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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육공공성 | 210호 일제고사로 해임된 교사에게 듣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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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부사무처 작성일17-09-12 15:50 조회905회 댓글0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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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육 본연에 충실하고자 했던 담임교사가 해야 할 일의 그 이상도 그 이하도 아니었다

 일제고사가 무엇이 문제인지, 학교에서 학부모들에게 일제고사가 필요하다고 안내한 가정통신 내용을 들어 밝혀보겠다.

 먼저, “교육과정과 교수학습방법의 질 관리를 위해?” 현재 교육과정과 선생님이 가르치는 행위를
점검하고 뒤돌아보자는 의미인데, 이것은 일부 학생만을 대상으로 해도 충분하다. 이런방법을 표집 평가라하는데, 지난 십년간 교육과정평가원이 이렇게 해왔다. 그리고 이러한 표집평가방식이 문제가 있다고 제기된 적도 없었다. 그러므로 모든 학생들을 대상으로 하는 일제고사를 볼 필요가 없다.

 두 번째, “학습부진학생의 판별과 지도를 위해?” 판별과 지도 중에서 학습부진학생을 판별하기 위해
일제고사를 봐야 한다고 말하는데, 학습부진학생 판별은 학생 본인과 학생을 가르치는 선생님이 더 정확하게 안다. 우리 동네 학교들 중 어느 학교가 다소 뒤쳐지는지도 학생, 선생님, 학부모, 지역주민이 더 정확하게 안다. 문제는 부진학생을 판별해내는 것이 아니라, ‘지도’이다. 학습부진학생이 스스로를 부끄럽게 생각하지 않게 생각하지 않는 가운데 보충수업을 받을 수 있도록 하는 분위기와 시스템을 만들어야 한다. 정부는 판별보다 책임지도 시스템 구축에 더 신경을 써야한다. 그래서 판별을 위한다는 일제고사는 필요없다.


 세 번째, “경쟁을 유도하여 교육경쟁력을 키우기위해?” 공정택 교육감은 초등학생도 경쟁시켜야 한다고 말했다. 글쎄, 난 여기에 대해 의문이다. ‘서로서로 비교하는 경쟁’이 정말 학생에게 도움이 될까? 자신을 이기면서(이 말을 자신과의 경쟁이라 바꿔본다면), 즉 자신과는 경쟁하고, 타인과 협력할 때 비로소참된 공부가 되지 않을까? 매사 남과 비교하고 이기려고만 하는 인물이 한 조직에 부정적 영향을 끼치는 일은 주변에서도, 영화나 드라마에서도 쉽게 발견할수있다.


 넷째, “우리 아이의 수준을 알기 위해서?”이것은 학생이나 학부모 입장에서 일제고사가 필요하다고
할 때 이야기되는 이유이다. 이번 일제고사는 각 과목별로 우수/보통/기초/미달 중 네등급을 매긴다. 물론 이것만 가지고도 서열을 매길 수 있다. 등급별로 몇점씩 하여 합하면 된다. 하지만 보다 확실한 수준을 알고자 한다면, 등급이 아니라 점수를 내면 된다. 여기에 학교, 지역, 전국 석차까지 알려주면 더욱 좋을 것이다. 물론잔인하다.


 하지만 조금만 더 들여다보자. 이런 형태의 수준을 알아서 뭘 할까? 남과 경쟁하는데 쓸 뿐이다. 그래서 잠을 덜자고, 학원 더 가고 그럴 것이다. 정말 우리가 알아야 할 수준이란 ‘내가 이건 확실히 알고 이건 조금만 아는구나’‘ 내가 이건 잘하고 이건 잘 못하는구나’ 정도 아는 것으로 충분하다. 그리고 이런 수준은 선생님과 교실에서 공부하는 걸로도 충분히 알 수 있다. 일제고사까지 볼 필요없다.


 우리 아이들의 담임교사인 나는 이명박 정부가 주장하는 일제고사의 필요성에 대해 위와 같은 의문과 우려감이 들었다. 그래서 학생과 학부모에게 교육선택권이 있음을 안내하고 시험에 대한 조금 더 자세한 정보를 주었다. 그리고 일제고사에 비슷한 문제의식을 느낀 학생, 학부모가 제출한 체험습 신청서를 허가 하였다. 이것은 교육 본연에 더욱 충실하고자 했던 담임교사가 해야 할 일의, 그 이상도 그 이하도 아니었다.


 아니 백보, 천보 양보해 이유 생략하고 일제고사가 필요하다고 가정해보자. 그런 상황에도 일제고사에 대해 우려하는 담임교사와 일제고사라는 교육정책보다 체험학습이 더 교육적이라 생각하는 학부모가 있다면? 정책에 다른 목소리를 내는 사람들이 있다면? 그 때는 어떡하는 것이 민주적인 것인가? 교사는 해임파면, 학생은무단결석, 학부모는…글쎄, 학부모는 징계내릴 방법이 없으니, 인격을 모욕하는 전화를 수시로 해대는 것이 민주주의의 산실이어야 할 학교와 교육청에서 해야 할 일인가? 그들은 왜 이렇게 폭압적으로 다른 목소리를 무시하고 밟아야만 했을까? 일제고사가 제대로 시행되지 않으면 안 되는 다른 이유가 있는 건가? 그것들이 학교 정보공시제, 고교선택제도, 사교육시장 부흥, 결국에는 교육 시장화 정책과 연관되어 있는 것은 아닌가? 대한민국의 초등교육을 걱정하는 담임교사인나는 정말 묻고 싶은 것이 많다.


 해직 이후 서울시교육청 앞에서 농성을 시작한지 50일… 정말 많은 사람들이 다녀갔다. 그 중에는 일
제고사에 그다지 관심이 없었지만 이번 해직사태를 보며 분노하고, 그러면서 일제고사에 대해 다시 생각해봤다는 분들도많았다. 내가 10월 일제고사로 만난 우리반 학부모님들도 그랬다. 이번일을겪으시며 교육 3주체로서 학부모의 역할, 학부모의 권리, 우리 교육이 가야 할 방향에 대해 진지하게 생각할 계기가 되셨으리라. 우리 아이들도 마찬가지이다. 아이들이 교과서에서 배워온 민주주의와 인권은 힘겹지만 그들의 가슴속, 머릿속에서 커가고있는중이리라, 믿어의심치않는다.


 다시 학교로 돌아갈 때까지 교실이 아닌 거리에서 보내게 될 시간, 나에게 주어진 이 시간을 이명박 정부가 준선물로 생각하련다. 밀도 있게, 그러나 여유있게 나에게 주어진 기다림의 시간을 즐길 것이다.

 

우리 반학생이 방학 숙제로 쓴 글의 한부분을 덧붙이고자한다. “우리 선생님을 빨리 교실로 보내주는 게 좋을 거같다. 어차피 돌려보낼 텐데, 잠시 겁주면 뭐해? 하나도겁안나는데 ^^”


설은주 (유현초 일제고사 관련 해임교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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