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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부모참여 | 229호 군말산책 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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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부사무처 작성일17-08-17 17:11 조회1,113회 댓글0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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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13호부터 최기종 회원의 군말산책을 실었다. 최기종 회원의 시집『나무 위의 여자』 에다 군말을 덧붙여서 부부 사이를 조명한 글이다. 군말은 사전 뜻으로‘쓸데없는 말’ 이지만‘한번쯤 짚고 넘어갈 말’이기도 하다. 이 쉼터를 통하여 우리 부부 사이를 한 번쯤 생각해보자. 

 

사랑해? 도마를 치던 아내가 물었다.

- 나, 사랑해? 계속 뒤돌아 얼굴을 디밀면서

- 정말로 사랑하는 거 맞아? 

그런데 나는 말을 못한다.

어색하게 웃기만 한다.

아내가 뒤돌아선다. 

부엌에서는 도마소리만 요란하다. 

아내가 잠자리에서 물었다. 

- 나, 얼만큼 사랑해? 

가슴팍으로 파고들면서

- 므지… 사랑하는 거 맞지 응?

+ 그려! 하늘만큼 또 땅만크음 

옅은 콧소리로 응수하니까

 

이불 속에는 코맹맹이만 그득하다. 

최기종 시집 <<나무 위의 여자>> 중에서 

 

 군말
 요새‘사랑’이라는 말을 너무 함부로 쓰는 것 같다. 사랑이라는 것은 무언가 절실하고 그립고 가슴 두근거리게 하는 것, 내 전부를 송두리째 준다는 의미일 것이다. 하지만 요새 드라마나 문자들을 보면 사랑이라는 말이 퇴색되어서 너무 남발하고 있는 것 같다. 사랑이라는 것이‘그냥 좋은 감정’을 뜻하는 것 으로 변질되어서 종량제 쓰레기봉투만 낭비하는 것은 아닌지 자조해 본다.

 그런데도 사랑한다는 표현은 많이 하면 할수록 좋다고 한다. 그것이 절실하든 절실하지 않든, 깊은 내면에서 나온 액기스이든, 그냥 입에서 즉흥적으로 나온 사교술이든 간에 사랑한다는 표현은 듣는 사람에게 생기를 가져다 준다는 것이다. 그리고 불안감이나 의구심을 갖지 않게 하기 위해서도 자주 확인 도장을 찍어줄 필요가 있다는 것이다. 그러나 한편으로 진실한 사랑이 사라져 가는 안타까움도 무시할 수 없다고 본다.

 우리 아내도 가끔 가다가 나에게 물어오는 말이 있다.“나, 사랑해?”이렇게 물어오면 난감해진다. 나는 곧바로 응답을 못한다. 내 입에서 “응, 사랑해”라는 말이 나오는 순간, 사랑이라는 말은 공중을 떠도는 미아로 남지 않을까 염려가 된다. 내가 생각할 때 사랑이라는 말은 가슴에 곰곰이 간직하면서 그것을 두 배, 세 배 키워내는 절심함이 배어 있어야 한다고 본다.

 그래서 나는 그런 아내의 질문이 나올 때마다 어색하게 웃기만 한다. 물론 그냥“사랑해.”이렇게 응답하면 아내도 기분이 좋아질 것이고 나도 사랑의 무거움을 줄일 수 있을 것이다. 그런데도 이 '사랑'이라는 말을 함부로 내뱉고 싶지는 않다. 사랑이 눈에 보일 때에만 “응, 무지 사랑해.”이렇게 대답할 수 있다. 

 

✽✽✽ 군말산책을 마치면서 ✽✽✽ 

 이번 호를 끝으로 군말산책을 마칠까 한다. 이 군말 산책을 쓰면서 소중한 것 두 가지를 얻었다. 하나는 아내에 대한 연민의 정을 계속 가질 수 있어서 좋았다. 또 하나는 세상 사람들에게 여러 가지 가정생활의 산책거리를 제공할 수 있어서 기뻤다. 지면을 주신 편집위원장님께 감사를 드린다. 사실 나는 낯짝이 상당히 두꺼운 사람이다. 이렇게 닭살 돋는 이야기를 아무렇지도 않게 되씹고 있으니 말이다. 세상의 남성들이 팔불출이라고 떠들어도 할 말이 없다. 그러나 나에게 아내가 깊은 감동으로 다가오는 한 이 노래는 끝나지 않을 것이다. 별로 내키지도 않는 글을 읽어주신 참교육학부모회 식구들에게도 감사의 말씀을 전한다. 고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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