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담실 QA | 223호 동해안으로 GO G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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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부사무처 작성일17-09-05 17:21 조회1,096회 댓글0건관련링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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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 오랜만의 여행이었다.
여행 아이디어는 ‘그녀들’의 2009년 송년회에서 이뤄졌다. 아직도 짝이없는 50살의 아가씨 둘과 48살, 42살의 아줌마들. 근 20년 전 직장에서 선후배로 만나 나이는 묻지도 따지지도 않으면서 자매처럼 때론 친구처럼 관계가 발전하면서 지내온 사이였다. 내가 결혼하기 전까지는 전국을 돌며 토,일을 거의 함께한 사이였던 우리들은 장장 15년만에 다시 뭉쳐 강원도 동해안으로 훌쩍 떠나기로 했다.
어떤 여행이라도 마찬가지겠지만 가장 중요한 기준은 사람, 돈, 시간인데, 금전적으로는 아무리 풍족(?)하더라도 우리에게 허용된 시간은 2박 3일. 짧은 시간이지만 나는 남편과 두 아들의 압박과 잔소리에서 벗어나 우리끼리만의
오붓한 여행을 즐길 수 있다는 기대에 송년회 이후 설렘 속에 지내왔다.
드디어 2월 27일 새벽 6시. 죽전역에서 멤버들이 만났다. 굽이굽이 영동 고속도로를 타고 강릉역에 도착해 삼척역까지 해안선을 시원하게 연결해주는 이색적인 철도여행을 했다. 기차를 타고 바다를 바라보며 가니 한 폭의 그림
속으로 빠져들어 가는 것 같았다.
이어 높은 언덕 위에 있는 큰 조형물과도 같은 하슬라 호텔로 이동했다. 전망 좋은 호텔 카페에서의 구수한 커피 한
잔이 찬바람을 맞은 우리들을 따뜻하게 달래줬다. ‘하슬라’란 신라시대때부터 불리던 강릉의 옛 이름이라고 하니
더 예쁘고 친근하게 느껴졌다.
저녁엔 숙소인 망상 오토 캠핑장에서도 우리들은 소녀마냥 즐겁게 지냈다. 여유롭게 바닷소리를 들으며 그네도 타고 백사장을 거닐며 옛 이야기며 미래 계획이며 온갖 것을
다 얘기했다. 끊임없는 수다에다 자주 등장하는‘까르르
웃음’. 15년 전 만났을 때 모습들과 똑같다는 생각에 웃음이 절로 피식 나오면서도 세월의 덧없음이 진하게 느껴졌다.
다음날엔 삼척 해변에 이색명소가 있다기에 따라 나섰다. 바다에 빠져 죽은 처녀 애랑을 위해 남근을 깎아 위로
해줬다는 전설이 서린 곳이 있다는, 그래서 조금 민망한 해신당 공원이란 곳에 갔다. 끼리끼리 찾은 중년
여인들이 공원을 가득 채운 ‘거시기한’ 전시물들
앞에서 수줍음을 감추느라 일부러 크게 웃곤 하는 모습들이 보였다. 물론 우리도 예외는 아니었다.
금세 돌아갈 날이 왔다. 아쉬움을 뒤로 한
채 아침 일찍 나섰다. 웬 걸 우리들은 도로에서 눈의 ‘포로’가 됐다. 도로에 꼼짝없이 갇히는 행운(?)을 이용해 우리는 망상에서 30분 거리인 봉평에 4시간 만에 도착해 점심으로 원조 봉평 메밀 막국수를 먹었다. 특색있는
지방 음식은 여행 추억을 더욱 풍요롭게 만드는 재주가 있는 것 같다. 우리들은 누가 뭐랄 것도 없이 식사를 하면서
들뜬 마음을 차분히 가라앉혔다.
고단했지만 돌아오는 시간조차도 좋은 사람들과 함께한 덕분에 행복했다. 이런 여행을 또 15년만에 하게 될지도 모르겠다. 그러나 이번 여행으로 우정을 더욱 다지게 된
언니들이 있어 참 행복하다.
권희재(상담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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