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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육공공성 | 229호 배움의 공동체로 학교혁신을 일구는 시흥‘장곡중학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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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부사무처 작성일17-08-17 14:40 조회812회 댓글0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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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생 옆에 무릎 꿇고 앉아 가르치는 즐거움 


 ‘저 아이가 작년에는 내 말을 못 알아듣고 앉아 있었겠구나!’ 미안하고 안타까운 마음으로 학생 옆에 무릎을 꿇고 앉아 수학 푸는 걸 지켜보고 도와준다. 장곡중학교가 혁신학교를 시작한지 한 학기. 요즘 내 수업시간의 모습이다.

 우리학교는 작년까지 상중하 수준별로 반을 나눠 수업을 했다. 상반 수업에 들어갈 때는 ‘잘하는 애들이니까…’하반 수업에 들어갈 때는 솔직히 ‘이 정도 수준은 어차피 설명해도 못 알아들으니까…’하는 마음을 바 탕에 깔고 수업했다. 그러면서 40여 명의 학생들 앞에서 한 시간 내내 혼자 떠들고 나오면서, 열심히 수업했다는 뿌듯함으로 교무실로 돌아오곤 했다. 학생들이 날 쳐다 보고 있으면 수업을 듣고 있는 거라고, 질문이 없으면 다 알아 들어서 질문이 없다고 착각했다. 그리고 그것이 착각이었다는 사실을 올해야 깨달았다. 배움의 공동체 수업을 하면서 아이 한 명 한 명이 눈에 들어오기 시작했고, ‘이 아이가 이 정도까지 기초가 안 되어 있구나!’하는 깨달음이 가슴을 후벼 팠다. 알아듣지도 못하는 내용을 설명하는 선생 앞에서 귀 닫고, 마음 닫고 견뎌야 했을 학생의 마음을 생각하며 그 동안의 수업을 되돌아보고 반성을 했다.

 혁신학교로 지정되면서 학급별 학생수가 30명으로 줄었다. 인원이 줄었지만, 작년처럼 일제식 수업을 했다면 올해도 역시 학생들 하나하나가 눈에 들어오지 않았을 것이고, 모두들 알고 있을 것이라고 착각했을 것이다. 지적당하는 학생들은 일 년 내내 지적 당했을 것이고, 아이들과 나 사이에 수업 이외의 수많은 신경전이 벌어졌을 것이다.

 배움의 공동체 수업을 하면서 그렇게 내 수업을 힘들게 만들었던 아이들이 변하고 있다. 한 시간 내내 돌아다니고, 친구 등을 쿡쿡 찌르며 수업을 방해하던 아이가 노트에 문제를 풀고, 질문을 한다. 친구들에게 묻고, 해결하려고 노력한다. 그런 아이들의 변화를 보면서 기쁨을 넘어 감동마저 느낀다.

 ‘원래 한 반에 한두 명 쯤은 수업을 방해하는 애들이 있는 법, 어떻게 수학을 학생들이 다 알아듣길 바라 반 마다 못 알아듣는 애들이 있는 게 당연하지… 알아듣는 애들이나 열심히 가르치는 거지….’

 혁신학교를 계기로 수업 형태를 바꾸지 않았다면 타성에 젖어 이런 감동을 느껴보지 못한 채 선생노릇 하면서 열심히 수업을 했다고 말했을 것이다.

 어제도 수업을 마치고 교실을 나서는데 한 아이의“재밌다”는 혼잣말 소리를 들었다. 정수의 덧셈 뺄셈도 잘 안 돼 연립방정식 한 문제 푸는데 한 시간을 다 쓰는 학생이다. 한 시간 동안 한 문제일지라도 본인의 노력으로 문제를 해결한 성취감을 느끼며 드디어 자신이 동참하고 있다는 사실이 기쁘고 재미있는 것이다. 기대 수준은 다르더라도 사람마다 배움의 욕구가 있다. 30명의 아이들 모두 앎에 대한 욕구가 있고, 알아냈을 때 기쁨을 느낀다는 사실을 왜 이제야 알았을까? 수업이 변하니 아이들과의 관계도 변하고 있다. 서로에 대한 신뢰가 느껴진다. 물론 혁신학교를 시작하고 수업혁신에 대한 연수로 학교 일과가 꽉 조여진 불편함은 있다. 등교하자마자 숨 돌릴 틈도 없이 수업을 시작하고, 수요일 오후 시간 확보를 위해 수업을 몰아서 해야 하는 요일엔 몸이 많이 지친다. 하지만 수업 속에서 아이들과 내가 변해가는 모습을 느끼기에 충분히 감수할 수 있다. 이우학교로 수업참관 갔을 때 어느 선생님께서 하신 말씀 “혼자 가면 빨리 갈 수 있지만 같이 가면 멀리 갈 수 있습니다.” 혁신학교에서 근무할 수 있는 기회가 주어진 것에 감사하며 아이들의 입에서 나오는 학교가 즐겁다는 말에 가슴 뿌듯함을 느낀다. 

 

 안선영(2학년 수학 담당 교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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