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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육공공성 | 222호 탈북자(북한이탈주민, 새터민) 아이들에게 관심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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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부사무처 작성일17-09-05 17:39 조회998회 댓글0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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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제부터인가 ‘탈북자’, ‘북한이탈주민’, ‘새터민’은 낯설지 않은 용어가 되었습니다. 남과 북이 갈라져 살기 시작한지 벌써 60년이라는 세월이 흘렀습니다. 과거에는 철저한 반공교육으로 공산당은 머리에 뿔난 사람들이고 빨갱이라고 해서 상대 못할 사람들로 여겼습니다. 몇 년 전까지만해도 북쪽의사람들을 만나면 양해를 구하고 실제로 머리를 만져보았습니다. “뿔이 어디 있습니까?”하고 웃으며 묻기도 했습니다. 그 시기에는 통일이 민족의 절대 과업이었기에 뿔난 사람들을 쳐부숴야 하고 빨갱이를 소탕해야 한다는 교육을 받았습니다. 어린 학생이 “어제의 용사들이 다시 뭉쳤다. ... 향토 예비군”하며 노래를 하던 시기를 지내왔습니다. 남쪽은 남쪽대로 북쪽은 북쪽대로. 시대가 흘러 남쪽의 우리 사회는 현대 서구화의 물길이 걷잡을 수 없게 밀려 들어왔고, 북쪽은 아직도 개혁 개방을 이루지 못하고 결국에는 사람은 죽어가고 땅은 피폐해진 상황에 이르렀습니다.

십여 년 전부터 북한의 식량난이 심각해지면서 결국 먹고 살기 위한 생계형 탈북이라는 현상이 일어났고 이 탈북자들이 우리 사회에 밀려들기 시작했습니다.(이들은 국정원에서의 조사를 마치고 하나원에서 12주동안 사회 적응 교육을 받고국민(영구) 임대 아파트를 중심으로 사회에 정착하게 됩니다.) 지금까지 대략 2만 여명이 우리 주변에 살아가고 있습니다. 중국에는 아직도 수 만 명이 머무른다고 합니다. 그중에 80%는 30대 40대 여성이고, 그들이 북한이나 중국에서 데리고 오는 자녀들이 20%에 달합니다.

이 자녀들이 우리의 아이들과 함께 학교에 다니고 있습니다. 대부분 북한에서 초등과정을 제대로 받지 못했고, 중국에서 난 아이들은 심한 경우 아예 한글을 모르는 경우까지 있습니다. 어머니나 아버지와 함께 도망다니다가사랑받을 기회, 발육의 기회, 교육의 기회를 모두 잃은 것입니다. 이 학생들이 한국의 교육에 잘 적응하지 못하는 것은 당연한 일입니다. 그래서 대부분 두세 학년을 낮추어 학교에 들어 가지만 주변의 친구들은 자기보다 두세 살 어린데다가 ‘북한에서 온 아이’, ‘중국에서 온 아이’라는 꼬리표가 붙어 다닙니다. 우리 학생들 사이에 문제가 되는‘왕따’는 당연한 일입니다. 어머니들은 쉽게 말씀하십니다. “그런 아이들하고 놀지 마라.” 선생님들은 숙제를 해올 수 없는 아이들을 혼내십니다. 시험문제를 읽지도 이해도 못하는 아이들에게 시험을 못봤다고, 친구와 싸움이라도 일어나면 누구 편을 들어주실지...... 학교에가기 싫은 우리의 아이들. 집에 들어오면 어머니는 직장 생활하시느라 지쳐 아이들 공부를 봐주지 못하시고, 봐도 무슨 내용인지 전혀 모르시고, 심지어 야근을 하시느라 밤 늦게 들어오시니 이 아이들이어떻게 건강한 청소년으로, 어른으로 성장할 수 있겠습니까?

부모님들이 말씀하십니다. “북에서는 아이를 학교에 보내면 학교에서 모든 것이 해결되는데 여기는 준비물도 많고 숙제도 많습네다. 그걸 어찌 다 준비해 주고 봐줍니까? 지공 부지가 알아서 해야죠.” 아이들 입장에서도 북한이나 중국에서는공부가 끝나면 자연과 벗하며 뛰어노는데 여기는 놀이터에도 친구들이 별로 없습니다.

참으로 다행인 것은 최근 부모가 탈북자인 아이들이 받을 과중한 스트레스를 풀어주기 위해 학교에서는 나름대로 연 구도 하고 관련기관과 연결도 시켜주고 개별적인 지도도 해주십니다. 새터민 청소년들을 위한 대안학교들도 속속 생겨나고 인근 복지관 등에서도 학습지도를 해주고 있습니다. 하지만 그것도 뭔가 부족한 느낌이 듭니다.

교육은 학교에서만이 아니라 가정에서 먼저 이루어져야 하기 때문입니다. 그래서우리는 꿈을 꾸었습니다. 우선 “아이와 함께 온 새터민 부모를 어떻게 도와주는 것이 효과적일까?”그리고 아이들에 대한 부모님의 부담을 덜어주는 것이 좋겠다고 생각하여 또 다른 꿈을 꾸었습니다. “이아이들이 함께 생활하는 가정과 같은 공간이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그러면 그 부모도 도와주고 학생들도 도와줄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했습니다.

2~3년에 걸쳐 우리는 안산과 수원에 새터민 부모의 자녀들이 함께 생활하고 공부하는 공동체를 만들었습니다. 6살 에서 13살까지의 여자아이들이 두 집에서 따뜻하게 살아갑니다. 여기에서 부모님들과 아이들의 정신적 상처들과 가정의 어려움을 함께 해결해주는 방안을 모색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감히 또 꿈을 꿉니다. “두 집으로 부족하다.”

소문을 들은 새터민들이 아직도 중국에 있는 아이를 데리고 오고 싶어합니다. “왜 남녀차별 하십네까? 남자아이들을 위한 집도 만들어 주십시오.”라며 항의를 넘어 하느님께 이른다고 위협하는 사람들도 있습니다.

새터민들은 사회적 기반이 없기 때문에 늘 부족함과 갈증을 느끼는 사람들입니다. 채워지지 않는, 만족할 줄 모르는 허기. 그리고 사회주의 체제에서 받은 교육과 민주주의 시장경제 사이의 갈등. 우리사회에 적응하기 힘든 부분입니다. 그래서 특히나 아이들에게는 실수나 잘못도 받아들여주는 허용적이고 무조건적인 사랑이 필요합니다. 다소 버릇이 없어도 안아주면서 사랑을 느끼고 포근함을 느끼게 도와주어야 합니다. 이들이 정서적 안정을 찾는다면 우리 사회에 큰 일꾼이 될 것이라는 또 다른 꿈을꾸면서 함께 도와주시기를 청합니다. 새터민 아이들이라고하면 무조건 한 번 안아주시고 사랑한다고 말해주십시오. 그 아이들이 와서 안기도록 부모와의 만남, 지속적인 아이와의 만남에 참여해 주십시오.

우리는 이것을 통일의 작은 길이라고 생각합니다. 언젠가 남북이 자유로이 왕래하는 시간이 되면 이 아이들을 사랑했던 그 경험으로 북의 청소년들을 맞이할 수 있을 것이라고 감히 생각합니다. 끝으로 부탁드리고 싶은 말씀은 우리의 자라나는 친구들에게 남북이 하나 되어야 함을 강조해 주십시오. 그리고 내가 속한 상황과 모든 분야에서 통일된 조국을 위한 기본적이고도 구체적인 활동을 지속적으로 펼쳐 나가시길 빕니다.

서종엽(라파엘) 신부 (민족화해위원회 위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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