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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담실 QA | 220호 엄마, 바쁘다는 핑계로 챙겨드리지 못해 죄송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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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부사무처 작성일17-09-13 15:01 조회984회 댓글0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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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1월 치고는 제법 따뜻한 날이 여러 날 지속되고 있던 어느날 친정 엄마가 가까이 사는 조카를 봐주시러 오셨다.

 바로 위 언니와 나는 같은 아파트, 같은 라인에 살고 있고 같은 나이의 아들을 하나씩 키우고 있다. 언니가 일이 있어 집을 비우고 있는데 형부가 갑자기 바빠지시면서 엄마에게 구원 요청을 했나보다. 나는 워낙에 바삐 다니느라 내 아들 하나 챙기기도 버거운걸 형부도 아셨던게지...

 엄마가 오시면서 내게는 걱정이 생겼다. 아이들이 학교가고 나면 오후 4시가 다되서야 돌아오는데 그때까지 엄마는 꼼짝없이 혼자 계셔야 했다. 난 계획된 일정이 있어서, 그것도 여느 때보다 바쁠 때여서 엄마와 같이 있어 드릴수가 없었다. 집에서도 늘 혼자 계시는 분인데 여기 오셔서도 혼자 계시게 해야 하는게 여간 죄송스러운게 아니었다. 형부도 그 점은 미처 생각하지 못하셨던 것 같다.

 엄마는 신경 쓰지 말고 일 보고 오라고 하시지만 혼자 집에 계셔야 하는게 좋지는 않으신 눈치다. 아는 분도 없으니 아이들이 오기 전까지는 혼자 계셔야 하는게 아닌가. 나가는 내 발걸음도 무거워졌다. 일을 마치고 겨우 저녁 시간 맞춰 들어와 허둥지둥 저녁을 해먹고 나니 엄마 얼굴을 제대로 볼 틈도 없이 하루가 지나갔다. 그래서 다음 날은 만사 제쳐두고 엄마와 시간을 보내기로 했다.

 다행히 날이 따뜻해서 산책 겸 가까운 상암 월드컵 경기장 옆에 있는 하늘공원으로 갔다. 가을이면 항상 방송에서 억새밭이 유명하다고 난리였는데 그러고 보니 가까이 살면서 한번도 온 적이 없는 곳이다. 평일이라 그런지 사람도 별로 없고 한적하기까지 했다.

 하늘공원까지 올라가는 길에는 때아닌 개나리가 피어 있었다. 봄이 아닌가 착각이 들 정도로 제법 꽃이 피었고 막 몽우리를 맺고 있는 농들도 꽤 됐다.

 풀도 파릇파릇 돋아나고 계절을 거슬러 가는 듯 했다. 엄마와 모처럼 이런저런 얘기를 나누며 올라간 정상은 억새밭이 정말 장관이었다.

 10월이 절정이었을테니 시기적으로 좀 지난 때였는데도 탄성을 자아내게 했다.

 엄마도 모처럼의 나들이인데 억새밭의 장관에 연신 멋지다며 감탄을 하신다. '참좋다'를 계속 되풀이 하시던 엄마가 '억새가 막 올라 악대와 잎이 파랄때는 더 예뻤겠다’고 하시는게 아닌가. 그때서야 그동안 바쁘다는 핑계로 홀로 계신 엄마를 잘 챙겨 드리지 못했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아빠가 돌아가시고 홀로 다니시기를 꺼리셔서 자식들이 모시고 다닐 때만 마지못해 바깥 나들이를 하시던 엄마였는데 그나마도 바쁘다는 핑계로 자주 하지 못하고 연락도 잘 드리지 못한게 이제야 생각이 나다니 참 무심한 딸이였네 … 5년 전 아빠가 돌아가셨을 때 좀 더 잘해드리지 못한게 그리도 마음 아팠는데. 그래서 더 잘 챙겨드리고 싶었던 엄마였는데 그걸 잊고 있었다는건 항상 바빴다는 핑계로는 궁색하지 싶다.

 시간날 때 찾아뵙는게 아니고 시간을 내서 엄마를 뵈러갔어야 하는건데…

 그래도 타박 한 번 하지 않던 엄마께 더 죄송스러웠다. 더 늦기전에, 이제라도 잘해야지! 그리고 내년 억새가 한참 올라오면 만사 제쳐두고 그 푸른 잎을 엄마에게 보여 드려야겠다.

김부정(상담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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