

“인생에 관한 한, 우리는 지독한 근시다.”

  얼마 전 장애인 대학 진학과 관련하여 교육당국의 무관심에 대한 인터넷 기사를 읽었다. 과거였다면대수롭지 않게 여기며 넘어갔을 수도 있었겠지만 지금 와서 생각해보니 가온누리 친구들과 함께한 6개월이라는 시간이 기사 헤드라인을 은연중에 클릭하게 만들었던 것 같다. 기사의 주 내용은 우리나라 고교 졸업생의 80%가 대학에 진학하지만, 장애학생은 불과 16%만이 대학에 들어가고, 중증 장애인의 진학률은 5% 정도에 불과하다는 내용으로 장애학생을 고려하지 않는 학습권 차별에 대한 비판 기사였다. 장애인 학습권 보장의 중요성에 대해서 생각하다가 문득 일반 대학에 진학하는 장애인과 장애인 대학에 진학하는 장애인, 그리고 일반대학과 장애인 대학을 바라보는 우리들의 시선에는 문제가 없을까? 라는 의문이 들기 시작했다. 시대가 많이 바뀌었다고는 하나 아직 장애인을 바라보는 다른 시선이 존재하는 것 같다. 마찬가지로 장애인대학에서 봉사하고 있다고 말하면 장애인과 대면할 수 있었던 경험이 부족했던 친구들이나 주위 사람들은 장애인대학에 대해서 으레 일반대학과는 다른 시선을 보여 왔다. 어쩌면 자녀가 장애인대학에 다니고 있는 학부모님들 중에서는 “우리 아이가 장애인대학이 아닌 일반대학에 갔으면 얼마나 좋았을까?”라고 말하시는 분도 계시리라 생각된다.

  장애인대학에 대해서 어떻게 생각합니까? 왜 장애인대학보다 일반대학이 더 좋다고 생각합니까? 질문을 주위 사람들에게 던졌더니 외국에서 박사학위를 따신 유능한 교수님 수업을 들을 수 있어서, 수백 명을 수용할 수 있는 강당 등 훌륭한 시설들 때문에, 수많은 동기, 선배, 후배 등과 캠퍼스생활을 할 수 있어서 등 다양한 답변을 해주었다. 십분 이해되는 부분이고 솔직히 말하면 더 큰 차이가 있을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다른 시선으로도 바라보고 싶었다. 대학의 주인이 누구냐는 질문에 대다수의 대학생들이 ‘학생’ 이라고 대답하지만, 주인 대접 받고있는 것 같으냐는 질문에는 흔쾌히 대답하지 못하는 것 같다. 다양한 이유가 있겠지만 가장 본질적인 원인은 교육방식에 있지 않나? 라는 생각을 해 본다. 초등학교, 중학교를 거쳐 고등학교 수업을 들으면서 우리는 저도 모르게 주입식 교육에 물들어 갔는지도 모를 일이다. 변화에 둔감한 한국교육시스템은 대학에까지 그 영향을 미쳐, 아직까지 주입식교육 틀에서 완전히 해방되지 못한 것 같다. 하지만 가온누리대학에서 시행되는 교육방식은 일반대학과 비교해서 조금 더 앞서가고 있다는 느낌을 받았다.

  6 개월이라는 짧은 기간이었지만 가온누리대학 수업에서 학생들의 의견이 주가 되고 선생님들과 학생들이 함께 호흡하는 쌍방향 강의의 모습을 볼 수 있었다. 이러한 교육방식이 학생들의 주인의식을 강화시키고 자발성과 적극적인 참여를 이끌어 내는 것 같다. 전반적으로 시설 부분에서 일반대학이 장점을 지니고 있다면 선진화된 교육방식은 장애인 대학이 대표할 수 있는 장점이지 않을까? 라는 생각을 해 본다. 유능한 교수님, 좋은 시설뿐만 아니라 선진화된 교육방식 역시 훌륭한 대학과 대학생을 만드는데 있어 중요한 요소이기에 서로의 대학을 비교하거나 다를 것이라는 편견에서 벗어나 각기 대학의 장점에 초점을 맞춰 바라보면 좋겠다. 나도 처음에는 장애인대학을 편견의 눈으로 바라보았는지도 모를 일이다. 그러나 일주일이 지나고 한 달이 지나고, 대학 친구들과 함께하는 시간이 점점 더 늘어나면서 편견에서 벗어나 조금은 더 먼 곳까지 바라볼 수 있는 눈을 지니게 된 것 같다.

  “인생에 관한 한, 우리는 지독한 근시다.” 라는 말이 있다. 바로 코앞밖에 보지 못하여 늦가을 아름다운 고운 빛을 선사하는 국화가 되려 하지 않고, 다른 꽃들은 움도 틔우지 못한 초봄에 향기를 뽐내는 매화만 되려 하는지도 모르겠다. 일찍 꽃을 피웠다는 이유 하나만으로 매화가 세상 꽃 중에 가장 아름다운 꽃은 아니듯이 편견에 사로잡힌 대학생들과 일반대학을 부러움의 시선으로 바라보는 학부모님들이 매화와 더불어 국화의 매력도 느낄 수 있기를 기원해본다.
                                                                                                     강슬기 (수업 자원봉사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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